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 캐논 축복렌즈(17-55mm)를 구입하면서 하고 싶었던 일이 있었습니다. 근사한 야경 사진을 찍고 싶었습니다. 기존의 번들렌즈(18-55mm)로는 퀄리티 높은 사진을 기대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보니 캐논 유저들의 많은 사랑을 받는 축복렌즈를 활용하고 싶었죠. 여의도 나들이와 진해 군항제, 부산 여행을 다녀왔을 때도 캐논 600D에 축복렌즈를 결합했습니다. 수많은 사진을 찍었는데 구입한 보람을 느끼더군요.
여행에서 돌아온 이후에는 축복렌즈로 야경 사진을 찍어보고 싶었습니다. 어느날 서울 도심 어딘가에서 스케줄이 있어서 그 근처에 있는 숭례문의 야경을 찍어보기로 했죠. 캐논 600D에 축복렌즈를 들고 숭례문으로 향했습니다. 이때가 저녁 11시 무렵입니다.
F2.8에서 촬영했던 사진입니다. ISO 감도는 3200, 노출 시간은 1/80초에 해당되며 숭례문 초점이 잘 보였습니다. 조리개가 번들렌즈에 비해서 좋다보니 야경에서 사진이 잘 찍힌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아쉬운 것은 사진 촬영 위치였습니다. 숭례문 정면이 아닌 외곽에서 찍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저녁 11시라서 날씨가 추웠고 대중교통이 끊길까봐 이곳에서 오랫동안 머무를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한곳에서만 찍게 되었죠.
이 사진은 F를 5.6으로 맞추고 찍었습니다. 2.8이 아님에도 사진이 괜찮게 잘 나왔네요.
이번에는 광각 기능을 확인하고 싶었습니다. 크롭바디라서 뚜렷한 광각 효과를 기대하기에는 무언가 부족했지만 '그럼에도 번들렌즈보다 좋겠지?'라고 생각했습니다. 일단은 F 5.6, 초점거리 21mm, ISO 3200 상태에서 찍어봤습니다. 하지만 초점거리가 17mm가 아니라서 그런지 광각 기능이 살아나지 않았습니다. 광각은 역시 1mm의 차이가 크다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그래서 초점거리를 17mm, F 2.8로 변경한 상황에서 찍었습니다. 초점도 새롭게 잡았고요. 그랬더니 사진이 이렇게 나오더군요. 광각 기능이 은근히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저의 의도와는 달리 주변에 있는 표지판들이 사진에 양 옆으로 노출됐습니다. 뷰파인더 아이피스에서는 잘 안보였는데 사진을 찍고 나니까 보이더군요. 다른 위치에서 촬영했으면 좀 더 좋은 사진을 찍었을 텐데 아쉽습니다.
이번에는 사진을 조금 크롭했습니다. 표지판이 또 보여서요. 사진은 괜찮게 나왔네요. 자동차들이 지나다니는 모습이 노출되었으나 서울 도심이라 교통량이 많다보니 어쩔 수 없죠. 오히려 지나다니는 차들이 적어서 다행이었습니다.
실제로는 이런 상황일 때가 많았죠.
F 2.8로 다시 촬영했던 사진입니다. ISO가 2500, 노출 시간은 1/60초였으며 크롭을 했습니다. 아까전에 찍었던 사진과 똑같이 나오더군요. 날씨가 춥고 지하철로 빨리 이동해야 하는 상황이라 더 이상 사진 촬영은 못했습니다. 좀 더 좋은 위치에서 촬영했으면 더 좋았는데 말이죠.
숭례문 야경을 찍어봤더니 축복렌즈가 괜찮았습니다. 하지만 퀄리티 높은 사진을 기대하고 싶다면 600D 같은 크롭바디 또는 보급기보다는 고급용 바디가 더 좋다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그런 바디를 구입하려면 대략 300만 원 정도의 지출이 불가피하고요. 많은 돈을 쓰기 부담스럽다면 600D 같은 크롭바디도 나쁘지 않죠.(이제는 700D가 나오게 되었지만) 한편으로는 제가 장비병에 빠지지 않을까 걱정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