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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맨유의 철벽 수비, EPL 1위 이끌다



결론부터 말하면 나쁘지 않았던 경기였습니다. 여러 대회를 치르는 살인적인 일정과 주전 선수들의 부상 공백, 테베즈-에반스-호날두의 잔부상이라는 불안 요소들을 무릅쓰고 승점 3점을 따낸 것은 의미가 큽니다. 여기에 프리미어리그 선두 진입에 성공했으니 소득이 제법 컸다고 볼 수 있습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가 18일 오전 0시 리복 스타디움에서 열린 2008/09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22라운드 경기에서 볼튼을 1-0으로 격파한 동시에 이번 시즌 처음으로 리그 선두에 올랐습니다. 89분 동안 볼튼 공세에 막혀 침묵을 일관했지만 후반 45분 디미타르 베르바토프가 헤딩 결승골을 넣으면서 극적인 승리와 함께 1위 고지를 밟은 것이죠.

맨유는 지난해 11월 15일 스토크 시티전 5-0 대승 이후 리그 10경기 연속 무실점 무패(8승2무)행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2위 리버풀과의 승점을 1점 차이로 따돌린데다 아직 한 경기를 덜 치렀기 때문에 선두권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된 것이죠. 만약 볼튼전에서 베르바토프의 골이 없었다면 리그 1위 진입은 다음으로 물 건너갔을지 모를 일이었지만 승점 3점 획득으로 1위 진입에 성공한 것은 단순 이상의 의미가 있습니다.

맨유 1위 진입 원동력, '10경기 연속 무실점 수비'

그동안 호날두-루니의 활약이 맨유 전력에 비중이 컸다면 이번 시즌에는 수비수들과 골키퍼 에드윈 판 데르 사르가 일등공신으로 조명받아야 할 것입니다. 맨유가 이번 시즌 주요 공격 옵션들의 고질적인 부상과 부진으로 신음하면서도 꾸준히 승점을 쌓았던 것은 무실점 수비의 공헌도가 컸음을 의미합니다.

맨유는 볼튼전 1-0 승리로 리그 10경기 연속 무실점 기록을 달성했습니다. 지난해 11월 8일 아스날전에서 후반 3분 사미르 나스리에게 실점한 이후 942분 동안 무실점 행진을 펼치고 있는데요. 이는 첼시가 2004/05시즌에 세웠던 리그 최다 연속 무실점 기록과 동률을 이뤄낸 쾌거라 할 수 있습니다. 다음 리그 경기가 오는 28일 '강등권에 있는' 웨스트 브롬위치전 임을 감안하면 대기록을 세울 공산이 클 것으로 보입니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볼튼전 종료 후 MUTV와의 인터뷰를 통해 "네 명의 수비수는 최근 몇 주간 기적적인 경기력을 펼쳤습니다. 특히 네마냐 비디치의 경기력은 훌륭했으며 조니 에반스는 매 경기마다 성숙해지고 있지요. 이 두명은 최근 몇 경기에서 환상적인 경기력을 발휘하고 있으며 우리는 아주 훌륭한 수비력을 과시할 수 있었습니다"며 중앙 수비수로 활약중인 비디치와 에반스를 맨유 1위 진입의 일등공신으로 꼽았습니다.

그 중에서도 비디치는 올 시즌 맨유 포백 일원 중에서 유일하게 부상과 징계 없이 꾸준히 주전으로 출장하는 높은 팀 공헌도를 자랑하고 있는데요. 그는 국내 팬들 사이에서 '벽디치'로 불릴 만큼 악착같은 대인마크와 강력한 공중볼 다툼으로 상대팀 공격수를 손쉽게 제압하며 팀의 무실점 수비에 기여를 했습니다. 그리고 올 시즌에는 리그 3골, UEFA 슈퍼컵 1골, 클럽 월드컵 1골로 총 5골 넣으며 '골 넣는 수비수'로서의 명성을 떨치고 있습니다.

