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축구의 묘미는 UEFA 챔피언스리그가 아닐까 싶다. 조별리그 진출 자격을 얻은 32개 클럽이 유럽 정상 등극을 위한 각축전을 벌인다. 10월 첫째주까지 32강 조별리그 2차전이 펼쳐졌으며 앞으로 4경기가 남았다. 2차전까지 챔피언스리그가 어떤 흐름으로 진행되었는지 분석해봤다. 2차전까지의 8개조 성적은 이렇다.(글의 편의상 일부 팀은 줄임말로 표기)
[사진=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 트로피 (C) 나이스블루]
A조 : 샤흐타르 도네츠크,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상 1승 1무, 득점에서 샤흐타르 도네츠크가 2골 앞섰음) 레버쿠젠(1승 1패) 레알 소시에다드(2패)
B조 : 레알 마드리드(2승) 유벤투스(2무) FC 코펜하겐, 갈라타사라이(이상 1무 1패)
C조 : 파리 생제르맹(2승) 올림피아코스, 벤피카(이상 1승 1패, 골득실에서 올림피아코스가 1골 앞섰음) 안더레흐트(2패)
D조 : 바이에른 뮌헨(2승) 맨체스터 시티, CSKA 모스크바(이상 1승 1패, 골득실에서 맨체스터 시티가 3골 앞섰음) 빅토리아 플젠(2패)
E조 : 샬케04(2승) 첼시, FC 바젤(이상 1승 1패, 골득실에서 첼시가 3골 앞섰음) 슈테아우아 부쿠레슈티(2패)
F조 : 아스널(2승) 도르트문트, 나폴리(이상 1승 1패, 골득실에서 도르트문트가 3골 앞섰음) 마르세유(2패)
G조 : 아틀레티코 마드리드(2승) FC 포르투(1승 1패) 제니트, 오스트리아 빈(이상 1무 1패)
H조 : FC 바르셀로나(2승) AC밀란(1승 1무) 아약스(1무 1패) 셀틱(2패)
*왼쪽부터 조 1위 클럽이 나열됐다. 글의 편의상 3~4위의 승무패가 같을 때는 조 순위가 다른 이유를 표기하지 않았다.
A조에서는 샤흐타르 도네츠크,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레버쿠젠의 3파전이 펼쳐졌다. 이름값을 놓고 보면 맨유의 우세를 예상하기 쉽지만 지난 두 시즌 동안 챔피언스리그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고 모예스 감독도 챔피언스리그 경험이 부족했다. 샤흐타르 도네츠크 전에서도 모예스 감독의 로테이션 미스와 용병술 부재가 두드러졌다. 맨유의 레버쿠젠전 승리는 사실 상대팀이 스스로 자멸한 케이스였다. 레버쿠젠의 보에니쉬가 부진하지 않았다면 경기 결과가 어떻게 되었을지 알 수 없었다.
B조에서는 레알 마드리드가 예상대로 선전했다. 코펜하겐과 갈라타사라이를 상대로 총 10골을 퍼부었다. 문제는 유벤투스다. 코펜하겐과 갈라타사라이를 상대로 모두 비겼다. 레알 마드리드와의 승점이 벌써 4점 차이로 벌어지면서 조2위 진출이 불투명하게 됐다. 여름 이적시장에서 테베스와 요렌테를 영입하면서 공격력을 보강했지만 챔피언스리그 2경기에서는 3골에 머물렀고 두 명의 이적생 공격수가 골이 없었다. 앞으로 펼쳐질 레알 마드리드와의 두 경기에서 승점을 많이 따야 B조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것이다.
C조에서는 파리 생제르맹, D조에서는 바이에른 뮌헨의 독주가 두드러지는 중이다. 두 팀의 스쿼드를 놓고 봤을 때 32강에서 당연히 1위를 해야 할 전력이다. C조와 D조는 1위팀보다는 어느 팀이 2위로 진출하는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C조에서는 올림피아코스와 벤피카가 2위를 다투는 모양새다. 두 팀 모두 파리 생제르맹에게 세 골 차이로 패했던 공통점이 있지만 안더레흐트를 제압하면서 승점 3점을 따냈다. 최근 유럽 대항전 행보를 놓고 볼 때 벤피카 2위 등극에 무게감이 실리지만, 올림피아코스가 안더레흐트전에서 3-0으로 이기면서 공격수 미트로글루가 해트트릭을 달성했다. 올림피아코스는 팀의 16강 진출을 이끌만한 킬러를 내세울 수 있게 됐다. D조에서는 맨시티와 CSKA 모스크바가 2위 경쟁을 펼치게 됐다. 맨시티가 홈에서 바이에른 뮌헨에게 패하면서 유럽 경쟁력을 다시 의심받게 됐다. 프리미어리그 6위 부진을 떠올리면 감독 교체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E조에서는 샬케04가 예상외로 챔피언스리그에서 잘하고 있다. 올 시즌 초반 분데스리가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으나 케빈 프린스 보아텡을 영입하면서 공격력에 무게감이 실렸다. 보아텡은 1차전 슈테아우아전에서 골을 넣었다. 2경기 동안 드락슬러와 우치다, 회베데스의 활약이 좋았다. 반면 첼시로서는 샬케04와 치르게 될 2경기를 모두 이겨야 1위 진출의 탄력을 받게 된다. 2위로 진출하면 16강에서 다른 리그의 1위팀과 맞붙는 부담이 따른다. 특히 무리뉴 감독은 지난 두 시즌 동안 챔피언스리그에서 바이에른 뮌헨이나 도르트문트 같은 독일 클럽들에게 약한 면모를 드러냈다. 샬케04와의 2경기가 중요하게 됐다.
F조는 죽음의 조로 꼽힌다. 2경기까지의 결과를 놓고 보면 1강 2중 1약 이었다. 아스널이 2경기를 모두 이겼고, 도르트문트와 나폴리가 승점 3점씩 따냈고, 마르세유가 2경기를 모두 졌다. 아스널은 외질 효과가 챔피언스리그에서도 이어지면서 죽음의 조를 통과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도르트문트는 나폴리전이 아쉬웠지만 마르세유전에서 명예회복하면서 여전히 유럽 경쟁력이 강하다는 것을 과시했다. 무엇보다 마르세유가 남은 4경기에서 선전해야 F조가 6차전까지 흥미진진할 것이다. 하지만 지냑의 부상이 치명타가 됐다. 도르트문트전에서는 켈리파가 지냑의 대체자로 나섰으나 82분 동안 슈팅 1개도 못날리고 교체됐다. 그럼에도 마르세유가 잘하면 F조가 혼돈에 빠질것이다.
G조와 H조는 스페인 클럽 두 팀의 선전이 눈에 띈다. G조에서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H조에서는 FC 바르셀로나가 2승을 거두면서 조 1위를 기록했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디에구 코스타가 징계로 2차전까지 뛰지 않았음에도 두 경기를 모두 이기면서 특정 공격수에 의존하지 않는 클럽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줬다. FC 바르셀로나의 강세도 여전했다. 1차전 아약스전에서 메시가 해트트릭을 달성했으며 2차전 셀틱 원정 승리를 통해 지난 시즌에 당했던 패배를 복수했다. 향후 H조에서는 FC 바르셀로나와 AC밀란의 두 차례 맞대결이 많은 축구팬들에게 관심을 끌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