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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아스널, 조롱의 아이콘에서 벗어나라

 

아스널이 프리미어리그 개막전 애스턴 빌라와의 홈 경기에서 1-3으로 패한 것은 뜻밖이다.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 강등권 경쟁을 펼쳤던 팀에게 안방에서 세 골 내주면서 승점을 얻지 못한 것은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결과다. 후반 17분 로랑 코시엘니가 가브리엘 아그본라허에게 페널티킥을 허용했던 장면에서 심판 판정에 아쉬움이 남았을지라도 1-3의 스코어는 충격적이다. 슈팅(15-11, 개) 점유율(64-36, %)에서 상대팀을 앞섰음에도 두 골 차이로 패한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아스널 패배를 보며 지금까지 여름 이적시장에서의 영입 실적 저조를 문제 삼을 것이다. 아스널이 지금까지 영입한 선수는 20세 유망주 야야 사노고에 불과하며 그것도 자유 계약이었다. 아스널 팬들이 오매불망 기다렸던 빅 사이닝은 아직까지 없었다. 지금까지 루이스 수아레스(리버풀) 웨인 루니(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스테판 요베티치(당시 피오렌티나, 현 맨체스터 시티) 곤살로 이과인(당시 레알 마드리드, 현 나폴리) 같은 굵직한 선수들에게 영입을 제안했거나 관심을 나타냈지만 계약이 성사되지 않았다. 다른 팀과의 영입 경쟁에서 밀렸거나 그들을 만족시킬 이적료를 제시하지 못했다.

 

아스널 팬들에게 충격적인 소식은 루이스 구스타부의 볼프스부르크 이적이었다. 아스널이 구스타부 영입전에서 볼프스부르크에게 패한 것이다. 구스타부의 이적료는 2000만 유로(약 296억 원)로 알려졌다. 볼프스부르크의 자금력을 떠나 프리미어리그의 빅 클럽이 분데스리가의 중위권 클럽에게 영입 경쟁에서 밀린 것은 문제가 있다. 올 시즌 좋은 성적을 내겠다는 볼프스부르크의 야심이 구스타부 영입에서 드러났고 그 기질이 아스널에 필요했다. 아르센 벵거 감독은 퀄리티 있는 선수의 영입을 원했으나 현실은 순탄하지 못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사진=아르센 벵거 감독 (C) 아스널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arsenal.com)]

 

과연 아스널이 이적시장 막판에 활발한 선수 영입을 단행하거나 또는 스쿼드에서 경쟁력 있는 선수를 보강할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이 2011년 여름 이적시장 막판과 흡사한 느낌이 없지 않다. 그때는 리버풀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게 패하면서 하위권으로 밀렸고 특히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전에서는 2-8로 대패를 당했다.(한국의 유럽 축구팬들은 이를 '가르마 참사'라고 부른다.) 그 이후 영입을 완료했던 선수가 박주영을 포함하여 페어 메르테자커, 미켈 아르테타, 안드레 산투스(현 플라멩구), 요시 베나윤(첼시에서 임대, 현 무적) 이었다.

 

이러한 아스널의 '분노의 영입'은 성공작으로 평가하기 어렵다. 아르테타-메르테자커 같은 성공작이 있었을 뿐 박주영-산투스-베나윤 영입은 실패작이었다. 아울러 아스널이 2011/12시즌 빅4를 지키는데 있어서 분노의 영입은 큰 영향을 주지 못했다. 당시 팀의 골잡이였던 로빈 판 페르시(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30골 득점왕 달성이 있었기에 아스널이 빅4를 사수했다. 아무리 많은 선수를 영입해도 '효율'이 떨어지면 소용없다는 것이 2년전의 교훈이었다.

 

아스널이 이적시장 막판에 대형 선수를 영입해도 타이밍에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새로운 선수가 팀에 적응할 시간이 넉넉했어야 한다. 프리시즌을 통해 새로운 선수들과 호흡을 맞추면서 몸을 만드는 시간이 길을수록 좋다. 그러나 아스널은 이 같은 기회를 놓쳤다. 새로운 선수를 영입했다고 마냥 좋아할 일은 아니다. 아스널이 또 한 번의 '분노의 영입'을 단행해도 지금까지의 아쉬웠던 이적시장 행보는 문제가 있다.

 

언젠가부터 아스널은 한국 축구팬들에게 조롱의 대상이 됐다. 8시즌 연속 무관 때문도 있으나 이제는 이적시장에서의 소극적인 선수 영입이 조롱을 받는 또 다른 원인으로 작용했다. 아스널의 팀명을 비하하는 단어들이 등장할 정도다. 최근에는 구스타부 영입전에서 패하자 포털 댓글에서 아스널을 깎아내리는 반응이 눈에 띄었으며 이번 애스턴 빌라전 1-3 패배도 마찬가지였다.

 

아스널은 조롱의 아이콘에서 벗어나야 한다. 돈쓰는 클럽들이 유럽 축구의 대세로 떠오른 현 시점에서 예전과 같은 '저비용 고효율' 영입 정책을 고수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지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여전히 재정적인 문제 때문이라면 어쩔 수 없으나 한때 프리미어리그를 지배했던 빅 클럽으로서 최소한 야망을 보여야 할 필요가 있다. 본래 아스널은 지금처럼 4위권 경쟁을 펼치는 팀이 아닌 강력한 우승 후보였다. 현 시점에서 과감한 결단과 더불어 고효율 영입 효과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