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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펠라이니, 맨유 중원의 딜레마 해결할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가 마침내 중앙 미드필더를 영입했다. 에버턴에서 오랫동안 데이비드 모예스 감독의 지도를 받았던 벨기에 국적의 미드필더 마루앙 펠라이니와 계약했다. 3일 오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펠라이니 영입을 발표했다.

 

펠라이니는 올해 여름 이적시장 마감일에 2750만 파운드(약 468억 원)의 이적료를 기록하고 스승의 부름을 받게 됐다. 그동안 맨유와 첼시 이적설로 주목을 끌었으나 불과 며칠 전까지 자신의 거취를 놓고 에버턴과 맨유의 갈등이 점화되면서 빅 클럽 이적이 무산되는 듯 했다. 하지만 맨유가 에버턴을 만족시킬 이적료를 제시하며 파란색에서 빨간색 유니폼으로 갈아입게 됐다.

 

 

[사진=마루앙 펠라이니 영입을 공식 발표한 맨유 공식 홈페이지 (C) manutd.com]

 

맨유를 좋아하는 축구팬들에게 펠라이니 영입은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펠라이니는 프리미어리그에서 검증된 중앙 미드필더이자 마이클 캐릭과 톰 클레버리의 체력을 안배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하지만 폴 스콜스(은퇴)의 대체자라고 꼽기에는 창의적인 미드필더가 아니다. 중원에서 다양한 패스를 공급하면서 때에 따라 필살의 패스를 찔러주는 스타일과는 거리감이 있다. 펠라이니의 올드 트래포드 입성을 반갑게 여기지 않는 맨유팬들이 아마도 있을 것 같다. 맨유의 펠라이니 영입은 '차선의 선택'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하지만 모예스 감독에게는 '최선의 선택'이 됐다. 모예스 감독은 펠라이니 영입을 통해 자신의 전술 활용도를 끌어 올릴 중앙 미드필더를 보유했다. 펠라이니도 모예스 감독의 성향을 잘 알고 있다. 맨유의 4-2-3-1 포메이션에서 캐릭-클레버리-안데르손-존스와 함께 수비형 미드필더 두 자리를 놓고 로테이션 형태로 기용 될 것이며 되도록 많은 경기에 중용 될 것으로 예상된다. 캐릭-클레버리 이외에는 수비형 미드필더 자원이 마땅치 않은(필 존스는 오른쪽 풀백으로 더 많이 기용됐다.) 맨유에게는 새로운 수비형 미드필더가 필요했던 것이 사실이다. 4-4-2 포메이션으로 전환했을 때도 마찬가지다.

 

펠라이니는 캐릭의 수비력과 활동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캐릭은 그동안 많은 경기에 뛰면서 체력적인 과부하에 시달리기 쉬운 불안 요소를 안고 있었다. 올해 32세로서 순발력과 신체적인 능력이 떨어지는 시기에 접어들었다. 중원에서 궂은 역할을 맡기에는 벅찬감이 있다. 이럴 때 펠라이니가 분발해야 한다. 펠라이니는 194cm의 장신 미드필더로서 피지컬이 강하고 활동량이 많다. 지난 시즌 에버턴 4-4-1-1 포메이션의 공격형 미드필더를 맡아 프리미어리그 11골 넣었을 만큼 득점력이 발달됐다. 맨유에서는 박스 투 박스를 맡을 것으로 예상되며 지금까지 앵커맨 성향이 강했던 캐릭과 호흡을 맞추며 팀 전력을 지탱할 것이다.

 

물론 펠라이니가 맨유 팬들의 기대치를 완전히 충족시킬지는 알 수 없다. 펠라이니-캐릭(또는 클레버리) 조합이 맨유 중원을 튼튼히 지켜도 '포스트 스콜스'가 없는 허전함이 존재할 것이다. 이러한 아쉬움을 해소하려면 웨인 루니가 4-2-3-1 포메이션의 공격형 미드필더로서 이타적인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지난달 첼시전과 리버풀전을 봐도 루니가 있을 때와 없을 때의 맨유는 전혀 다른 팀이었다. 루니가 팀 플레이에 충실해야 스콜스가 없는 맨유의 약점을 해결할 것이다. 다만, 루니가 원톱이 아닌 공격형 미드필더로 뛰는 현실을 만족할지는 의문이다. 로빈 판 페르시가 골잡이로서 꾸준히 제 몫을 다한다고 가정하면 예전보다 많은 골을 넣기 힘들 것이다.

 

맨유는 펠라이니 영입을 계기로 압박의 세기를 높일 것이다. 중앙에서 펠라이니와 캐릭이 상대 팀 선수를 견제하면서 루니까지 가세할 수 있다. 상대 팀 공격이 시작 될 때는 공격 옵션들이 전방 압박을 펼치면서 펠라이니까지 앞선으로 올라와서 견제 동작을 취할 수도 있다. 펠라이니-캐릭-루니가 함께 최선을 다해야 맨유가 중원 딜레마를 해결할 것이며 프리미어리그 2연패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