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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박지성이 그리웠던 더비 카운티전



"나니 선수가 후반전에 보이지 않아요"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8일 오전 4시 45분(이하 한국시간) 잉글랜드 프라이드 파크서 열린 2008/09시즌 칼링컵 4강 1차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와 더비 카운티의 경기를 중계했던 후반 30분에 이러한 한 마디를 했습니다. 이날 왼쪽 날개로 풀타임 출장했던 ´박지성 경쟁자´ 루이스 나니가 부진을 면치 못한 것을 지적한 것이죠.

칼링컵의 유력한 우승 후보였던 맨유가 챔피언십리그(2부리그)에 속한 더비 카운티에 0-1로 패하는 이변의 희생양이 되었습니다. 전반 29분 커먼스의 결승 중거리슛 한 방에 무너지면서 지난해 11월 8일 아스날전(1-2패) 이후 2개월 만에 패배를 기록했죠.

특히 나니가 활약했던 왼쪽, 대런 깁슨이 활약했던 오른쪽에서는 ´산소탱크´ 박지성의 공백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나니와 깁슨은 좌우 측면에서 상대 수비진의 허를 찌르는 공격 기회를 만들지 못하는 등 주전 선수로서의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팀의 무득점 패배를 부채질 했습니다.

맨유와 더비 카운티전을 보면서 필자는 ´만약 박지성이 선발 출장했다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습니다. 박지성의 출장 여부를 떠나 이날 맨유의 공격은 ´처참하다´는 표현을 쓰고 싶을 만큼 평소 같지 않았죠. 맨유는 볼 점유율에서 더비 카운티에 47-53으로 밀렸으며 유효 및 전체 슈팅에서도 4-7, 13-14의 열세를 나타냈습니다. ´웰백-테베즈-루니-호날두-나니-깁슨´ 같은 공격 및 측면 자원들은 제 몫을 다하지 못하면서 골을 넣는데 실패했습니다.

맨유의 공격은 답답했습니다. 경기 초반 더비 카운티가 중원을 중심으로 하는 ´맹렬한´ 역습 공격을 펼친 이후부터 ´나니-스콜스-안데르손-깁슨´으로 짜인 맨유 미드필더들의 움직임이 위축됐습니다. 커먼스에게 골을 허용한 전반 29분 이후부터는 상대팀 미드필더들에게 공을 빼앗기거나 부정확한 패스 연결을 하는 문제점을 나타냈는데 특히 나니의 발에서 미스가 많이 속출됐습니다. 후반전에는 앞서 언급한 한준희 해설위원의 지적처럼 이렇다할 움직임이 눈에 띄지 않았죠.

이날 나니는 상대팀 선수들에게 여러차례 공을 빼앗겼을 뿐더러 부정확한 패스, 무리한 볼 끌기를 일관했고 그로 인해 팀의 공격 템포가 자주 끊어진데다 ´웰백-테베즈´ 투톱이 고립되는 문제점이 나타났습니다. 깁슨은 경기 경험 부족 때문인지 상대 수비진을 뚫는데 버거운 모습을 보인데다 움직임과 패스까지 활발하지 못했고요. ´스콜스-안데르손´ 조합이 중원에서 부진한 가운데 이들이 상대팀 선수를 위협할 수 있는 장면을 좀처럼 만들지 못하면서 퍼거슨 감독의 껌씹는 속도는 폭주 기관차처럼 빨라졌습니다.

특히 나니의 부진은 자신의 앞날에 어떠한 긍정적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올 시즌 EPL 선발 출장 2회에 그친 나니는 얼마전 맨유가 왼쪽 윙어 조란 토시치를 영입하면서 팀 내 입지에 가장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이번 경기에서 퍼거슨 감독의 확실한 눈도장을 받았어야 하나 제 역할을 소화하지 못하고 고개를 떨구고 말았습니다.

이로써 박지성은 더비 카운티전을 포함한 최근 2경기 연속 결장으로 12일 라이벌 첼시전 선발 출장이 유력해졌습니다. 이번 더비 카운티전에서는 결장했지만 만약 박지성이 출장했다면 지지부진했던 맨유의 측면 공격이 수월하지 않았을까 싶은 아쉬움이 들었습니다.

박지성의 가장 큰 강점은 상대팀 선수를 속이고 전방으로 치고드는 영리한 움직임과 공간 창출입니다. 상대팀 압박이 심할 때는 반칙을 얻어내며 프리킥 기회를 얻어낼 만큼 팀에 헌신하는 자세가 강한 편인데 오늘 맨유 미드필더로 뛰었던 ´나니-스콜스-안데르손-깁슨´은 무딘 움직임 때문에 동료 선수들의 골을 엮어내는 활약이 소극적이었죠. 그로 인해 ´웰백-테베즈-루니´같은 공격수들이 전방에서 고립되는 문제점을 나타냈고 결국 맨유는 더비 카운티전에서 단 한골도 넣지 못했습니다.

"박지성은 기동력이 좋고 투지가 왕성한 선수다. 선수가 모자랄 때 두 몫을 할 수 있는 주력을 가졌다"

북한 조선중앙TV는 지난달 21일 클럽 월드컵 결승전 후반전 경기를 녹화중계하며 박지성을 이렇게 극찬했습니다. 맨유에서 가장 이타적이고 자신보다 팀을 위해 한 발 더 뛰는 박지성의 꾸준한 경기력은 단연 군계일학이라 할 수 있죠.

박지성은 최근 2경기 결장과 함께 12일 첼시전을 위해 산소탱크를 충전했습니다. 첼시전은 맨유의 우승 희망 여부가 걸린 만큼 중요한 일전이라 할 수 있습니다. 4개월전 첼시 원정에서 통쾌한 선제골을 터뜨렸던 박지성이 지독한 아홉 수에서 벗어나 맨유 통산 10호골 그리고 맨유의 승리골을 넣을지 벌써부터 기대됩니다.



By. 효리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