맨유 수비가 올 시즌에 거둔 소득이라면 에반스와 하파엘 다 실바의 급성장을 거론할 수 있겠습니다. 올해 21세인 에반스의 등장은 '비디치-퍼디난드' 센터백 조합과 경쟁할 수 있는 카드로 급부상했고 19세의 하파엘은 주장 게리 네빌을 위협할 수 있는 위치에 도달했습니다. 특히 에반스는 최근 리오 퍼디난드의 등 부상을 틈타 무결점 수비로 최고조의 활약을 펼치면서 어느새 퍼디난드의 강력한 경쟁 상대가 되었습니다.

최근에는 맨유 주장 네빌의 노장 투혼이 빛나고 있습니다. 불과 올 시즌 전반기 까지만 하더라도 경기력 저하로 부진한 면모를 떨치지 못했지만 '하파엘 등장'에 자극 받았는지 최근 공수 양면에 걸쳐 몸을 내던지는 경기력을 발휘하며 팀 전력에 높은 기여를 하고 있습니다. 상대팀 측면 공격을 여유롭게 끊는 지능적인 수비 센스와 전반기보다 한결 자연스러워진 수비 가담, 경기 상황에 따라 폭발적인 오버래핑을 과시하며 오른쪽 측면 뒷 공간을 빛내고 있죠.

또 한명의 주역인 존 오셰이는 그동안 파트리스 에브라의 징계 및 부상 공백을 메우면서 '수비력이 약하다'는 외부의 편견을 깨는데 성공했습니다. 이전보다 한 박자 빨라진 수비 가담을 통해 상대팀 측면 공격을 단번에 끊으며 왼쪽 측면 공간을 확고하게 지켰습니다.  

물론 포백과 미드필더진사이의 유기적인 호흡 역시 칭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박지성, 마이클 캐릭, 안데르손 같은 활동량 넓은 미드필더들이 적극적으로 수비에 가담하면서 포백의 활동 반경이 좁혀지는 이점이 나타났기 때문이죠. 그로 인해 수비수들을 상대 공격수를 제압하는 집중력을 높일 수 있었고 미드필더들은 활발한 인터셉트로 역습 공격 기회를 마련하면서 맨유는 10경기 연속 무실점 행진과 동시에 리그 선두로 진입할 수 있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맨유 포백이 앞으로 더 강한 위용을 발휘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입니다. 퍼거슨 감독은 18일 MUTV와의 인터뷰에서 "다음달 2일 에버튼전 이전까지 퍼디난드와 웨스 브라운이 부상에서 복귀하여 맨유에 큰 이점을 줄 것 같습니다"며 두 선수의 등장은 맨유 수비진을 더 강하게 할 것이라고 장담했습니다.   

한국 나이로 올해 40세인 판 데르 사르의 '나이를 잊은' 선방 역시 맨유 선두 진입의 또 다른 원동력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판 데르 사르는 클럽 월드컵을 제외한 최근 11경기 연속 무실점 행진을 펼치고 있으며 21번이나 슈퍼 세이브를 기록하는 신들린 듯한 선방을 과시하고 있습니다. 문전에서 선수들이 밀집하거나 크로스가 날아오는 위험한 상황속에서도 침착함을 잃지 않으며 안정적인 펀칭과 세이빙, 볼 캐칭으로 맨유의 뒷문을 튼튼히 했습니다.

'EPL 1위 진입은 수비력 덕분'이라고 수비수들을 칭찬한 퍼거슨 감독. 맨유의 포백과 골키퍼 판 데르 사르는 감독 믿음에 부응하듯 최근 리그 10경기 연속 무실점 수비로 팀의 선두 도약을 이끌었습니다. 과연 맨유가 수비수들과 판 데르 사르의 맹활약을 발판으로 리그 3연패의 대업을 이룰수 있을지 관심이 모입니다. 

By. 효리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