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경구 박해일 주연의 나의 독재자 후기 올립니다. 그동안 다수의 영화에서 많은 관객수를 기록시켰던 설경구가 김일성 대역으로 나오면서 '도대체 어떤 작품이야?'라고 궁금했던 분들이 적지 않을 겁니다. 제가 그렇게 느꼈거든요. 예고편을 놓고 보면 가족 영화 같은데 왜 김일성 대역으로 나왔는지 의문을 가졌습니다. 설경구 연기력 흥미롭게 느껴졌던 이유죠. 영화를 보고 나의 독재자 후기 올리면서 저의 마음속에 있던 의문이 풀리더군요.
나의 독재자 127분 분량의 영화입니다. 전반부에는 설경구가 김성근이라는 무명 연극 배우로 나오면서 박민수(박해일 아역, 김태식 역)와 함께 1974년 상황을 연기합니다. 후반부에는 김태식이 박민수에서 박해일로 바뀌면서 설경구가 망상증에 빠지며 자신이 김일성이 된 듯한 캐릭터 연기를 펼치죠.
[사진=나의 독재자 관람 인증샷 (C) 나이스블루]
영화 전반부와 후반부의 공통점은 설경구 연기력에 의존한다는 점입니다. 설경구가 출연하는 장면이 많으면서 그가 김일성 대역이 되는 과정이나 망상증에 시달리는 상황이 영화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합니다. 이 영화가 절정에 접어드는 과정이나 감동을 전하려고 하는 장면에서도 설경구 연기력 돋보이도록 시나리오가 짜여졌더군요. 대통령을 앞에 두고 김일성 대역을 멋있게 연기 하려는 설경구 연기력 잘한 것은 분명합니다. '이래서 설경구 영화는 믿고 볼 수 있다'는 생각을 가져볼 수 있죠. 주연 배우로서 확실한 임펙트를 심어줬죠.
나의 독재자 초반에는 설경구가 무명 연극 배우를 연기하는 모습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길거리에서 연극 포스터를 붙이거나 무대에서 대사를 제대로 말하지 못하며 더듬는 설경구 연기력 보면서 김성근이 과거에 어떤 인물이었는지 실감이 나더군요. 연극을 망치고 감독에게 폭언과 욕설을 들으면서 머리를 두들겨 맞는 설경구의 딱한 현실에 대하여 관람객 입장에서는 안타까움을 느끼기 쉬울 것입니다. 그가 다수의 영화 히트작을 만들어냈던 관록이 연기에서 묻어나더군요.
제가 봤을 때 나의 독재자는 '불편한 영화' 입니다. 영화가 안좋아서 불편한 것은 아닙니다. 영화에서 다루었던 1974년 상황이 암울하게 표현되었기 때문이죠. 설경구가 어떤 연극 오디션을 보러가면서 1차 합격했는데 2차 장소에 도착하자 군인들에게 얻어 맞습니다. 그 이후에는 고문을 당하더군요. 군사 독재 시절의 암울했던 현실이 나의 독재자 영화를 슬프게 다루었습니다. 설경구는 연극을 망친 것을 만회하려는 듯 오디션 합격을 위한 의지를 불태웠으나 하필이면 그 역할은 김일성 대역입니다. 남북정상회담 리허설 때문에 김일성 대역이 필요했는데 설경구가 김일성과 똑같은 인물이 되기 위한 과정이 영화 전반부에서 다루어집니다.
저는 이 영화가 변호인보다 더 불편하게 느껴졌습니다. 변호인은 1100만 관객을 돌파했던 좋은 영화였으나 그 당시의 시대적인 분위기 때문에 불편하게 봤던 사람들이 적지 않았을 겁니다. 나의 독재자에서는 그 느낌이 세게 전해집니다. 김일성 대역이 되어야 했던, 1994년에 이르러 김일성 캐릭터에서 벗어나지 못한 끝에 망상증 극복하지 못하고 병원을 드나드는 설경구의 모습이 안타깝더군요. 영화가 무겁지 않도록 재미를 주는 설정이 있으나 그 순간 뿐이었죠.
하지만 나의 독재자는 변호인과 달리 감동적이지 않았습니다. 설경구가 혼신의 힘을 다하면서 연기를 하는데 몰입에 방해되는 요소가 있었습니다. 그 부분은 자세하게 언급하지 않겠지만 결말로 접어들수록 뭔가 힘이 빠진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설경구 연기력에 많은 비중을 둔 것은 좋은데 후반부 어딘가에서 어긋나더군요. 설경구에 치우쳤던 영화의 특징이 후반부가 절정에 접어들 때 위력이 약해집니다. 축구로 치면 리오넬 메시에 의존하는 아르헨티나 축구 대표팀 같은 느낌이었죠. 아르헨티나는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메시 경기력에 치우친 경향을 나타내며 결승까지 올랐으나 끝내 우승에 실패했습니다. 나의 독재자가 딱 그런 느낌이었죠.
나의 독재자의 단점은 설경구 연기력만으로는 뭔가 부족했습니다. 시나리오부터 설경구 중심으로 전개되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으나 일부 캐릭터는 자신의 개성을 뚜렷하게 표현했으면 더 좋았다는 아쉬움이 들었습니다. 그나마 박해일이 후반부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잘 드러내면서 영화가 지루하지 않도록 연기하는 모습이 인상 깊어서 다행이었죠. 이 영화는 설경구 연기력 득과 실이 잘 드러났던 작품이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