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축구의 2013년 여름 이적시장 종료가 앞으로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지금까지 부자 클럽들이 대형 선수 영입에 많은 돈을 쏟으며 이적시장 열기를 끌어올렸다면 이제부터는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빅6를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앞으로 빅6와 관련된 이적이 끊임없이 성사되거나 여러가지 루머가 제기 될 것으로 예상된다. 좋은 선수를 영입하거나 빼앗기지 않으려는 빅6의 움직임이 점점 분주할 것으로 보인다.
어쩌면 올해 여름 이적시장 행보가 우승 판도, 더 나아가 빅4 진입 및 수성을 가리는 중요한 잣대가 될 수도 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가 지난해 8월 아스널 에이스였던 로빈 판 페르시를 영입하며 프리미어리그 우승의 발판을 마련했던 것이 대표적 사례다. 반면 4위 아스널에 승점 1점 차이로 밀려 5위에 그쳤던 토트넘은 루카 모드리치의 레알 마드리드 이적을 아쉽게 여길 것이다.
[사진=웨인 루니 (C) 맨유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manutd.com)]
루니, 첼시의 공격형 미드필더 될까?
프리미어리그 이적시장의 주요 변수 중에 하나가 루니의 거취다. 그동안 이적설만 무성했던 루니의 진로가 조만간 결정될 것이다. 우선, 루니의 해외 리그 진출은 가능성이 낮아졌다. 바이에른 뮌헨은 공격수 영입이 없을 것으로 보이며(만주키치 원톱 또는 제로톱을 번갈아갈 전망) 파리 생제르맹은 카바니와 계약했다. 레알 마드리드는 루니보다 베일에 더 관심이 있는 느낌이다. 만약 루니가 이적하면 프리미어리그 빅 클럽으로 떠나게 될 것이다. 물망에 오르는 팀이 첼시다.
첼시는 쉬를레-판 힌켈-슈워처 영입과 루카쿠-데 브뤼네-에시엔 임대 복귀를 통해 충분한 전력 보강을 했다. 마타-루이스 이적설이 종종 제기되고 있으나 첼시가 쉽게 포기할 선수들이 아니다. 첼시는 골키퍼부터 공격수까지 전 포지션에 걸쳐 스쿼드가 두꺼우며 팀의 약점으로 꼽히는 원톱과 중원조차 가용 자원이 충분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루니의 영입은 스쿼드의 완성도를 높이는 '마지막 퍼즐'이라 할 수 있다.
과연 루니는 빨간색 유니폼을 계속 입을까? 아니면 파란색 유니폼으로 갈아 입을까? 맨유에 잔류할 수 있으나 이미 팀을 향한 충성심이 떨어졌다. 모예스 감독과의 불편한 관계를 놓고 볼 때 예전처럼 맨유를 위해 희생하는 플레이를 펼치며 팀 전력을 지탱할지 의문이다. 여전히 첼시 이적설에 무게감이 실린다. 한때 무리뉴 감독이 루니 영입은 없을 것 같은 뉘앙스를 취했으나 진심인지 알 수 없다. 루니가 맨유에 이적을 요청하면 첼시가 높은 이적료를 준비하고 있을지 모를 일이다. 물론 맨유에게 루니의 첼시 이적은 반갑지 않은 시나리오다.
첼시가 루니를 영입하려는 이유는 두 가지라고 봐야 할 것이다. 첫째는 확실한 원톱을 보유하는 것이며 둘째는 첼시의 색깔을 바꿔 줄 공격형 미드필더를 확보하는 목적이 있다. 지금까지 전자에 무게감이 쏠렸으나 무리뉴 감독이 토레스 부활을 믿으면서 후자쪽으로 기울어지는 느낌이다. 첼시는 토레스-뎀바 바-루카쿠를 포기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며 루니 영입은 공격형 미드필더를 보강하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가능하다. 아자르-오스카-마타의 2선 체제가 상대 팀의 강한 압박을 이겨내지 못했던 지난 시즌을 떠올리면 루니의 필요성이 있다.
다만, 첼시의 2선이 포화됐다. 아자르-오스카-마타와 경쟁하는 선수가 쉬를레-데 브뤼네-모제스이며 하미레스는 오른쪽 윙어까지 소화할 수 있다. 굳이 루니와 계약하지 않아도 2선에 좋은 선수들이 즐비하다. 하지만 프리미어리그 챔피언을 되찾는데 있어서 루니의 경험과 만능적인 기질은 첼시 전력의 플러스가 될 것이다. 루니는 2선에서 부지런히 움직이며 상대 수비진을 교란하는 플레이에 능하다. 첼시의 젊은 공격 옵션들이 상대 팀의 강한 압박을 이겨내고 많은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첼시의 루니 이적은 '맨유 시대의 종말'을 앞당기는 상징적인 이슈가 될 수도 있다. 맨유가 20년 동안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클럽으로 군림하는데 있어서 퍼거슨 전 감독의 영향력이 매우 컸다. 하지만 퍼거슨 전 감독의 은퇴로 과연 No.1을 계속 유지할지 의문이다. 지금까지 빅 사이닝이 없었던 여름 이적시장 행보를 봐도 올 시즌 전망이 불투명하다. 루니까지 잃으면 전력 약화는 불 보듯 뻔하다.
이러한 맨유의 내림세는 곧 첼시에게 기회다. '첼시의 시대'가 될지 아니면 '맨체스터 시티의 시대'가 탄생할지는 더 지켜봐야겠지만 적어도 라이벌 팀의 전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 첼시가 루니를 영입하려는 또 하나의 목적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