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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맨시티, 1억 파운드로 유럽 제패 할 수 없다


"우리는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가 모든 대회에서 우승에 도전하기를 바란다. 잉글랜드 뿐만 아니라 UEFA 채피언스리그 우승을 기대하고 있다"

지난 8월 말 맨시티를 인수했던 술레이만 알 파힘 구단주는 지난 9월 2일 잉글랜드 스포츠 전문 채널 <스카이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팀이 프리미어리그 챔피언을 비롯 유럽 제패에 대한 소망을 밝혔다. 자신이 몸담고 있는 UAE(아랍 에미리트) 아부다비 투자그룹의 막강한 자금을 통해 특급 선수 대거 영입에 힘입어 유럽 최고의 빅 클럽이 되겠다는 것이 그의 야심. '조만장자' 로만 아브라모비치 첼시 구단주보다 10배 넘는 개인 자산 규모를 자랑하고 있어 맨시티가 첼시를 능가하는 클럽이 될 것이라는 안팎의 예상도 있었다.

알 파힘 구단주는 지난해 여름 이적시장 종료 직전 '작은 펠레' 호비뉴(전 레알 마드리드) 영입 성공으로 세계 축구계를 놀래게 했다. 여론에서는 맨시티가 새로운 구단주와 호비뉴 효과에 힘입어 좋은 성적을 거둘 것이란 기대감을 가진 것과 더불어 올 시즌 빅4 진입은 무난할 것으로 내다봤다.

호비뉴를 비롯 숀 라이트-필립스, 탈 벤 하임(이상 전 첼시) 조(전 CSKA 모스크바) 파블로 사발레타(전 에스파뇰) 등 유럽에서 내놓으라 하는 선수들도 지난해 여름 맨시티 유니폼으로 갈아 입었다. 이러한 맨 시티의 행보는 지난 2003년 로만 아브라모비치 구단주가 인수했던 첼시의 과거와 유사하다는 반응이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같은 시기에 호비뉴와 더불어 맨시티의 러브콜을 받았던 디미타르 베르바토프의 반응은 맨시티의 현 주소를 상징하는 듯 하다.

베르바토프는 지난해 여름 이적시장 종료 직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적을 선택한 뒤 <MUTV>와의 인터뷰를 통해 "나는 돈을 위해 뛰지 않는다. 만약 내가 돈을 보고 뛰었더라면 맨유가 아닌 맨시티로 이적했을 것이다. 맨유의 붉은 유니폼을 입고 뛰는 건 나에게 큰 의미가 있다. 맨유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아 팀이 최대한 많은 트로피를 차지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맨시티의 돈보다 맨유의 화려한 명성과 전통이 더 마음에 들었다는 것.

맨시티는 호비뉴 영입 후 세계 3대 축구 천재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맨유) 리오넬 메시(FC 바르셀로나) 카카(AC밀란)을 비롯해 잔루이지 부폰(유벤투스) 파비오 칸나바로, 이케르 카시야스(레알 마드리드) 페르난도 토레스(리버풀) 세스크 파브레가스(아스날) 등 거물급 스타들을 영입하겠다는 의지를 현지 언론을 통해 여러차례 밝힌적이 있었다.

그러나 해당 선수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유럽 리그에서 특출난 선수들 중 대다수는 UEFA 챔피언스리그에 출전하는 팀들의 이적을 바라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 돈에 이끌리는 것보다 팀의 명성과 역사, 가치를 고려하여 이적을 선택하는 것이 그들의 관행이라 할 수 있다. 맨시티에 끌리는 것은 단지 ´돈´에 불과하다는 지적.

문제는 맨시티가 여름 이적시장에서 거물급 선수들을 영입하고도 성적이 더 악화되었다는 점이다. 맨시티는 프리미어리그 20라운드를 치른 현재 6승4무10패 승점 22점으로 공동 13위를 기록중이며 18위 스토크 시티와 승점 2점 앞설 뿐 강등권 위협을 받고 있다. 박싱 데이 이전에는 리그 18위에 머무는 등 빅4 진입은 커녕 강등 가능성에 벌벌 떨고 있는 것. 4일 새벽 홈에서 열린 노팅엄 포레스트(2부리그)전에서는 0-3으로 완패하는 등 하부리그 팀에 톡톡히 망신 당하는 신세로 전락했다.

맨시티의 대표적인 문제점은 마크 휴즈 감독의 '전술 부재'와 더불어 이적생들의 실망스런 활약이 자주 거론되고 있다. 특히 맨시티는 2007년 여름 탁신 친나왓 전 구단주가 팀을 인수한 이후 많은 이적생들을 데려왔지만 그들을 효율적으로 활용하지 못했다. 포츠머스 출신의 벤자니 음 와루와리는 2007/08시즌 전반기에 호날두를 제치고 리그 득점 1위에 올랐지만 맨시티 이적 이후 걷잡을 수 없는 부진으로 신음했다. 롤란도 비안키(토리노) 에밀 음펜자(플리머스 아가일) 벤 하임, 조는 대표적인 영입 실패 케이스로 거론되고 있으며 주전 수비수로 활약중인 사발레타도 불안한 수비로 팀 전력에 아무 보탬을 주지 못했다.

