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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구자철, 볼프스부르크 돌풍의 주역 되나?

 

원 소속팀 볼프스부르크로 복귀한 구자철의 팀 내 입지가 우려와 달리 주전으로 분류된 모양새다. 2013/14시즌 개막 이후 DFB 포칼컵을 포함한 3경기 모두 선발 출전했다. 이적생 구스타부가 가세했던 분데스리가 2라운드 샬케04전에서는 풀타임 출전하며 팀의 4-0 대승을 공헌했다. 샬케04전 종료 후에는 독일 일간지 <빌트>에 의해 팀 내 최고 평점(2점, 독일은 평점이 낮을수록 좋음)을 부여 받으며 현지에서 좋은 평가를 받게 됐다.

 

사실, 구자철이 샬케04전에서 최상의 기량을 발휘한 것은 아니었다. 아우크스부르크 임대 시절에는 공격형 미드필더(2011/12시즌 하반기) 오른쪽 윙어(2012/13시즌)를 소화했으나 볼프스부르크 복귀 후에는 수비형 미드필더로 내려갔다. 활동 반경이 밑으로 처지면서 예전과 다른 형태의 경기력을 발휘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볼을 끄는 경향이 없지 않았다. 이제는 수비형 미드필더로서 볼을 정확하고 신속하게 처리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패스도 구스타부-디에구에 비해서 부정확했다. 두 명의 브라질 출신 선수는 각각 98%, 92% 기록했으나 구자철은 83% 기록했다. 수비형 미드필더로서 한 번의 패스 미스가 결정적인 실점 위기로 이어질 수 있음을 잊어서는 안된다. 샬케04전을 놓고 볼 때 아직 수비형 미드필더로서 완벽하게 적응하지 못했음을 알 수 있었다.

 

 

[사진=구자철 (C) 볼프스부르크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vfl-wolfsburg.de)]

 

그럼에도 구자철은 샬케04전에서 좋은 활약을 펼쳤다. 박스 투 박스로서 자신의 임무를 충실히 해냈기 때문이다. 공격에 비중을 두는 플레이메이커 디에구, 수비 성향이 짙은 구스타부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맡으면서 활동량을 늘렸다. 양쪽 진영을 활발히 오가며 패스를 받거나, 압박을 가하거나, 볼을 받으려는 움직임을 취하며 다른 누구보다 부지런히 뛰었던 것. 후반 막판에는 상대 팀 골대 부근에서 득점을 노리는 장면을 통해 '의욕적인 선수'라는 인상을 심어줬다.

 

인터셉트가 팀 내 공동 1위(3개)였던 것은 의미가 있다. DFB 포칼컵 1라운드 칼스루에전이 끝난 뒤 빌트로부터 수비력이 부족했다는 혹평을 받았으나 샬케04전에서는 팀에서 상대 팀 패스를 가장 많이 가로챘던 선수가 됐다. 수비력에서 문제가 없음을 드러낸 것이다. 앞으로의 활약이 어떨지는 알 수 없으나 이미 분데스리가에서 성공적인 활약을 펼친 경험과 샬케04전에서 보여준 근면함을 놓고 볼 때 올 시즌 볼프스부르크의 수비형 미드필더로서 구스타부-디에구와 호흡을 맞추게 될 것이다.

 

구자철의 공격형 미드필더 전환을 바라는 축구팬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디에구가 버티면서 구스타부까지 가세한 현 상황에서는 박스 투 박스 역할에서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현실적으로 볼프스부르크가 구자철의 이적을 허용하지는 않을 듯 하다. 그를 3경기 연속 선발 투입한 것은 올 시즌 팀의 핵심 선수로 키우겠다는 계획이 있다는 뜻이다. 다만 헤킹 감독이 구자철의 최적 포지션을 박스 투 박스 또는 수비형 미드필더로 인식한 것인지, 아니면 디에구와의 공존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수비형 미드필더로 포진한 것인지 여부는 앞으로의 볼프스부르크 경기를 더 지켜봐야 할 듯 하다.

 

아마도 누군가는 구자철이 볼프스부르크에서 꾸준한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기를 바랄 것이다. 하지만 수비형 미드필더는 2선 미드필더보다 많은 공격 포인트를 쌓기 어렵다.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에서 활약중인 기성용(스완지 시티)을 봐도 지난 시즌에 득점이 없었다. 구자철도 아우크스부르크 시절보다 공격 포인트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그럼에도 수비형 미드필더는 공격 포인트로 말하는 포지션이 아님을 많은 축구팬들이 알아 두어야 한다. 언론에서 구자철의 득점 문제를 꼬집는 일도 없어야 할 것이다.

 

구자철의 활약이 더욱 빛을 내려면 볼프스부르크가 많은 경기를 이겨야 한다. 구자철이 팀의 붙박이 주전으로 뛴다는 전제에서는, 팀 성적이 좋을 수록 구자철의 가치가 높아질 것이다. 훗날에는 구자철이 더 좋은 팀으로 이적하는 발판이 될 수도 있다. 볼프스부르크가 아스널과의 구스타부 영입전에서 이적료 2000만 유로(약 297억 원)를 지출하며 그를 데려온 것은 올 시즌 좋은 성적을 내겠다는 의도를 읽을 수 있다. 2008/09시즌 분데스리가 우승을 달성했으나 그 이후 8-15-8-11위를 기록하며 중위권 클럽으로 전락했다. 명예회복이 올 시즌 목표다.

 

특히 샬케04를 4-0으로 물리친 것은 올 시즌 분데스리가에서 돌풍을 일으킬 저력이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샬케04는 지난 두 시즌 연속 분데스리가에서 4위권 이내의 성적을 올렸다. 그런 팀을 볼프스부르크가 대량 득점으로 제압했으며 그 멤버 중에 한 명이 구자철이었다. 과연 구자철이 볼프스부르크 돌풍의 주역이 될지 앞으로의 활약을 지켜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