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몇 개월전까지 율리아 리프니츠카야라는 러시아 피겨스케이팅 여자 선수를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습니다. 글을 쓰는 저도 이 선수가 누구인지 잘 몰랐고요. 개인적인 추측이지만 평소 피겨스케이팅 좋아했던 분들도 이 선수를 잘 안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지 않았을거라 봅니다. 알고 있는 분들 중에는 아마도 10대 중반의 러시아 유망주라는 인식이 더 강하지 않았을까 싶네요. 이 선수는 올해 나이가 16세입니다.
그렇다고 리프니츠카야가 철저한 무명 선수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지금까지 주니어 대회에서 이름값을 떨치며 앞날의 밝은 미래를 기약했죠. 그러더니 캐나다에서 펼쳐졌던 지난해 10월 27일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스케이팅 그랑프리 시리즈 2차 대회에서 우승했습니다.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 점수를 포함하여 총 198.23점을 얻으면서 2위 스즈키 아키코(193.75점, 일본)를 이겼습니다. 아키코의 당시 나이가 28세라는 점에서 리프니츠카야의 기량이 성인 무대에서 경쟁력이 강하다는 것이 입증됐습니다.
[사진=율리아 리프니츠카야 (C) 소치 올림픽 모바일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m.sochi201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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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가 지난해 가을 발등 부상을 당하지 않았다면 '김연아 vs 리프니츠카야'의 맞대결은 더 빨리 이루어졌을 겁니다. 당초 김연아는 그랑프리 시리즈 2차 대회(캐나다)와 5차 대회(프랑스)에 출전할 예정이었으나 부상에 의해 참가를 못했습니다. 그래서 2차 대회에서 리프니츠카야와 맞붙지 못했죠.
얼마전에는 리프니츠카야가 "김연아를 보고 싶다"고 밝히면서 국내 여론의 눈길을 끌었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리프니츠카야의 자신감이 높다는 뜻으로 받아들였으나 실제로 그녀가 김연아와 맞대결 펼쳤던 적은 없었습니다. 올림픽 선전을 꿈꾸는 유망주 입장에서 김연아를 보고 싶은 마음은 당연했다고 봅니다. 이 부분 때문에 리프니츠카야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것은 저의 생각이지만 무리인 것 같아요.
리프니츠카야는 지난해 11월 23일 GP 로스텔레콤 컵 2013에서 현재 세계랭킹 1위 카롤리나 코스트너(이탈리아)를 제치고 우승하는 쾌거를 이루었습니다. 190.80점을 얻으며 190.12점의 코스트너를 극적으로 이겼죠. 김연아(한국) 아사다 마오(일본)가 출전하지 않았던 대회라서 국내 여론의 주목을 끌었던 대회는 아니었던 것으로 회자됩니다.
그녀의 오름세는 지난해 12월 ISU 피겨 그랑프리 파이널 여자 싱글에서도 이어졌습니다. 1위 아사다(204.02점)에 이어 2위(192.27점)를 기록했죠. 비록 우승하지 못했으나 당시 15세의 나이에 아사다에 버금가는 연기력을 과시한 것이 눈에 띱니다. 올해 1월 유럽피겨선수권대회에서는 200점을 넘기면서 1위를 차지했습니다. 쇼트프로그램 69.97점, 프리스케이팅 139.75점으로 총 209.72점을 기록했습니다. 16세의 나이에 200점을 넘기며 역대 최연소 우승을 달성한 것은 대단한 일이죠. 이 대회를 기점으로 소치 올림픽 메달 기대주로 거론됐습니다.
그리고 소치 올림픽 단체전에서 일을 내고 말았습니다. 쇼트프로그램 72.90점, 프리스케이팅 141.51점으로 각각 1위를 기록했으며 총 214.41점 얻으며 러시아의 금메달을 공헌했습니다. 214.41점만을 놓고 보면 개인전 금메달을 바라볼 수 있는 경쟁력을 확보했습니다. 실제 경기력에 비해서 점수가 너무 높게 책정된 것이 아니냐는 외부의 시각도 있으나 개인전에서 리프니츠카야를 향한 개최국 이점이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나타났습니다. 이렇게 되면 개인전 금메달이 김연아에게 향할지 아니면 리프니츠카야에게 돌아갈지 알 수 없게 됩니다.
리프니츠카야는 최근 급성장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16세의 나이에 성인 무대에서 1위를 달성하는 레벨로 성장했습니다. GP 로스텔레콤 컵 2013에서 코스트너를 이겼다면 소치 올림픽 단체전 쇼트프로그램에서는 아사다를 제압했습니다. 이미 세계랭킹 1~2위를 이긴 경험이 있습니다.(아사다는 세계랭킹 2위) 이제는 소치 올림픽 개인전에서 김연아와 맞붙게 됐습니다. 누가 이길지 알 수 없으나 리프니츠카야가 개인전 최고의 복병인 것은 분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