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의 2014시즌 메이저리그 첫 등판 일정이 확정됐습니다. 한국 시간으로 23일 오전 11시 호주 시드니 크리켓 그라운드에서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전에 출격할 예정입니다. 클레이튼 커쇼에 이어 팀의 2선발로서 호주 개막 2연전에 나서게 됐죠. 당초 기대를 모았던 호주 개막전 1선발이 되지 못했으나 개막전 다음날에 경기를 또 치릅니다. 이번 등판은 호주에서 메이저리그 경기에 출전하는 경험에 의미를 두게 됐습니다.
우선, 커쇼가 호주 개막전 1선발을 맡은 것이 의외입니다. 최근 시범 경기 부진으로 개막전 등판에 부담을 느낄 수도 있었으나 팀의 1선발이자 메이저리그 최고 투수라는 상징성에 의해 개막전에 나서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호주 등판을 통해 지난 시즌 사이영상을 달성했던 기세를 되찾을지 주목됩니다.
[사진=류현진 (C) LA다저스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losangeles.dodgers.mlb.com)]
이 글에 공감하면 추천해주세요. 손가락 버튼 누르시면 됩니다.
류현진의 호주 등판 전망은 낙관적이지 않습니다. 2013시즌 애리조나전에서 다섯 번 선발 등판했으나 1승 2패 평균 자책점 4.65를 기록했습니다. 4월 13일 애리조나 원정 이후 네 차례 연속 승리 투수를 달성하지 못했으며 9월 12일과 9월 17일 경기에서는 패전 투수가 됐습니다. 마지막 대결이었던 9월 17일 경기는 8이닝 동안 2안타 1볼넷 2실점을 허용했음에도 1회말 폴 골드슈미트에게 투런 홈런을 맞았던 것이 뼈아팠습니다. 여기에 타선 부진이 따르면서 아쉽게도 패전 투수가 되었죠. 참고로 골드슈미트는 류현진 천적으로 알려진 인물입니다.
애리조나와의 3월 23일 경기가 호주에서 낮에 치러지는 것도 류현진에게 부담입니다. 지난 시즌 낮보다는 야간 경기에서 더 강한 모습을 보여줬으니까요. 가장 큰 부담은 미국과 호주를 왕복하는 장거리 비행과 시차 적응이 아닐까 싶습니다. 다른 선수들에 비해서 지구 반대편을 비행기로 이동했던 경험이 있었으나(시즌 종료 후 한국에서 휴식을 취하기 때문) 어느 선수든 비행기를 통한 장거리 이동이 반갑지 않을 것입니다. 축구 선수 박지성이 과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시절에 장거리 비행을 마친 뒤 소속팀에서 컨디션 저하 또는 부상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시절을 떠올리면 이해가 쉬울 것입니다.
이 대목에서 '호주에서 메이저리그가 개최되는 이유가 뭘까?'라고 궁금하신 분들이 있을 것입니다. 메이저리그는 미국의 프로야구 경기니까요. 그럼에도 호주에서 개막전이 열리는 이유는 메이저리그의 마케팅 강화 차원입니다. 미국 사람들만 메이저리그를 보지 않기 때문이죠. 한국과 일본을 비롯한 다른 나라 야구팬들도 메이저리그를 봅니다. 주로 TV를 통해서 말이죠. 하지만 TV는 현장에서 경기를 볼 때에 비해 생동감이 떨어집니다. 그래서 메이저리그가 미국 이외의 나라에서 공식 경기를 개최하며 다른 나라 팬들을 끌어들이는 마케팅 전략을 취하게 됐습니다.
호주에서만 메이저리그가 열렸던 것도 아닙니다. 일본, 멕시코, 푸에르토리코에서 메이저리그 개막전이 개최되었던 전례가 있었죠. 이러한 흐름이라면 언젠가 한국에서 메이저리그 경기가 펼쳐질 날이 올지 모릅니다. 과연 그 날이 올지는 지켜봐야겠지만 류현진과 추신수 같은 한국인 메이저리거들이 끊임없이 좋은 활약 펼치면 가능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듭니다.
다른 스포츠도 해외에서 공식 경기가 열렸던 전례가 있었습니다. 축구에서는 이탈리아 슈퍼컵이 2009년과 2011년에 걸쳐 중국에서 치렀던 경험이 있습니다. 중국에서 세리에A를 좋아하는 축구팬이 많다보니 세리에A 사무국이 중국팬들을 위해 이탈리아 슈퍼컵을 그곳에서 진행했습니다. 유럽 빅 클럽의 해외 투어와는 다른 성격의 경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슈퍼컵은 팀의 우승이 걸려있는 경기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