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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맨유 빅4 탈락, 점점 현실화되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의 성적 부진이 멈출 줄 모르고 있다. 15라운드가 끝난 현재까지 6승 4무 5패(승점 22)로 9위를 기록중이다. 최근에는 시즌 초반 부진을 극복할 것이라는 기대감과 정반대로 4경기 연속 무승(2무 2패)에 시달렸다. 카디프 시티 원정과 토트넘 원정에서 모두 2-2로 비겼더니 올드 트래포드에서 치렀던 에버턴전과 뉴캐슬전에서는 모두 0-1로 패했다. 최근 홈에서 그것도 빅6가 아닌 팀을 상대로 2연패를 당한 것은 예전의 퍼거슨 체제에서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맨유는 4위 맨체스터 시티(9승 2무 4패, 승점 29)에 승점 7점 차이로 뒤쳐졌다. 지역 라이벌보다 2경기를 더 이겨도 4위권 진입이 어렵다. 이제는 많은 승점 획득을 위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그러나 지금의 맨유는 전력 상승 요소가 뚜렷하지 않다. 점점 악재가 쌓이는 상황. 벌써 최종 성적을 예상하는 것은 무리지만, 지금 분위기라면 빅4 탈락이 현실화 될 수도 있다.

 

 

[사진=뉴캐슬전 0-1 패배를 발표한 맨유 공식 홈페이지 (C) manutd.com]

 

지난 주말 올드 트래포드에서 펼쳐졌던 뉴캐슬전 0-1 패배는 맨유의 현실이 제대로 반영됐다. 경기 시작부터 맨유의 후방 옵션들이 뉴캐슬의 전방 압박에 시달리자마자 빌드업에 어려움을 겪었다. 원활한 공격 전개가 이루어지지 못하면서 중원 장악이 어려움을 겪었고 판 페르시-에르난데스 투톱이 동시에 고립됐다. 낮은 패스를 활용한 공격이 숨통을 틔우지 못하자 종종 롱볼이 올라왔으나 뚜렷한 성과는 없었다. 뉴캐슬 공격 옵션들의 압박에 의해 기선 제압을 당하면서 상대 팀에게 주도권을 허용했다.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 챔피언이 맞는지 의심되는 졸전이었다.

 

특히 탈압박이 부족했다. 개인 기술로 뉴캐슬 선수의 견제를 극복하거나 주변 동료 선수와의 패스를 통해 공격 활로를 개척하는 시도가 전체적으로 눈에 띄지 못했다. 전방 압박이 강조되는 현대 축구의 흐름을 놓고 봤을 때 맨유의 전술적 대응이 좋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오히려 전방 압박은 데이비드 모예스 감독이 공격 옵션들에게 강조했던 부분이었다. 모예스 체제는 퍼거슨 체제와 달리 공격 옵션들이 수비 전환시 상대 수비수에게 압박을 가하며 볼을 탈취하려는 시도가 늘었다. 에버턴 지휘 시절에도 이랬다. 그런데 뉴캐슬전에서는 상대 팀에게 역이용 당하고 말았다.

 

모예스 체제 공격의 특징은 측면에서 크로스가 많다. 뉴캐슬전도 그랬다. 중앙에서 공격이 지지부진하자 루이스 나니, 아드낭 야누자이 같은 좌우 윙어의 크로스를 통해 공격의 돌파구를 찾았다. 하지만 두 윙어의 크로스는 정확도가 약했다. 그나마 야누자이의 날카로운 패스를 통해 공격의 활로를 찾으려는 노력이 돋보였으나 결과적으로 1골도 얻지 못했다. 그보다 더 큰 문제는 공격이 단조롭다. 이날은 웨인 루니가 결장하면서 공격 패턴의 문제점이 더욱 두드러졌다. 예전의 에버턴 경기가 잘 안풀렸을 때를 떠올리게 된다.

 

맨유는 팀으로서 완성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유기적인 패스를 통한 공격 전개와 득점 창출의 위력이 꾸준하지 못하며 때때로 수비 집중력이 흐트러지면서 기습적인 실점을 허용 당한다. 모예스 감독이 팀을 잘 이끌지 못했음을 알 수 있다. 아무리 몇몇 선수들의 경기력이 저조해도 그들이 본래의 경기력을 회복하거나 새로운 장점을 키워주는 것이 감독의 역할이다. 지금의 맨유는 모예스 감독의 신뢰에 힘을 얻으며 절정의 기량을 발휘하는 인물이 야누자이 말고는 없다. 하지만 야누자이는 이 문단에서 말하는 슬럼프에 빠졌던 유형이 아닌 올해 18세의 떠오르는 유망주다.

 

누군가는 '루니와 판 페르시가 함께 뛰는 경기가 많으면 달라지겠지'라며 맨유의 오름세를 기대할 것이다. 그러나 두 선수의 비중이 큰 것이 맨유에게 문제다. 심지어 판 페르시는 모예스 감독 부임 이후부터 다시 부상이 잦아졌다. 루니-판 페르시와 더불어 많은 공격 포인트를 안겨줄 또 다른 공격 옵션의 등장이 필요하나 하비에르 에르난데스와 카가와 신지의 폼은 지난 시즌보다 더 안좋다. 그나마 카가와는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분발했으나 유독 프리미어리그에서는 상대 팀 압박에 버거운 모습을 보였다. 커뮤니티 실드와 각종 대회를 포함한 올 시즌 11경기에서 공격 포인트가 없었다. 스탯 귀신으로 불렸던 도르트문트 시절과 대조적이다.

 

맨유의 유일한 이적생 마루앙 펠라이니 영입 성과도 현재까지는 미미했다. 팀 전력의 구심점이었던 에버턴 시절과 달리 아직까지 최상의 경기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중이다. 여전히 맨유에서 수비형 미드필더로 기용되어야 할지 아니면 공격형 미드필더, 중앙 미드필더, 공격수로 변신해야 하는지 포지션 문제가 정리되지 않았다.

 

이렇게 맨유는 불안 요소가 여럿 있다. 앞으로 성적이 좋아질지 아니면 지금과 변함없을지 알 수 없으나 이대로는 안된다. 아스날과 첼시가 한때 4위권 바깥으로 처지면서 빅4 탈락 위기에 시달렸던 전례가 있었으나 이제는 맨유에게 어려움이 찾아왔다. 성적 향상을 위한 변화가 더욱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