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치 올림픽에서는 한국 선수단의 성적이 예년보다 좋지 않았습니다. 금은동메달을 각각 1개씩 획득하며 종합 17위를 기록했습니다. 이대로는 10위권 이내 진입이 힘들 것 같습니다. 하지만 소치 올림픽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한국 선수의 금메달이 기대되는 종목이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남자 스피드스케이팅의 간판 스타 이승훈이 10000m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올림픽 2연패에 성공할지 관심을 끕니다.
이승훈은 한국 시간으로 18일 저녁 10시부터 시작되는 남자 스피드스케이팅 10000m에 출전할 예정입니다. 이 종목에서는 총 14명의 선수가 출전하는데 이승훈은 마지막 조에 속하는 7조에 배정됐습니다. 그런데 7조 경쟁자가 만만치 않은 인물입니다. 그동안 5000m와 10000m에서 세계 정상급 기량을 과시했던 스벤 크라머(네덜란드)와 함께 빙판을 질주하게 됐습니다. 부담스러운 상대와 레이스를 펼치게 되었죠.
[사진=이승훈은 소치 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0000m에서 스벤 크라머와 함께 7조에 편성됐다. (C) 국제빙상경기연맹(ISU) 공식 홈페이지(isu.org)]
이 글에 공감하면 추천해주세요. 손가락 버튼 누르시면 됩니다.
이승훈은 2010 벤쿠버 올림픽 10000m 금메달 리스트입니다. 12분 58초 55의 올림픽 신기록을 세우며 세계 정상에 올랐습니다. 그런데 이승훈보다 더 빠른 기록으로 결승선에 도착했던 선수가 바로 크라머였습니다. 당초 기록은 12분 54초 50이며 이승훈보다 약 4초 정도 앞섰습니다. 하지만 코치의 사인 실수에 의해 아웃코스로 들어가야 하는 상황에서 인코스로 접근하면서 결국 실격 처리됐습니다. 금메달은 크라머가 아닌 이승훈에게 향하게 되었죠.
만약 네덜란드 코치의 실수가 없었다면 크라머는 5000m에 이어 10000m에서 금메달을 땄을 것이며 이승훈은 은메달을 획득했을 겁니다. 예상치 못한 돌발 상황이 이승훈에게 엄청난 행운이 찾아왔죠. 4년 뒤 소치 올림픽 5000m에서는 크라머가 2연패를 달성하며 이승훈과의 맞대결에서 이겼습니다. 그것도 올림픽 신기록(6분 10초 76)을 새롭게 경신하며 반드시 좋은 성적 거두겠다는 의욕을 과시했습니다. 반면 이승훈은 12위(6분 25초 61)에 머무르며 크라머를 넘지 못했죠.
얄궂게도 크라머는 1500m 출전을 포기했습니다. 10000m 금메달 획득을 위한 일종의 숨고르기나 다름 없습니다. 벤쿠버 올림픽때의 악몽을 극복하겠다는 의지를 읽을 수 있습니다. 분명히 이승훈을 이기고 싶어할 겁니다. 4년 전 올림픽 금메달 주인공이 이승훈이니까요. 그런데 두 선수가 함께 7조에 배정됐습니다. 이승훈이 이번 대회 5000m 부진을 만회하고 싶을 것이며 크라머는 벤쿠버 올림픽 10000m 실격의 아픔을 잊고 싶어할 것임에 틀림 없습니다. 두 선수 모두 10000m 금메달을 향한 동기부여가 충만할 것입니다.
한 가지 눈여겨 볼 부분은 '이승훈 vs 크라머' 승자가 금메달을 장담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밥 데 용과 요리트 베르스마(이상 네덜란드)가 각각 5조에 6조에 포함됐습니다. 두 선수 모두 크라머와 더불어 네덜란드 장거리의 간판 스타입니다. 밥 데 용은 올해 38세의 노장으로서 국제 경험이 풍부하며 베르스마는 지난해 종목별 세계선수권대회 10000m 우승자입니다. 이 대회에서는 크라머가 2위, 이승훈이 4위에 이름을 올렸죠. 이번 대회 남자 종목에서 네덜란드 선수들의 강세가 돋보였던 흐름이라면 밥 데 용과 베르스마도 금메달 경쟁력이 있다고 봐야 합니다.
이승훈은 2013/14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스피드스케이팅 월드컵 3차 대회 10000m에서 5위(13분 20초 94)를 기록했습니다. 1위였던 크라머(13분 02초 38)에 비하면 약 18초 정도 모자랐습니다. 소치 올림픽 10000m에서는 그보다 더 좋은 성적을 나타내며 크라머와의 맞대결에서 이길지 주목됩니다. 크라머가 만만치 않은 선수인 것은 분명하나 이승훈 입장에서는 그를 이겨야 금메달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 과연 10000m 금메달이 누구에게 향할지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