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훈은 모태범, 이상화와 더불어 한국 스피드 스케이팅의 간판 주자다. 2010 벤쿠버 올림픽에서 금메달 1개, 은메달 1개를 목에 걸었던 것. 당시 남자 10000m에서 12분 58초 55로 올림픽 신기록을 세우며 금메달을 따냈으며 남자 5000m에서는 6분 16초 95를 나타내며 은메달을 획득했다. 쇼트트랙에서 스피드 스케이팅 선수로 전향한지 1년 만에 장거리 종목에서 세계 정상급 기량을 과시하며 한국 빙상의 위상을 높였다.
2014 소치 올림픽에서는 5000m 금메달과 10000m 올림픽 2연패에 도전한다. 두 종목에 팀 추월을 포함하여 총 3개 종목에 출전할 예정이며 한국의 메달 획득에 기여할 것으로 주목된다. 그중에 금메달을 따내는 종목이 있을지 모른다. 그가 벤쿠버에 이어 소치에서 세계를 제패하며 시상대 맨 위에서 애국가를 듣게 되기를 국민들이 원할 것이다.
[사진=이승훈은 소치 올림픽 남자 5000m에서 13조에 배정됐다. 10조에는 스벤 크라머가 속했다. (C) 국제빙상연맹(ISU) 공식 홈페이지 캡쳐(isu.org)]
이승훈 경기 일정은 이렇다. 한국 시간을 기준으로 8일 오후 8시 30분에 시작되는 5000m에서 김철민과 함께 출전한다. 마지막 조에 속하는 13조에 배정되었으며 독일의 파트리크 베커트와 함께 기록 경쟁을 하게 됐다. 금메달 경쟁자로 꼽히는 네덜란드의 스벤 크라머는 10조, 김철민은 4조에 속했다. 이승훈은 우리나라의 금메달 기대주 중에서 처음으로 경기에 임하며 한국의 첫 금메달 소식을 전해줄지 주목된다. 열흘이 지난 18일 오후 10시에는 10000m에 출전할 예정이며 21일 오후 10시 30분에는 팀 추월 8강에 나선다.
현 시점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종목이 5000m다. 벤쿠버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따냈던 종목이나 소치 올림픽 금메달 획득 여부는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 경쟁자 크라머가 2연패를 노리는 종목이기 때문. 크라머는 국제빙상연맹(ISU) 2013/14시즌 월드컵 1~3차 대회 5000m에서 모두 우승했으며 총 300포인트를 얻어 이승훈(230포인트, 3위)과의 격차를 벌렸다. 5000m 역대 최고 기록은 6분 03초 32이며(2007년 11월 17일) 이승훈의 6분 07초 04(2013년 11월 10일)보다 더 우세하다. 돌발 변수가 없다면 크라머의 금메달이 유력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크라머는 벤쿠버 올림픽 10000m에서 코스 위반 실격으로 이승훈에게 금메달을 허용했다. 이승훈보다 4초 먼저 10000m를 통과했음에도 코치 실수에 의해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선수 본인은 그때의 불운을 소치 올림픽에서 겪고 싶어하지 않겠지만 스피드 스케이팅에서는 예상치 못한 변수가 벌어질 여지가 있다. 또한 이승훈이 3개월전에 세웠던 개인 최고 기록은 벤쿠버 올림픽때에 비해 약 8~9초 정도 단축됐다. 기록만을 놓고 보면 4년 전보다 더 좋아졌다. 다만, 5000m에서는 크라머의 강세가 유난히 돋보였다.
이승훈은 10000m에서 올림픽 2연패에 도전한다. 이 종목도 크라머의 경쟁력이 만만치 않으나 4년 전 금메달을 따냈던 이승훈의 경험도 무시하기 어렵다. 만약 5000m에서 금메달 획득에 실패하면 10000m에서 2연패 달성을 위해 혼신의 힘을 쏟아야 한다. 10000m는 크라머가 강세인 것이 사실이다. 2007년 3월 10일에 12분 41초 69로 세계 신기록을 경신했으며 지금도 그 기록이 깨지지 않고 있다. 그 이후에도 10000m에서 우수한 기량을 과시하며 정상에 올랐던 경험이 있다. 이승훈이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내려면 반드시 크라머의 벽을 넘어야 한다.
아울러 이승훈은 팀 추월에서 김철민, 주형준과 함께 한국의 메달 획득에 도전한다. 충분히 가능성은 있다. 2013/14시즌 월드컵 1~2차 대회 3위, 4차 대회 2위를 기록하며 국제 경쟁력을 키웠다. 과연 이승훈이 소치 올림픽 스피드 스케이팅 장거리 부문을 빛낼지 많은 사람들은 그의 금메달을 원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