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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수아레스, 핵이빨 사건이 마지막 구설수이길

 

루이스 수아레스(리버풀)의 실력만을 놓고 보면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정상급 골잡이로 치켜 세울만하다.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 33경기에서 23골 넣으며 로빈 판 페르시(맨체스터 유나이티드, 38경기 26골)에 이어 득점 2위를 차지했다. 지난 시즌 막판에 자초했던 핵이빨 사건만 없었으면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을 달성했을 가능성이 높았다. 당시 23골 넣었을 때 판 페르시는 21골 기록중이었다.

 

수아레스에게 2012/13시즌은 프리미어리그 진출 이후 '최고의 시즌' 이었다. 2010/11시즌 하반기 13경기 4골 3도움, 2011/12시즌 31경기 11골 3도움에 이어 2012/13시즌 33경기 23골 5도움 기록하며 나날이 공격 포인트가 늘었다. 2012/13시즌에는 이전 시즌에 비해 2배 넘는 골을 터뜨리며 리버풀 에이스의 위상을 세웠다. 이러한 활약으로 아스널, 레알 마드리드, 바이에른 뮌헨, 유벤투스의 영입 제안을 받았거나 또는 영입 관심 대상에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루이스 수아레스 (C) 프리미어리그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premierleague.com)]

 

하지만 다른 관점에서 수아레스의 2012/13시즌은 '최악의 시즌' 이었다.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기행을 벌이며 많은 축구팬들의 질타 대상이 됐다. 지난 4월 22일 첼시전에서 브라니슬라프 이바노비치의 팔을 이빨로 물어뜯는 이른바 핵이빨 사건으로 물의를 일으켰다. 당시 프리미어리그 득점 1위를 질주하며 자신의 부정적인 면모를 실력으로 극복하는 듯 싶었으나 첼시전에서 동업자 정신이 실종된 모습을 보였다.

 

핵이빨 사건은 첼시전 뿐만이 아니었다. 네덜란드 아약스 소속이었던 2010년 11월 라이벌 PSV 에인트호번전에서 상대 팀 선수의 목덜미를 이빨로 물며 7경기 출전 정지 징계를 받았다. 2년 5개월 뒤에도 이를 되풀이하면서 10경기 출전 정지 징계 처분을 받았으며 최근 그라운드에 복귀했다. 인종 차별적 발언과 악수 거부, 손가락 욕설, 핸드볼 파울 논란, 주먹질, 다이빙에 이어 상대팀 선수의 몸을 이빨로 무는 행동으로 축구 악동이라는 이미지가 굳어졌다.

 

이러한 이유 때문인지 몰라도 현지 언론에서는 수아레스 방출설이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리버풀은 여름 이적시장에서 수아레스를 잔류시켰다. 수아레스 영입을 추진했던 아스널로부터 4000만 1파운드(약 695억 원)의 영입 제안을 받았으나 이를 거절했다. 비록 수아레스가 여러차례 물의를 일으켰으나 팀 전력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골잡이였다. 빅4 재진입과 더불어 잉글랜드 최강을 되찾기 위한 명예회복을 위해 수아레스를 쉽게 포기하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2009/10시즌 이후부터 거듭된 성적 부진에 빠졌던 리버풀에게 프리미어리그 정상급 기량을 소유한 선수의 존재감은 꼭 필요했다.

 

리버풀에게 수아레스는 양면적인 인물이다. 팀 전력에 없어서는 안 될 에이스이나 그라운드에서 여러 차례 문제를 일으켰다. 프리미어리그 특급 골잡이와 축구 악동의 두 얼굴을 지닌 수아레스가 사람들에게 호감을 얻기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지 개선을 위한 노력이 미흡하면 그라운드에서 최고의 기량을 발휘해도 소용없다. 프로 선수는 팬들의 신뢰와 응원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핵이빨 사건은 수아레스의 현역 선수 생활에 있어서 마지막 구설수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있어서 누구나 구설수에 오르내릴 수 있다.(개인차가 있겠지만) '축구 황제' 디에고 마라도나도 현역 선수 시절에는 여러 차례 구설수를 일으켰다. 하지만 잦은 구설수는 다른 사람들에게 좋게 보일리가 없다. 그래서 수아레스가 구설수를 멀리해야 한다. 그라운드에서 거듭된 맹활약을 펼치며 축구 악동보다는 특급 공격수라는 이미지를 더 크게 부각시켜야 한다. 그럼에도 또 다른 구설수로 대중적인 시선을 끌으면 자신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축구팬들은 여전히 핵이빨 사건을 잊지 않고 있다.

 

수아레스는 지난 26일 캐피털 원 컵 3라운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전에서 복귀전을 치렀다. 4일 뒤 프리미어리그 6라운드 선덜랜드전에서는 2골 넣으며 팀의 3-1 승리를 안겼다. 리버풀은 프리미어리그 2위로 진입하여 빅4 재진입 희망을 키우게 됐다. 시즌 초반부터 매서운 경기력을 과시하면서 이제는 수아레스 복귀 효과에 힘을 얻으며 팀의 경기력이 이전보다 더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질 것이다. 수아레스는 화려한 비상을 꿈꾸는 리버풀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 올해 26세의 그가 명예회복에 성공할 시간적 기회는 넉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