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세이셔널' 손흥민이 레버쿠젠의 분데스리가 2연승을 공헌했다. 한국 시간으로 17일 오후 10시 30분 메르세데스 벤츠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2013/14시즌 독일 분데스리가 2라운드 슈투트가르트 원정에서 71분 출전했다. 전반 42분 왼쪽 측면에서 세바스티안 보에니쉬에게 대각선 패스를 연결했던 장면이 레버쿠젠 득점과 승리의 시발점이 됐다. 보에니쉬가 오버래핑 과정에서 손흥민에게 볼을 받은 뒤 왼발 크로스를 날린 것이 다니엘 슈밥의 자책골로 이어졌다.
이 골로 레버쿠젠은 1-0 승리를 거두었다. 지난 주말 프라이부르크전에 비해 경기 흐름이 지루했으며 손흥민-키슬링-샘으로 짜여진 스리톱의 영향력이 약했음에도 원정에서 승점 3점을 따낸 것이 의미있다. 손흥민은 경기 종료 후 독일 일간지 <빌트>로 부터 평점 4점을 받았다.
[사진=손흥민 (C) 나이스블루]
손흥민의 전반 42분 패스가 의미있는 이유
이날 손흥민은 볼을 잡을 기회가 적었다. 키슬링과 더불어 선발 출전 선수 중에서 볼 터치가 가장 적었다.(26회) 키슬링이 82분 뛰었음을 고려할 때 '71분 소화한' 손흥민이 실질적으로 볼 터치가 제일 적었다. 이날 슈투트가르트는 1라운드 마인츠 원정 패배 여파로 2라운드 레버쿠젠과의 홈 경기에서는 수비에 무게감을 두는 경기를 펼쳤다. 레버쿠젠 에이스 키슬링을 봉쇄하는 것과 더불어 손흥민에게 침투 공간을 내주지 않는데 주력했다. 이렇다보니 손흥민과 키슬링이 다른 동료들에 비해 볼에 관여할 기회가 적었다. 2선과 활발히 호흡을 맞췄던 샘(볼 터치 49회, 풀타임 출전)과 대조적이었다.
손흥민의 연계 플레이 부족을 아쉬워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실제로 손흥민의 패스 횟수는 팀에서 두 번째로 적었다.(16회) 후반 시작부터 45분을 소화했던 롤페스(19회)보다 더 적었다. 그러나 상대 팀의 강한 견제를 받는 팀이라면 공격수의 볼 터치와 패스 횟수가 미드필더-수비수보다 적을 수 밖에 없다. 공격수는 어떻게든 힘겨운 상황을 극복해야 한다. 키슬링이 집중 견제 속에서 득점이 불발됐으나 슈팅 6개를 날리며 골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 한 것은 골잡이 기질이 발달되었다고 볼 수 있다. 손흥민도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는 자신만의 노하우를 발휘할 필요가 있었다.
그 장면이 전반 42분에 벌어졌다. 손흥민이 왼쪽 공간에서 볼을 잡았을 때 슈투트가르트 오른쪽 수비 뒷 공간이 벌어진 것을 발견했다. 그쪽으로 볼을 밀어준 것이 보에니쉬의 오버래핑에 이은 크로스로 전개되었고 슈밥의 자책골이 터졌다. '손흥민은 연계 플레이가 약하다'는 외부의 편견을 잠재웠던 장면이었다. 그 이전인 전반 30분에는 슈투트가르트 진영 중앙에서 동료선수에게 정확한 힐 패스를 연결했다. 이날 패스 성공률은 81%이며 선발 출전 선수 중에서 세번째로 많았다. 이날 손흥민의 연계 플레이 문제를 꼬집는 것은 적절치 않다.
오히려 손흥민은 볼이 없을 때의 움직임이 좋았다. 경기 상황에 따라 중앙으로 이동하면서 볼을 받으려는 움직임을 취했다. 비록 자신쪽으로 볼이 연결되지 않았으나 보이지 않는 공간에서 결정적인 공격 기회를 노렸다. 이는 손흥민이 능동적으로 경기를 풀어가는 성향임을 알 수 있다. 키슬링-샘과 다른 성향의 경기력을 나타내며 자신만의 개성을 발휘하려 했다. 자신의 장기였던 공간 침투를 발휘할 기회가 거의 없었음에도 경기력은 우려할 정도가 아니었다. 여전히 손흥민의 폼은 좋다.
후반 26분 교체는 당연한 수순이었다. 슈투트가르트는 키슬링-손흥민을 향한 강도 높은 견제를 포기하지 않았고 레버쿠젠은 이에 대한 변화를 통해 상대 팀 전략을 무너뜨릴 필요가 있었다. 키슬링은 팀의 에이스로서 계속 기용하는 것이 옳았고 손흥민은 교체가 적절했다. 손흥민을 대신하여 투입된 헤겔러가 팀의 경기력에 활력을 불어넣지 못했으나 레버쿠젠 코칭스태프의 선택은 나쁘지 않았다. 아울러 손흥민 교체는 체력적인 배려가 있는 것 같다. 어쩌면 키슬링보다 더 많은 경기를 소화하거나 바쁠지 모를 손흥민을 시즌 초반부터 무리시킬 필요는 없다.(대표팀 차출)
다만, 레버쿠젠의 스리톱은 앞으로 분발할 필요가 있다. 손흥민-키슬링-샘은 레버쿠젠 공격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서로 1골씩 넣었던 프라이부르크전에서는 레버쿠젠이 시원스러운 경기력을 발휘했으나 슈트트가르트전에서는 이전 경기에 비해 존재감이 약했고 레버쿠젠의 공격력도 매끄럽지 못했다. 만약 이번 경기에서 슈밥의 자책골이 없었다면 레버쿠젠의 승점 3점 획득은 없었을 것이다. 레버쿠젠은 스리톱이 잘해야 분데스리가와 UEFA 챔피언스리그, DFB 포칼컵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