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소 탱크' 박지성(27)은 다른 선수들과 분명 다르다. 명실상부한 유럽 최고의 클럽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일원으로서 자신의 가치를 4시즌 연속 빛낸 것을 비롯 여러 국제 경기서 맹위를 떨치며 국내 축구팬들이 가장 부러워하는 한국 축구의 대들보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박지성의 가치는 최근 맨유 경기에서 활짝 빛나고 있다. 프리미어리그에서 최근 7경기 연속 선발 출장을 거듭하며 '올 시즌 EPL 선발 2회에 그친' 루이스 나니를 벤치로 밀어내고 당당히 붙박이 주전으로 활약하고 있는 것. 더욱이 지난 9월 맨유 판타스틱4로 주목받던 루니-호날두-테베즈-베르바토프가 극심한 부진에 빠지거나 기복이 심한 경기력을 일관하여 팀 공격력 부진(최근 리그 4경기 2골)을 부추긴 것과 대조적으로 공수 양면에 걸쳐 맹활약을 펼쳐 팀 전력에 없어선 안될 선수로 떠올랐다.
'업그레이드' 박지성, 맨유 공격에 없어선 안될 버팀목
박지성은 최근 변화하는 자신의 모습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기존에는 빠른 문전 쇄도로 동료 선수들의 골 기회를 도와주는데 집중했지만 이제는 경기 흐름에 따라 이타적인 활약을 비롯 날카로운 슈팅을 통해 골을 시도하는 모습이 부쩍 늘어난 것이다. 문전 쇄도와 세컨볼 상황에서 골 기회를 창출하거나 측면 또는 중앙에 빠르게 자리잡아 슈팅을 시도하는 등 먹이를 노리는 맹수처럼 골을 넣으려는 본능에 눈을 뜬 것.
본래 박지성은 골을 비롯한 공격 본능이 출중했던 선수였다. 무명 시절 오른쪽 윙백과 수비형 미드필더를 오갔던 그는 거스 히딩크 감독의 조련 끝에 잠재적인 공격력을 인정받아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오른족 윙 포워드로 맹위를 떨치더니 이후 교토 퍼플상가와 PSV 에인트호벤에서 강력한 슈팅을 통해 골을 넣거나 어시스트를 기록했다. 그러나 2005년 여름 맨유 입단 이후 판 니스텔로이-루니-호날두 중심의 팀 공격을 보조하는 역할을 맡아 슈팅보다 전형적인 미드필더 역할에 주력했고 여기에 잦은 부상까지 겹쳐 골 본능이 무뎌졌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달라졌다. 지난 5월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결장이 약이 되었는지 '골이 부족하다'는 자신의 선입견을 이겨내기 위해 안간힘을 다하고 있는 것. 지난 9월 21일 첼시전 골 이후 '아홉 수(맨유 통산 9골)'에 빠졌음에도 최근 경기 종료 후 인터뷰를 통해 골 욕심을 나타내는 등 자신의 골 침묵에 개의치 않고 있다. 그럼에도 매 경기를 치를수록 조금씩 변신을 거듭중인 박지성이기에 언젠가 긍정적 여운을 남기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 것이다.
지난 14일 토트넘 원정 경기는 '예전의 박지성보다 진화했다'고 엄지 손가락을 치켜 세우기에 충분했다. 호날두-테베즈-베르바토프가 상대 수비수들의 집중 견제에 막혀 부진하고도 맨유가 유일하게 공격 활로를 개척했던 곳이 박지성이 위치한 오른쪽 측면이었기 때문. 박지성은 문전 중앙과 오른쪽 측면을 부지런히 누비며 상대팀 왼쪽 풀백 베누아 야수-에코토를 여러차례 뚫을 수 있었다. 자신의 위협적인 스루패스와 크로스는 이날 맨유의 가장 위협적이었던 공격 기회중 하나였다. 여기에 끊임없는 슈팅 기회로 상대팀 골문의 간담을 서늘케 하는 등 '이타'와 '이기'의 공존을 적절하게 섞었던 것. 더욱이 코너킥까지 전담하며 자신의 달라진 입지를 확인시키기도 했다.
박지성은 경기 종료 후, 맨유선수들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기로 유명한 <맨체스터 이브닝뉴스>로 부터 맨유 공격진 중에서 가장 높은 평점(7점)을 부여 받은것과 함께 "박지성이 긱스와 나니를 제치고 주전이 된 것은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높이 평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찬사까지 받았다. 이는 자신의 빛나는 가치가 현지 여론에서도 당당히 인정받고 있음을 의미하는 대목. 성실한 선수는 감독을 비롯한 모든 이들이 사랑한다는 축구의 진리를 그가 자신의 저력으로 알려준 것이다.
