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이 리그 7호골을 터뜨리며 레버쿠젠의 승리를 이끌었다. 한국 시간으로 8일 오전 2시 30분 지그날 이두나 파크에서 펼쳐진 2013/14시즌 독일 분데스리가 15라운드 도르트문트 원정에서 전반 18분에 득점을 올렸다. 이 골은 레버쿠젠의 1-0 승리로 이어진 결승골이 됐다. 레버쿠젠은 승점 37점(12승 1무 2패)으로 분데스리가 2위를 지켰고 3위 도르트문트(10승 1무 4패, 승점 31)와의 승점을 6점 차이로 따돌렸다.
전반 18분 골 상황은 이랬다. 레버쿠젠의 엠레 찬이 왼쪽 측면에서 마누엘 프리드리히의 패스를 차단했던 볼이 근처에 있던 곤살로 카스트로에게 향했다. 카스트로는 옆쪽에 있던 손흥민이 노마크 상황인 것을 알아채면서 오른발로 패스를 찔러줬고, 손흥민은 자신이 앞에 공간이 비어있자 골대쪽으로 침투했다. 골키퍼 로만 바이덴펠러를 제치고 왼발 슈팅을 날렸던 볼이 골망을 흔들었다.
[사진=손흥민 (C) 나이스블루]
손흥민은 이번 경기를 통해 '도르트문트 킬러'임을 완전히 증명했다. 지난 시즌 도르트문트와의 2경기에서 총 4골 기록했으며 이번에도 1골 기록하며 꿀벌 군단을 상대로 3경기 연속골을 터뜨렸다. 골운이 더 따랐다면 멀티골을 달성했을 수도 있었다. 전반 31분 도르트문트 센터백 사이의 빈 공간을 뚫고 페널티 박스 쪽으로 빠르게 접근하는 과정에서 옌스 헤겔러의 롱패스를 받았다. 바이덴펠러와 또 다시 1대1 상황이 연출되면서 오른발 슈팅을 날렸으나 볼이 상대 골키퍼의 왼쪽 어깨를 맞추면서 득점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그럼에도 도르트문트에 강한 인상을 심어준 것은 분명하다. 전반 18분과 31분 상황을 살펴보면 도르트문트 센터백의 느슨한 마크를 틈타 결정적인 득점 기회를 창출했다. 자신의 움직임을 제어하려는 상대 팀의 전략도 딱히 두드러지지 못했다. 이러한 현상은 당연했다. 도르트문트는 게겐프레싱을 주 전술로 활용하는 팀으로서 수비 라인을 올리는 특징이 있다. 레버쿠젠을 비롯한 다른 팀들도 전방에서 압박을 펼치나 도르트문트는 유독 그 전술에 많은 비중을 둔다. 이렇다보니 센터백이 커버해야 할 공간이 많아지면서 수비 실수를 연출하기 쉽다.
손흥민은 상대 팀의 수비 공간이 비었을 때 그쪽으로 빠르게 접근하면서 골을 노리는 성향이다. 이번 도르트문트전 결승골도 그랬고 지난달 해트트릭을 달성했던 함부르크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공간을 파고드는 성향이 강하다. 한편으로는 이러한 특성이 약점으로 이어질 때가 있다. 자신을 향해 협력 수비를 취하면서 집중적인 견제를 펼치는 팀을 상대로 침투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하지만 올 시즌 레버쿠젠 이적 후에는 연계 플레이가 향상되면서 경기 상황에 따라 자신의 공격 패턴을 바꾼다.
이날 손흥민의 연계 플레이는 좋았다. 패스 성공률이 팀 내에서 3위(78%)였다. 올 시즌 분데스리가 패스 성공률(82.3%)에 비해서 효율성이 약간 떨어졌으나 도르트문트전의 경우는 레버쿠젠이 점유율보다는 역습에 중점을 두었다. 속공 위주의 경기를 펼치다보니 공격 옵션들이 많은 패스를 주고 받으면서 성공률을 높이기 어렵다. 팀의 전술상 모험적인 패스를 요구받기 때문. 이를 감안할 때 손흥민의 연계 플레이가 예전처럼 좋지 않다고 단정지어서는 안된다. 참고로 손흥민과 함께 공격수로 뛰었던 스테판 키슬링과 헤겔러의 패스 성공률은 각각 67%, 61%였다.
손흥민은 지난 주말 뉘른베르크전 2골에 이어 도르트문트전 결승골 과정에서도 카스트로의 패스를 받아 득점을 올렸다. 이제는 카스트로를 '손흥민 도우미'라고 꼽아도 어색하지 않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박찬호(당시 LA 다저스)에게 라울 몬데시라는 도우미가 있었던 것 처럼 레버쿠젠에는 손흥민 골을 돕는 미드필더의 존재감이 두드러지게 됐다. 최근 왼쪽 풀백이 교체된 것도 손흥민 파괴력 향상에 탄력을 받게 됐다. 찬이 기존 주전이었던 세바스티안 보에니쉬보다 더 좋은 활약을 펼쳤다. 다만, 찬의 포지션 전환은 일시적인 성격이 없지 않다.
리그 7호골이자 시즌 9호골을 터뜨린 손흥민은 오는 11일 오전 4시 45분 스페인 원정을 떠난다. 레버쿠젠은 UEFA 챔피언스리그 32강 A조 6차전 레알 소시에다드 원정을 무조건 이겨야 한다. 현재 A조 3위(승점 7)를 기록 중이며 2위 샤흐타르 도네츠크(승점 8)가 1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승점 11) 원정에서 이기지 못하는 행운이 따라야 한다. 손흥민이 레알 소시에다드 원정에서 자신의 시즌 10호골이자 챔피언스리그 데뷔골, 그리고 레버쿠젠의 챔피언스리그 16강 진출을 이끄는 득점을 쏘아올릴지 벌써부터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