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아스날하면 떠오르는 부정적인 수식어가 있다. 바로 '셀링 클럽'이다. 지난 몇 년 동안 팀의 주력 선수들이 다른 빅 클럽이나 부자 클럽으로 떠나는 사례가 잦았다. 티에리 앙리, 파트리크 비에라, 엠마뉘엘 아데바요르, 세스크 파브레가스, 사미르 나스리 등이 대표적인 예다. 아스날은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을 건립하면서 재정적인 부담을 짊어지게 되었으며 주력 선수를 지켜내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그동안 이적시장에서 빅 사이닝이 드물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해 여름에는 아스날 주장이자 에이스였던 로빈 판 페르시가 라이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이적하면서 새로운 소속팀의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공헌했다. 돌이켜보면, 8시즌 연속 무관에 시달렸던 아스날을 떠나는 선수가 다른 팀에서 우승하는 횟수까지 빈번했다. 심지어 아스날의 잉여 자원으로 꼽혔던 니클라스 벤트너는 지난 시즌 유벤투스에 임대 되면서 세리에A 우승을 경험했었다.(그러나 벤트너는 각종 대회를 포함한 11경기에서 무득점에 그쳤다.) 아스날의 거듭된 우승 실패와 주력 선수들을 다른 팀에 넘겨야 했던 셀링 클럽의 면모는 특히 국내 축구팬들에게 비웃음의 대상이 됐다.
[사진=메수트 외질 (C) 아스날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arsenal.com)]
그러나 아스날의 메수트 외질 영입 성공은 '역대급 반전' 이었다. 그것도 이적료가 5000만 유로(약 717억 원)였다. 올해 여름 이적시장을 기준으로 프리미어리그 클럽 중에서 특정 선수 영입에 가장 비싼 이적료를 지출한 것이다. 기존 클럽 레코드(1500만 파운드, 2009년 1월 안드리 아르샤빈)보다 더 비싼 금액을 투자한 것이다.
외질은 지난 세 시즌 동안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더불어 레알 마드리드의 공격을 짊어졌던 유럽 정상급 공격형 미드필더다. 독일 대표팀에서도 입지가 굳건하다. 레알 마드리드가 가레스 베일 영입에 따른 FFP(재정적 페어 플레이)룰 위반을 피하기 위해 외질을 다른 팀에 넘겼던 측면도 있지만, 아스날은 레알 마드리드의 주전급 공격 옵션을 영입하는 과감함을 통해 셀링 클럽의 오명을 극복할 기회를 맞이하게 됐다. 팀에서 잘하는 선수를 다른 팀에 빼앗기는 것이 아닌, 다른 팀에서 잘하는 선수를 거액의 돈으로 영입할 수 있음을 과시한 것이다.
아스날의 이번 이적시장 행보가 전체적으로 좋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다. 외질 영입 전까지 눈에 띌만한 선수를 보강하지 못했다. 야야 사노고의 경우 자유 계약으로 보강한 케이스였다. 곤살로 이과인(나폴리) 루이스 수아레스(리버풀) 영입은 불발로 끝났다. 외질 영입을 통해 최악을 면한 것이다.
외질 영입과 더불어 여러 명의 잉여 자원들과 작별한 것도 의미 있다. 아르샤빈(제니트)을 비롯해서 제르비뉴(AS로마) 안드레 산투스(플라멩구) 세바스티앙 스킬라치(SC 바스티아) 비토 마노네(선덜랜드) 데니우손(상파울루) 등이 팀을 떠났다. 프랑시스 코클랭(프라이부르크) 요한 주루(함부르크)는 다른 팀으로 임대됐다. 아스날이 몇몇 잉여 자원들과 작별하며 군살빼기에 나선 것은 재정 관리에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그러나 박주영 잔류는 한국 축구계 입장에서 아쉬운 일이다.) 아울러 주력 선수들을 잘 지켜냈다. 아스널에서 다른 팀으로 떠날 만한 선수가 딱히 눈에 띄지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을 떠난 대어급 선수는 없었다.
아스날은 지난 1월 이적시장에서 시오 월컷과 재계약을 맺었다. 월컷을 지켜내면서 셀링 클럽 이미지에서 벗어나려는 의지를 보여줬다. 이제는 외질 영입을 통해 대어급 선수를 영입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지금 기세라면 언젠가 셀링 클럽 오명을 극복할 것임에 틀림 없다. 우승도 노려볼 수 있는 상황. 2013년의 아스날 이적시장 행보는 예전과 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