그런 맨시티가 1월 이적시장에서 1억 파운드(약 1895억원)를 쏟겠다고 공언했다. 잉글랜드 대중지 <더 선>이 지난달 31일 "맨시티가 1월 이적시장 선수 영입 자금으로 1억 파운드를 책정했다"고 보도하면서 구체화되었기 때문. 이미 웨인 브릿지(전 첼시) 영입에 성공한 가운데 로케 산타 크루즈(블랙번) 마이클 오언(뉴캐슬) 루카스 포돌스키(바이에른 뮌헨) 콜로 투레(아스날) 크리이그 벨라미(웨스트햄) 등을 데려오겠다는 각오다. 호날두-메시-카카 같은 세계 최정상급의 기량과 네임 벨류를 갖춘 선수들보다 한 단계 아래 격에 속한 선수들로 목표를 하향 조정했던 셈.

이는 맨시티가 올 시즌 목표였던 빅4 진입이 실패로 돌아갔음을 스스로 알린 격이 됐다. 리그 4위 아스톤 빌라보다 승점 16점 차이로 뒤져있어 현실적으로 상위권 진입은 어려워진 상태다. 결국 맨시티는 1월 이적시장에서 유럽 제패가 아닌 강등권 탈출을 위해 1억 파운드를 쏟게 된 것이다.

맨시티가 벤치 마킹 모델로 삼았던 첼시는 지난 2003년 로만 아브라모비치 구단주가 팀을 인수하기 직전 UEFA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을 따냈기 때문에 걸출한 대형 선수들을 차례로 영입할 수 있었다. 당시 첼시는 1997년 이후 리그 3~6위를 기록할 만큼 신흥강호로서의 토대를 마련하기 시작했다. 반면 알 파힘 구단주와 탁신 전 구단주가 인수하기 이전의 맨시티 성적은 리그 중하위권을 비롯 성적 부진으로 챔피언십리그에 강등되는 등 평범한 팀과 다를 바 없었다. 첼시와 맨시티의 '그릇'은 엄연히 달랐던 셈.

'유럽 제패'를 내세운 알 파힘 구단주의 꿈은 단기간에 이뤄지지 않을 공산이 크다. 이제는 빅4를 비롯 중위권 클럽들까지 거물급 선수 영입에 열을 올리고 있어 단숨에 상위권으로 올라서기 힘들어졌다. 알 파힘 구단주의 막강한 자금력이 뚜렷한 실효성을 거두지 못할 가능성이 점점 짙어지고 있다.

Bonus] 맨시티와 에릭손 징크스의 관계

맨시티가 올 시즌에 부진하는 또 하나의 원인은 '에릭손 징크스' 때문일지 모른다. 지난 시즌 맨시티 사령탑을 맡았던 스반 예란 에릭손 현 멕시코 국가대표팀 감독이 탁신 전 구단주와 불화끝에 경질되자 팀 성적이 떨어진 것.

에릭손 징크스는 잉글랜드 대표팀에서 시작됐다. 에릭손 감독은 1994년 월드컵 본선 진출 실패와 1998년 월드컵 16강 탈락의 고배를 마신 잉글랜드 대표팀 사령탑을 맡아 2002년과 2006년 월드컵 8강 진출을 일궜다. 그러나 잉글랜드는 에릭손 감독에 이어 지휘봉을 잡은 스티브 맥클라렌 현 FC 트벤테 감독의 전술 부재에 따른 성적 부진에 시달리며 유로 2008 본선 진출에 실패하는 망신을 당했다. 에릭손 감독이 팀을 떠나면서 잉글랜드 대표팀 성적이 갑작스럽게 나빠진 것.

그런 에릭손 감독은 2007년 여름 맨시티 감독직을 맡아 2006/07시즌 리그 14위였던 팀을 9위로 끌어올린 것은 물론 올해의 페어플레이 팀 선정으로 유럽축구연맹(UEFA)컵 출전권 획득에 기여했지만 탁신 전 구단주와의 불화로 끝내 경질됐다. 팀의 전폭적인 선수 영입에 걸맞은 성적을 충족시키지 못했던 것이 경질의 주 이유였는데 문제는 에릭손 감독이 떠나면서 빅4 진입은 커녕 강등 위기에 놓이고 말았던 것.

공교롭게도 에릭손 감독의 후임 격인 맥클라렌 감독과 휴즈 감독은 ´무전술 감독´이라는 비아냥을 받은 것에 잉글랜드 출신, 알렉스 퍼거슨 맨유 감독의 제자라는 공통점이 있다. 에릭손 징크스가 ´맨시티 부진과 맞물려´ 설득력을 얻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By. 효리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