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과 레버쿠젠에게 UEFA 챔피언스리그 32강 A조 2차전 레알 소시에다드전은 중요하다. 올 시즌 챔피언스리그에서 첫 승을 거둘 절호의 기회다. 1차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원정에서 2-4로 패했던 만큼 레알 소시에다드와의 홈 경기를 무조건 이겨야 16강 토너먼트 진출의 자신감을 얻을 수 있다. 최근 3경기 연속 공격 포인트(1골 2도움)를 기록중인 손흥민의 오름세가 레알 소시에다드전에서 이어질지 여부도 관심사다. 레알 소시에다드가 어떤 팀인지 궁금한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사진=레알 소시에다드의 키 플레이어는 카를로스 벨라다. 아스널 팬들에게 익숙할 것이다. (C) 유럽축구연맹(UEFA)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uefa.com)]
'이천수 전 소속팀' 레알 소시에다드, 올 시즌 성적 좋지 않네
레알 소시에다드는 한국 축구팬들에게 낯설지 않은 스페인 클럽이다. 이천수(인천)가 10년 전 뛰었던 팀이었다. 한국인 최초로 프리메라리가에 진출하면서 많은 기대를 모았으나 적응에 어려움을 겪은 끝에 2005년 한국 무대로 다시 돌아왔다. 이천수와 함께 뛰었던 레알 소시에다드의 주요 선수 중에는 사비 알론소(레알 마드리드)가 가장 눈에 띈다. 레알 소시에다드는 2002/03시즌 프리메라리가 2위를 기록했으나 시즌 내내 레알 마드리드와의 우승 다툼을 펼쳤던 팀으로 회자된다. 한때 2부리그로 강등되었으나 2010/11시즌 승격 후 프리메라리가 15위, 12위에 이어 4위를 기록하며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레알 소시에다드의 올 시즌 성적은 좋지 않다. 프리메라리가에서 13위(1승 4무 2패)를 기록중인 상황. 지난 시즌 4위에 오르며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을 획득했으나 올 시즌 초반부터 챔피언스리그 플레이오프를 병행하면서 주력 선수들의 체력 부담이 커졌다. 챔피언스리그 플레이오프 리옹과의 두 경기에서는 모두 이겼으나 32강 A조 첫 경기 샤흐타르 도네츠크와의 홈 경기에서 0-2로 완패했다. 리옹전 두 경기를 제외하면 올 시즌 여덟번의 공식 경기에서 단 1승만 거두었으며 6골에 그쳤을 만큼 득점력도 빈약하다.
레알 소시에다드의 부진은 감독 교체의 영향이 있는 것 같다. 지난 시즌 팀에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을 안겨줬던 필립 몽타니에 감독이 프랑스 렌으로 떠나면서 레알 소시에다드가 어쩔 수 없이 사령탑을 바꿔야만 했다. 팀의 수석코치였던 올해 35세의 자고바 아라사테 감독을 내부 승격시킨 것. 하지만 9월이 시작하자마자 팀이 성적 부진에 빠지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초보 사령탑의 미숙함을 드러낸 것이 아니냐는 생각을 해볼 수 있다.
또 다른 부진 원인으로서 여름 이적시장을 알차게 보내지 못했다. 아스에르 이야라멘디가 올해 여름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하면서 중원의 무게감이 약해졌다. 그의 대체자로 한때 박지성(PSV 에인트호번)과 윤석영의 동료였던 에스테반 그라네로를 퀸즈 파크 레인저스에서 임대했다. 그러나 그라네로는 샤흐타르 도네츠크전 도중에 십자인대가 파열되면서 오랫동안 경기에 뛰지 못하게 됐다. 아울러 레알 마드리드와 퀸즈 파크 레인저스에서 두각을 떨치지 못했던 그를 임대한 레알 소시에다드의 선택도 현명하지 못했다. 프리메라리가 4위권 유지와 챔피언스리그 돌풍을 꿈꾸는 팀이라면 이야라멘디처럼 경쟁력이 강한 미드필더가 필요했다.
팀에 새롭게 가세한 스위스 출신의 하리스 세페로비치는 원톱으로서 뚜렷한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했다. 프리메라리가 7경기에서 1골에 머물렀으며 챔피언스리그를 포함한 최근 5경기 중에 3경기에서 교체 멤버로 뛰었다. 최근 10경기 연속 무득점에 빠지면서 골 결정력 부족을 드러냈다. 지난 시즌 후반기 이탈리아 세리에B 노바라에 임대되면서 12경기 동안 9골 넣으며 포텐이 터지는 듯 싶었으나 지금까지 레알 소시에다드에서는 많은 골을 넣지 못했다. 어쩌면 레알 소시에다드의 골 가뭄은 당연한 결과였는지 모른다.
레알 소시에다드는 챔피언스리그 32강 조별리그에 진출한 팀 답지 않게 특급 골잡이가 없다. 여기서 말하는 특급 골잡이는 리그 판도를 좌우할 영향력을 지닌 소유자를 말한다. 지난 시즌 프리메라리가에서 팀 내 득점 1위를 기록한 선수는 2선 미드필더로 뛰는 카를로스 벨라였다.(14골) 때에 따라 최전방 공격을 담당할 수 있으나 주 포지션은 윙어이며 한국 축구팬들에게 아스널 출신 유망주로 알려져있다. 벨라는 올 시즌 프리메라리가 7경기에서 2골 기록했다. 그러나 공격수로 분류되는 이마놀 아기레체는 프리메라리가 4경기에서 골이 없었다. 그 중에서 2경기에서 교체 출전할 정도로 세페로비치와의 경쟁에서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레버쿠젠 원정에 나서는 레알 소시에다드는 수비적인 경기를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비록 득점력 저하로 어려움을 겪고 있으나 올 시즌 프리메라리가 7경기에서 8실점으로 비교적 선방했다. 리그 선두 FC 바르셀로나에게 1-4로 패한 것이 옥의 티였으나 나머지 6경기 중에 3경기에서 무실점을 기록했다. 이러한 수비적인 장점을 레버쿠젠 원정에서 최대한 활용하며 손흥민, 스테판 키슬링, 시드니 샘으로 짜인 상대 팀 스리톱을 봉쇄하는데 주력할 것이다. 때에 따라 앙트완 그리에츠만과 벨라를 통한 역습을 노릴수도 있다. 지난 9월에 단 1승도 거두지 못했던 레알 소시에다드는 레버쿠젠 원정을 소홀히 보내지 않으려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