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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맨유vs첼시, 박지성에게 믿음이 가는 이유


지난해 9월 21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와 첼시의 경기에서 잉글랜드 현지 여론에 가장 많은 주목을 받았던 선수는 '산소탱크' 박지성 이었습니다.

박지성은 당시 첼시전서 전반 18분 디미타르 베르바토프가 슈팅을 날렸던 공이 첼시 골키퍼 페트르 체흐를 맞고 나오자 그 자리에서 빠르게 달려들며 오른발 리바운드슛을 선제골로 성공시켰습니다. 이 골은 박지성에게 많은 것을 안겨줬습니다. 영국의 대표적인 축구 프로그램인 BBC MOTD(Match of the day)에 비중있게 소개될 정도로 수비력에 대한 극찬을 받더니 ESPN 사커넷으로 부터 프리미어리그 5라운드 베스트11에 선정된 것이죠.

이후 박지성은 이 경기를 통해 '강팀용 선수'로 거듭나더니 '포지션 경쟁자' 루이스 나니를 제치고 붙박이 주전으로 도약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중요한 경기때 마다 선발 출장하여 제 몫을 다했고 왼쪽에 이어 오른쪽 윙어로서 군계일학의 활약을 펼치면서 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신임을 얻게 된 것입니다. 그날 첼시전 골이 없었더라면 오늘날 맨유의 당당한 주전으로 자리잡은 박지성의 빛나는 가치와 위상은 없었을지 모를 일입니다.

그런 박지성이 오는 12일 오전 1시(이하 한국시간) 올드 트래포드서 열리는 2008/09시즌 프리미어리그 21라운드 첼시와의 홈 경기를 앞두고 있습니다. 4개월 전 첼시전 골로 많은 이들의 머릿속에 강한 인상을 심어줬던 그였기에 이번 첼시전 활약이 어느 때보다 믿음이 가지 않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박지성은 큰 경기에 강한 면모를 지닌 '의지의 한국인' 입니다. 지난해 첼시를 비롯 아스날, AS로마, FC 바르셀로나 같은 유럽 강팀들을 상대로 맹활약을 펼쳤던 경험이 있는데다 지난달 클럽 월드컵 결승전 리가 데 퀴토(에콰도르)전에서도 팀 우승을 공헌하는 진가를 뽐냈습니다. 맨유에서 뚜렷한 기복없이 늘 꾸준한 활약을 펼친 것과, 예전보다 부쩍 넓어진 팀 내 입지, 뛰어난 기량을 지탱할 수 있는 정신력의 3박자를 골고루 지녔기 때문에 이번 첼시전에서 그의 진면목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박지성의 이번 첼시전 활약이 낙관적으로 비춰질 수 있는 결정적 이유는 앞 문단에서 언급했듯, 기복이 없기 때문입니다. 특유의 헌신적이고 희생적인 자세로 공수 양면에 걸쳐 제 몫을 다하면서 퍼거슨 감독으로부터 꾸준한 리그 선발 출장 기회를 부여받게 된 것이죠. 최근 맨유 공격을 살펴보면, 호날두가 상대팀 집중 견제를 이기지 못해 2개월 동안 무득점 부진에 빠지면서(클럽 월드컵 제외) 박지성의 돌파력과 발을 거치는 공격 패턴이 늘었고 이 과정에서 ´박지성-하파엘´이 형성하는 오른쪽 측면 라인이 맨유 공격의 절대적 역할을 도맡게 되었습니다. 박지성의 기복 없는 경기력을 이제는 동료 선수들이 진심어린 ´믿음´을 갖게 된 하나의 증거라 할 수 있습니다.

더욱이 박지성의 활약은 맨유 판타스틱4로 꼽히는 '루니-호날두-테베즈-베르바토프'의 최근 행보와 차별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맨유 공격의 첨병 역할을 맡는 4명의 선수는 올 시즌 기복이 심한 경기력을 일관했으며 이는 최근 대두된 맨유의 공격력 약화 및 골 부진을 부추겼습니다.

여기에 박지성은 최근 경기를 통해, 자신의 경기력이 이전보다 향상되었음을 유감없이 보여줬습니다. 기존에는 동료 선수들의 골 기회를 도와주는 이타적인 활약에 치중했지만 지난 첼시전 골을 기점으로 '이타´와 ´이기´를 공존하는 다른 스타일의 선수로 변신을 꾀한 것이죠. 경기 흐름에 따라 이타적인 활약과 날카로운 슈팅을 통해 골을 시도하는 모습을 자유자재로 번갈아가며 골 넣는 본능에 눈을 뜨게 되었습니다.

물론 박지성은 4개월 전 첼시 전 이후 아홉 수(맨유 통산 9골)에 빠지면서 아직 시즌 2호골을 기록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최근 선발 출장했던 3경기에서 12개의 슈팅과 4개의 유효 슈팅을 기록하는 등 골 욕심이 부쩍 향상 되었음을 통계 수치로 말해줬습니다. 지난 5일 잉글랜드 <세탄타 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는 "한 시즌에 10골은 넣어야 한다"며 골에 강한 의욕을 나타낼 만큼 '박지성은 골 결정력이 부족하다'고 입버릇 처럼 말하는 퍼거슨 감독의 전폭적인 신뢰를 얻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한국 속담에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어떤 일을 이루기 위해서는 자신의 노력이 중요함을 교훈적으로 이르는 말로서 골을 향한 박지성의 노력은 언젠가 값진 결실을 거둘 것임에 틀림 없습니다. 특히 이번 첼시전 승리를 이끄는 골을 넣는다면 열매의 빛이 어느 때보다 탐스러울 것입니다. 최근 팀의 골 가뭄 속에서 박지성의 골은 ´시원한 물줄기´처럼 값어치가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가장 중요한 것은 몸을 아끼지 않고 성실히 경기에 임하는 박지성의 경기 내용은 퍼거슨 감독이 오랫동안 칭찬을 아끼지 않았던 것입니다. 박지성은 팀에 다양한 공격 옵션을 제공하는 팀 플레이어이자 미드필더 전 영역에서 자기 역할을 충실히 다하는 선수로서 퍼거슨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게 했죠. 감독의 신뢰는 팀 내 입지를 결정짓는 중요한 잣대로서 박지성의 가치와 위상은 맨유에서 쉽게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박지성은 내가 경험한 선수 가운데 가장 저평가 된 선수 중 한 명이다"

퍼거슨 감독은 20067/07시즌 초반 부상 당했던 박지성을 기량 미달로 악평한 현지 여론에 이 같이 대응하며 애제자의 가치가 높음을 강조했습니다. 2007년 12월에는 "박지성은 틀림없이 맨유의 탑 클래스에 해당하는 선수다"고 힘 있는 발언을 하며 그에게 힘을 실어 주는 한마디를 던졌죠. 지난달 클럽 월드컵 결승 하루 전날 기자회견에서도 "박지성은 내가 좋아하는 선수"라고 밝히면서 변함없는 신뢰를 표시했습니다.

그런 퍼거슨 감독의 믿음에 보답해야 할 박지성은 이번 첼시전 맹활약과 시즌 2호골을 잔뜩 벼르고 있습니다. 퍼거슨 감독으로부터 유일하게 믿음을 받지 못하는 것이 '골'이라 할 수 있는데, 첼시전 2경기 연속골로 강렬한 인상을 남길지 벌써부터 박지성의 활약이 몹시 기다려집니다.

By. 효리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