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안현수(러시아 명 : 빅토르 안)가 2011년 12월 러시아에 귀화하지 않았다면 2014 소치 올림픽 참가가 불발되었을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어쩌면 많은 사람들은 안현수를 2006년 토리노 올림픽에서 3관왕을 달성했던 스타로만 인식하겠죠. 안현수는 2010년 벤쿠버 올림픽 출전 불발과 부상, 소속팀 해체에 이르기까지 시련의 나날을 거듭했습니다. 러시아로 떠나지 않았다면 지금쯤 한국의 쇼트트랙 선수로서 소치 올림픽 금메달 기대주로 주목을 끌었을지 의문입니다.
안현수 귀화 이유를 잘 모르는 분이라면 그를 싫어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국 대표였던 선수가 왜 러시아 대표로 올림픽에 나오냐?'는 의문을 품으며 안현수에 호감을 느끼지 않을 수도 있겠죠. 하지만 한국의 많은 사람들은 안현수가 소치 올림픽에서 금메달 받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한국 출신의 러시아 대표팀 선수가 한국 선수를 제치고 올림픽 시상대 맨 위에 올라서는 모습을 기대하는 분위기가 강합니다.
[사진=안현수 (C) 러시아 빙상협회 공식 홈페이지 메인(russkating.ru)]
안현수 유럽선수권 4관왕 달성으로 화제를 모았던 지난 20일(한국시간)에는 영국 공영방송 <BBC> 인터넷판에 눈길을 끄는 기사가 등장했습니다. 오는 2월 7일 개막하는 소치 올림픽에서 개최국 러시아의 올림픽 금메달 희망이 될 10명이 선정됐습니다. 이번 올림픽에서는 러시아의 강세가 예상되며 BBC의 주목을 받았던 선수들이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것으로 예상됩니다. 9번째로 소개된 인물이 안현수였습니다. 'Viktor Ahn, short-track'이라는 소제목으로 말입니다.
BBC에 따르면 "한국 대표팀 선수단을 떠났던 빅토르 안은 러시아 시민권을 받은 후 개최국 소치 올림픽 참가를 위해 러시아 올림픽 팀에 포함될 수 있었다. 빅토르 안은 한국 빙상협회의 지원 부족을 이유로 러시아로 떠났다고 주장했다. 그는 팀 내 갈등으로 2010년 벤쿠버 올림픽 출전 자격을 얻지 못했다"고 언급했습니다. 안현수 귀화의 주요 원인이었던 파벌 문제가 BBC의 해당 원문는 '한국 빙상협회 지원 부족', '팀 내 갈등'으로 풀이되었던 것이죠.
이어 BBC는 "그의 이전 경력에서는 안현수(그의 이름이 러시아 여권을 받기 이전을 말함)라는 이름으로 2006년 올림픽에서 3개의 금메달과 1개의 동메달을 획득했던 가장 성공적인 운동 선수였다. 그리고 가장 뛰어난 쇼트트랙 선수 중 하나였다"며 안현수의 토리노 올림픽 시절의 활약상을 언급했습니다.
안현수 파벌 문제에 대해서는 안타깝습니다. 일본 국적의 이종격투기 선수 추성훈(일본명 : 아키야마 요시히로)도 예전에 어느 모 TV 예능 프로를 통해서 파벌 때문에 한국에서 일본으로 떠났다고 밝혔던 전례가 있었죠. 어느 대학교 출신이냐에 따라 유능한 선수도 차별받는 것이 한국 스포츠의 어두운 현실입니다. 대학교 출신만 파벌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다른 종목에서도 또 다른 형태의 파벌 논란이 불거졌죠. 일례로 남자 축구 대표팀은 지난해 국내파-해외파 파벌 문제가 미디어에서 거론되기도 했죠.
특히 안현수가 처했던 어려움이 BBC 같은 외국의 공신력 높은 언론사에서 거론된 것은 '한국 스포츠가 이제는 달라져야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게 됩니다. 더 이상 안현수 같은 사례가 없도록 운동 선수들이 운동에 전념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합니다.(다른 종목 사례지만 박은선 성별논란이 떠오르네요.) 적어도 대표팀 선수 선발에 있어서 실력이 우선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경기력이 뛰어난 선수들이 오랫동안 국제 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인프라 확장도 중요한 일이고요. 이러한 면에서 한국 스포츠의 내실이 더욱 튼튼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