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세이셔널' 손흥민(21, 레버쿠젠)이 올 시즌 분데스리가 첫 도움을 기록했다. 각종 대회를 포함하여 최근 3경기 연속 공격 포인트(1골 2도움)를 올리는 상황. 경기 내용에서도 팀의 주전 선수답게 착실한 활약을 펼쳤다.
손흥민은 한국 시간으로 28일 오후 10시 30분 바이 아레나에서 진행된 2013/14시즌 독일 분데스리가 7라운드 하노버96전에서 전반 37분 도움을 얻어냈다. 하프라인 넘어선 지점에 있을 때 자신의 오른쪽에서 침투를 했던 시드니 샘에게 전진 패스를 밀어줬다. 샘이 왼발 아웃프런트 슈팅을 날린 것이 골로 이어지면서 손흥민이 도움을 기록했다. 샘은 전반 23분 시몬 롤페스의 결승 헤딩골 상황에서 프리킥을 날리며 도움을 추가하는 원맨쇼를 발휘했다.
레버쿠젠은 하노버를 2-0으로 제압하며 분데스리가 3위(6승 1패, 승점 18)를 유지했다. 4위 하노버(4승 3패, 승점 12)와의 승점 차이를 6점으로 벌리면서 도르트문트-바이에른 뮌헨과 함께 분데스리가 3강 체제를 형성했다. 손흥민은 10월 3일 오전 3시 45분 레알 소시에다드와의 UEFA 챔피언스리그 32강 2차전에 출격할 예정이다.
[사진=손흥민 (C) 나이스블루]
이타적인 손흥민, 함부르크 시절과 달라진 면모
손흥민의 하노버전 패스 성공률은 91%였다. 팀의 선발 멤버 중에서 가장 높은 수치였다. 볼 터치와 패스 횟수가 팀 내에서 적은 편에 속했으나 대부분의 패스를 정확하게 연결하며 팀의 공격력을 빛냈다. 후반 12분에는 크로스로 팀의 결정적인 골 기회를 열어줬다. 하노버 왼쪽 공간에서 오른발 크로스를 연결한 것이 찬의 오른발 슈팅으로 이어졌으나 골대 바깥으로 향했다. 찬의 골 운이 따랐다면 손흥민은 도움을 1개 더 추가했을 것이다.
이날은 동료 공격 옵션들과 함께 전방 압박에 힘을 실어줬다. 평소와 달리 활동 반경이 앞쪽으로 쏠리면서 하노버 오른쪽 풀백 사카이의 오버래핑을 허용하지 않으려했던 것. 그 결과 하노버 빌드업이 어려워졌다. 상대 팀의 미드필더들은 좀처럼 패스 활로를 찾지 못하면서 레버쿠젠 공격 옵션들의 전방 압박에 고전을 면치 못했다. 손흥민의 전방 압박이 팀의 원활한 경기 흐름 유지를 도왔던 것. 후반 17분에는 하노버 패스를 차단하면서 팀의 공격권을 얻어내기도 했다. 이날 태클과 인터셉트가 결코 많은 편은 아니었으나 활발한 수비 가담과 압박을 펼친 끝에 사카이와의 한일 맞대결에서 이겼다.
이러한 손흥민의 이타적인 경기력은 올 시즌 내내 이어졌다. 키슬링과 샘에 비해서 많은 공격 포인트를 기록한 것은 아니지만 팀 플레이에 열성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한정된 공격 기회 속에서 어떻게든 골을 넣으려 했던 함부르크 시절과 전혀 달라진 면모를 발휘하게 됐다. 지난 시즌 함부르크에서는 분데스리가 12골 2도움 기록했으나 일각에서는 개인 플레이에 치중하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 있었다.
그러나 함부르크에서는 어쩔 수 없었다. 팀의 고질적인 수비 불안과 판 데르 파르트에 의지하는 공격 전개 속에서 손흥민과 루드네브스가 어떻게든 골을 터뜨려야만 했다. 그 결과 손흥민은 12골 넣었으나 팀을 위해 뛰는 모습이 골 장면에 비해서 뚜렷하게 두드러지지 않았다.
반면 레버쿠젠 진출 이후에는 달라졌다. 함부르크보다 전력이 더 좋은 팀에서 뛰면서 팀 플레이에 신경 쓸 시간이 많아졌다. 올 시즌 분데스리가에서는 태클과 인터셉트가 팀 내에서 각각 공동 3위(평균 1.7개)와 공동 4위(평균 1.5개)를 기록했다. 키슬링-샘보다 더 많다. 최근에는 자신의 패스가 동료 선수의 골로 이어진 장면이 두 번이나 있었다. 앞으로 도움 횟수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손흥민이 키슬링과 샘에 비해서 많은 골을 터뜨리지 못하는 것을 아쉬워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손흥민은 한참 성장중인 21세 영건이다. 특정 역량에 초점을 맞춰서 발전하는 것보다는 다양한 면모를 키우면서 만능형 공격수로 완성되는 것이 더 좋다. 현대 축구에서는 골에 치중하려는 공격수의 영향력이 감소하는 추세다. 이제는 원톱으로 뛰는 선수에게 연계 플레이와 전방 압박 같은 팀 플레이가 요구되는 상황이다. 지난 시즌 바이에른 뮌헨의 트레블을 공헌했던 만주키치가 고메스(현 피오렌티나)와의 주전 경쟁에서 이긴 것도 이 때문이다. 손흥민이 향후 어떤 유형의 선수로 완성될지는 알 수 없으나 지금까지는 팀 플레이에 약하다는 외부의 편견을 잘 극복했다.
결국 손흥민은 적절한 시기에 함부르크를 잘 떠났다. 올 시즌에도 함부르크에 남았다면 레버쿠젠으로 이적한 지금보다 더 많은 골을 넣었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팀 플레이를 발전시키기에는 한계가 있었을 것이다. 심지어 함부르크의 현재 순위는 15위다. 7경기에서 단 1승만 거두었으며(1승 2무 4패) 분데스리가 최다 실점(20실점)을 범했다. 레버쿠젠 이적을 통해 챔피언스리그를 경험하게 되었고, 큰 경기 감각을 기르면서 내년 6월 브라질 월드컵을 준비하게 됐다. 지금처럼 착실히 성장하면 시즌 중반이나 후반에 지금보다 더욱 놀라운 경기력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왼쪽 풀백이 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