'우승 청부사' 박지성, 맨유 클럽 월드컵 우승 이끌 해결사!
최근 '상종가'에 힘입은 박지성이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 월드컵 출전을 앞두고 있다. 루니, 호날두 등 23명의 주축 선수들과 함께 15일 일본에 도착해 18일 오후 7시 30분 요코하마 스타디움서 감바 오사카(일본)과의 준결승전을 시작으로 대회에 임한다. 지구촌 축구팬들의 이목이 쏠릴 클럽 월드컵에서 박지성이 어떤 활약을 펼칠지 관심사.
이제는 더 이상 박지성의 선발 출장 자체를 의심하지 않아도 된다. 최근 맨유 공격진 중에서 가장 물 오른 활약을 펼친데다 골 넣는 본능을 되찾으며 매 경기 사력을 다해 뛰어다니고 있기 때문. '약팀 전용, 긱스 백업'에 심지어 '나니의 백업 멤버'라는 비아냥까지 받던 그는 올 시즌을 기점으로 '강팀에 강한 선발용'으로 거듭났기 때문에 클럽 월드컵 결승전에서도 당당히 선발 명단에 이름을 올릴 가능성이 커 보인다. 게다가 긱스-나니가 경쟁력을 잃자 자신의 입지가 부쩍 커진 상황.
더욱이 박지성은 2003년 피스컵을 시작으로 2007/08시즌 맨유의 더블 우승에 이르기까지 유럽 클럽팀 소속으로 총 9번 우승 멤버에 이름을 올린 '우승 청부사'였다. 그것도 팀의 주축 선수 자격으로 많은 우승 인연을 맺었으며 아시아 최초로 프리미어리그 우승 메달을 목에 거는 등(이나모토 준이치와 덩팡저우는 출전 경기 수 부족으로 우승 메달을 얻지 못했다.) 현존하는 아시아 선수 중에서 가장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고 있다. 유럽에 진출했던 역대 아시아 축구 선수 중에서 우승과 많은 인연을 맺은 선수 역시 박지성의 몫. 여기에 지난 10월 25일 에버튼전까지 30경기 연속 선발 무패 공식(26승4무)을 이어가는 등 맨유의 승리를 부르는 존재로 명성을 떨쳤다.
이러한 박지성의 진가는 클럽 월드컵에서도 위력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 공수 양면에서 자신의 몸을 던지며 철저한 팀 플레이를 하는 것은 물론 '적극적으로 변한' 자신의 슈팅으로 팀의 승리와 우승을 이끌 '해결사'로 도약할 절호의 기회를 맞았기 때문. 더욱이 일본은 자신의 프로 생활 첫단추를 끼운 곳이었고(2000~2003년 1월 1일 일왕컵 결승전, 교토 퍼플상가) 2005년 7월 맨유 입단 초기 시절 아시아 투어의 일환으로 일본에서 경기를 갖는 등 자신에게 뜻깊은 장소여서 누구보다 감회가 남다르다고 할 수 있다.
물론 클럽 월드컵은 만만한 경기가 아니다. 맨유는 2000년 브라질서 열린 클럽 월드컵에서 조3위(1승1무1패)로 예선 탈락한 경험이 있는데다 '이번 결승전서 맞붙을지 모를' 남미 챔피언 리가 데 퀴토(에콰도르)의 저력 역시 무시할 수 없는 부분. 이러한 여건 속에 박지성이 특유의 파이팅 넘치는 모습으로 팀의 우승을 이끄는 저돌적인 공격력을 발휘하면 세계 축구계를 매료시키는 '맨유 공격의 중요한 옵션'이자 '한국 축구가 배출한 아시아의 신화'로 발돋움할지 모를 일이다.
박지성에게는 이번 클럽 월드컵이 지난 5월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결장의 한을 '또 한번' 풀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9월 21일 첼시전 골을 통해 자신을 중요한 무대에 출장시키지 않았던 퍼거슨 감독의 판단이 틀렸음을 증명했다면 이제는 클럽 월드컵에서의 맹활약 및 골을 통해 '맨유에 없어선 안될 중심 선수'임을 퍼거슨 감독에게 각인시킬 필요가 있다. 맨유에 오랫동안 남고 싶다는 것이 그가 가장 바라는 희망사항이기 때문.
특히 박지성이 클럽 월드컵 '결승전' 무대에 서는 것은 한국 축구 역사에 영원히 기억될지 모를 역사라 할 수 있다. 그런 박지성이 최근 자신의 발전된 활약으로 세계 축구계를 유혹할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By. 효리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