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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맨유행 토시치, '박지성 경쟁자' 아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가 ´제2의 긱스´로 주목받는 세르비아 출신 윙어 조란 토시치(21, 파르티잔 베오그라드) 영입을 앞두고 있습니다.

맨유는 지난달 28일(이하 현지시간)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맨유가 토시치 영입을 위한 워크 퍼밋을 확보했다. 다만 1월 1일 이전까지는 (이적시장 규약상) 이적이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발표했습니다. 이에 잉글랜드 대중지 <타임즈>는 "토시치는 내년 1월 맨유에 입단할 예정이다. 라이언 긱스의 장기적인 대체자가 될 것이다"고 전망했는데 이는 겨울 이적시장이 개장하면 토시치의 영입이 이뤄진다는 것을 뜻합니다.

왼발잡이 토시치의 포지션은 왼쪽 미드필더이나 오른쪽 소화가 가능합니다. 지난해 유럽 U-21 선수권 대회에서 팀의 준우승을 이끌었고 올해 베이징 올림픽 본선 3경기 출전 및 A매치 12회 출전의 유망주죠. 2005년 프로에 데뷔했고 지난해 파르티잔으로 이적하여 57경기서 18골 넣으며 팀 공격의 중심으로 떠올랐습니다. 빠른 스피드와 날카로운 크로스, 빨랫줄같은 프리킥과 중거리슛을 자랑하는 선수죠.

토시치, 박지성 경쟁자 아니다

맨유가 이적 시장에서 영입하는 선수들의 면면을 보면 주로 어린 선수들을 데려와 대형 선수로 키우는데 일가견 있는 알렉스 퍼거슨 감도의 선호도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될성부른 떡잎을 앞세워 명문 자리를 유지하겠다는 것이 맨유의 의도죠. 내년 1월 맨유 입단 예정인 21세의 토시치 역시 그 예 입니다.

그런데 맨유가 최근 겨울 이적시장에서 영입했던 선수들의 특징은 '적응 어려움'을 겪었다는 점입니다. 2006년 1월에 영입한 파트리스 에브라와 네마냐 비디치는 동료 선수와의 호흡이 맞지 않은 문제점을 나타내 잦은 실수를 범했죠. 새로운 팀원들과 호흡할 수 있는 시간이 짧다보니(프리 시즌인 여름과 다르죠.) 실전에서 불안한 면모를 나타낸 것입니다.

이러한 문제점을 파악한 퍼거슨 감독은 이듬해 1월 36세(당시) 노장이었던 헨리크 라르손을 10주 임대 영입했는데 노련한 선수였기 때문에 적응 문제가 없었던 겁니다. 올해 1월에는 마누초 곤칼베스를 영입했는데 유럽 무대 적응 차원에서 그리스 클럽인 파나티나이콘스로 6개월 임대 보냈죠.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득점 1위 니콜라스 아넬카가 지난 1월 첼시 이적 이후 한동안 골 침묵에 시달렸던 것 처럼 최근 겨울 이적시장에서 EPL 빅4에 의해 영입된 선수가 적응 문제 없이 맹활약 펼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겨울 이적시장에서 대형 선수 이적이 많지 않은 이유 역시 마찬가지죠.)

그런 점에서, 토시치가 세르비아 대표팀과 파르티잔에서의 맹활약을 '곧바로' 맨유에서 이어간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맨유 스타일에 적응할 수 있는 시간을 얼마만큼 좁히느냐에 따라 자신의 입지가 달린 것이죠. 더구나 토시치의 나이가 아직 어리다는 점에서 '뚜렷한 오름세를 나타내는' 박지성의 자리를 위협할 선수라고 보기에는 어렵습니다. 다만 박지성이 맨유에서 오래 활약할 경우 토시치가 잠재적 경쟁자로 떠오를 수는 것이죠.

더욱이 박지성은 맨유 측면에서 유일하게 '믿을 수 있는' 존재입니다. 이미 루이스 나니는 벤치 멤버로 밀렸고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무리한 출전으로 인한 컨디션 저하로 들쑥날쑥한 활약을 펼치고 있습니다. 지난달 23일 아스톤 빌라전에서 경미한 다리 부상을 입었고 30일 맨체스터 시티전에서는 퇴장까지 당했죠. 반면 박지성은 평소 변함없는 맹활약을 앞세워 맨유 공격의 윤활유 역할까지 다하더니 최근에는 오른쪽에서도 자신의 가치를 빛내고 있습니다. 매 경기마다 '기복 없이' 꾸준한 활약을 펼치는 그는 토시치의 경쟁 상대라고 보기에 어렵습니다.

토시치vs나니, 퍼거슨 선택은?

한 가지 눈여겨 볼 것은, 맨유가 토시치를 영입하는 ´타이밍´ 입니다. 맨유는 긱스의 대체자 영입을 위해 지난해 5월말 포르투갈 출신 왼쪽 윙어 나니를 영입했는데 불과 1년 6개월 만에 또 다른 왼쪽 측면 미드필더를 데려오려는 것입니다. 긱스의 중앙 미드필더 전환에 따른 영입으로 해석할 수 있지만 그 시기가 빨랐던 것임엔 분명합니다.

퍼거슨 감독은 지난해 11월 11일 잉글랜드 일간지 <데일리 메일>을 통해 "현재 내 스쿼드의 구상은 긱스는 나니로 대체되는 것이다. 맨유는 나니의 영입을 위해 많은 돈을 투자했다"며 나니가 긱스의 자리를 물려받을 것이라고 공언했습니다. 그러나 나니는 퍼거슨 감독의 기대와는 달리 무리한 슈팅 난사와 공 끌기, 빠른 템포 조절 미숙이라는 단점이 개선되지 않아 ´박지성 맹활약과 맞물려´ 벤치 멤버로 밀렸죠.

맨유의 토시치 영입은 나니와 직접적 연관을 맺고 있습니다. 두 선수의 공격 성향이 서로 비슷하다는 것과 왼쪽 윙어라는 공통점에서 출전 경쟁이 불가피한 것이죠.

그런 토시치를 데려오려는 퍼거슨 감독의 의도는 두 가지로 나뉘어집니다. 첫째로 나니가 ´토시치 영입´이라는 자극을 받게끔 경기력을 끌어 올리도록 유도하려는 것이죠. 퍼거슨 감독은 2003년 호날두가 팀의 확고한 주전으로 자리잡을 수 있게 끔 올레 군나르 솔샤르와 데런 플래처를 오른쪽 윙어로 투입시켜 호날두의 경쟁심을 유발시켜던 전례가 있었습니다. 나니를 제2의 긱스로 키우고 싶다는 것이 퍼거슨 감독의 일년 전 계획이었기 때문에 이를 성공 시키겠다는 것이죠.

두번째는 감독 입장에서 나니가 성에 차지 않은 것일 수도 있습니다. 특히 포르투갈 출신의 카를로스 퀘이로스 전 수석코치가 팀을 떠나면서 나니의 입지는 지난 시즌과 엇갈린 희비를 나타낸 반면에 박지성은 거의 매 경기 선발 출장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나니가 경기에서 이렇다할 존재감을 심어주지 못해 토시치에게 눈을 돌렸다고 볼 수 있는 것이죠. 이는토시치 영입 시기가 빨랐다는 것과 맥락을 같이 합니다.

이미 토시치는 맨유 입단 절차를 밟고 있으며 ´박지성이 아닌´ 나니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가져다 줄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토시치를 영입하려는 퍼거슨 감독의 ´진짜´ 의도, 그리고 그가 긱스의 자리를 물려 받을 자격이 있는 선수인지는 좀 더 두고봐야 할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