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의 일부 축구팬들은 토트넘을 '거절햄(거절+토튼햄, 국립 국어원에 의해 토튼햄이 토트넘으로 변경)'이라는 부정적인 표현을 한다. 토트넘이 유능한 선수 영입에 많은 관심을 나타냈음에도 거절 당하면서 붙여진 이름이다. 토트넘을 좋아하는 축구팬이라면 이 단어를 좋지 않게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토트넘을 거절햄으로 부르는 일은 없어야 할 것 같다. 팀의 이미지가 예전과 바뀐 듯한 느낌이다.
[사진=로베르토 솔다도를 영입했던 토트넘 (C) 토트넘 공식 홈페이지 메인(tottenhamhotspur.com)]
토트넘은 올해 여름 이적시장에서 세 명의 선수를 영입하는데 5000만 파운드(약 851억 원)를 투자했다. 스페인 대표팀 공격수 로베르토 솔다도 영입에 2600만 파운드를 지출했으며 이는 클럽 역사상 최다 이적료 금액이다. 브라질 대표팀 수비형 미드필더 파울리뉴와 벨기에 출신의 윙어 나세르 샤들리 영입에는 각각 1700만 파운드와 700만 파운드를 소비했다. 세 명 모두 토트넘이 즉시 전력감으로 활용 가능하며 지금까지 이번 이적시장에서 빅 사이닝이 없었던 북런던 라이벌 아스널과 대조적인 행보를 나타냈다.
이는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4위 이내의 성적을 올리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서 아스널을 4위권 바깥으로 끌어내고 빅4에 진입하겠다는 야심을 드러냈다. 지난 시즌에는 4위 아스널에 승점 1점 차이로 밀리며 아깝게 빅4 진입을 놓쳤고 올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을 획득하지 못했다. 그로인해 '에이스' 가레스 베일을 레알 마드리드에게 빼앗길 위기에 처했다. 베일 없는 토트넘이라면 전력 약화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다. 이빨 빠진 호랑이라는 표현이 결코 어색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면, 토트넘에게 베일 이적은 좋은 기회로 작용할 수도 있다. 레알 마드리드에게 엄청난 이적료를 받으면서 전폭적인 선수 영입을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한 가지 추측을 제기하면, 토트넘이 레알 마드리드의 베일 영입 오퍼를 계속 거절한 것은 베일의 몸값을 올리기 위한 전략일 수도 있다. 실제로 레알 마드리드는 베일의 이적료를 8100만 파운드에서 8500만 파운드(약 1447억 원)로 올렸다. 세계 축구 역대 최고 이적료에 해당하는 금액을 토트넘에 제시한 것.
만약 토트넘이 레알 마드리드의 제안을 받아들이면 남은 이적시장 기간에 대형 선수를 보강하는데 힘을 쏟을 것이다. 그 시나리오가 현실로 이루어지면 스쿼드 이름값은 아스널에 밀리지 않거나 또는 능가할 수도 있다. 베일 공백을 해결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겠지만 이적생들이 팀에 순조롭게 적응하며 분발하면 팀의 전력이 새롭게 바뀌면서 상대 팀이 수비 대응에 혼란을 겪게 될 것이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베일 없는' 토트넘에서는 득점력이 뛰어난 2선 미드필더가 필요하다. 애런 레넌, 질피 시구르드손은 아직까지 15골 이상의 득점력을 넣어줄 만한 레벨로 성장하지 못했다. 클린트 뎀프시는 미국의 시애틀 사운더스 이적이 발표됐다.
토트넘은 프리미어리그판 나폴리가 될 수도 있다. 나폴리는 여름 이적시장에서 에딘손 카바니를 파리 생제르맹으로 보냈다.(이적료 6400만 유로, 약 950억 원) 그 공백을 곤살로 이과인(3700만 유로)으로 메웠으며 그 밖에 라울 알비올, 호세 카예혼, 드리스 메르텐스 등을 데려왔다. 여기에 리버풀의 골키퍼였던 페페 레이나까지 임대하며 전력 업그레이드에 나섰다. 카바니가 빠졌음에도 이탈리아 세리에A 우승을 넘볼 전력을 보유했다.(지난 시즌 세리에A 2위) 토트넘도 나폴리와 비슷한 행보를 취할 수도 있다.
이미 토트넘은 프리미어리그 이적시장의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앞서 언급한 부분이지만, 세 명의 선수 영입에만 5000만 파운드를 쏟았다. 지난 시즌 챔피언스리그 준우승팀 도르트문트가 여름 이적시장에서 지출했던 5000만 유로(약 742억 원)보다 더 많은 돈을 이적료에 투자한 것이다. 도르트문트도 토트넘처럼 세 명의 주요 선수를 영입했다. 그만큼 토트넘이 이적시장에서 예전에 비해 영입 실적이 좋아졌다고 볼 수 있다.
토트넘이 솔다도 영입에 2600만 파운드를 들인 것은 그의 득점력에 기대를 걸고 있다는 뜻이다. 지난 시즌 원톱 부재로 공격력 저하를 겪으면서 빅4 진입에 실패했던 아쉬움을 솔다도 득점력으로 풀겠다는 의도가 드러난다. 솔다도는 지난 4시즌 연속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득점 랭킹 10위권 안에 포함됐다. 2012/13시즌에는 24골 기록했으며 2012년 이후 A매치 9경기에서 6골 넣었다. 프리미어리그에서 스페인 출신 선수들이 강세를 나타내는 현 상황에서 토트넘이 '솔다도 효과'를 얼마나 크게 거둘지 앞으로가 흥미롭다.
아울러 토트넘의 파울리뉴 영입은 이렇게 표현하게에는 이르겠지만 '신의 한 수'에 가깝다. 파울리뉴는 활동량이 많으면서 공격과 수비 능력이 골고루 뛰어난 수비형 미드필더다. 흔히 토트넘 중원은 루카 모드리치의 레알 마드리드 이적으로 창의성이 떨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나 파울리뉴가 무사 뎀벨레와 함께 그 약점을 해소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파울리뉴는 같은 브라질 출신의 수비형 미드필더이자 이번 이적시장에서 맨체스터 시티로 이적했던 페르난지뉴보다 세 살 어리며 이적료까지 절반이나 저렴하다.(페르난지뉴 이적료 : 3400만 파운드)
샤들리는 현재까지 로테이션 보강에 가깝다. 베일(또는 새로운 이적생 윙어)-레넌의 체력을 안배하는 카드라고 봐야 할 것이다. 빠른 순발력과 양발로 골을 터뜨리는 능력, 강력한 중거리 슈팅, 187cm의 체격 등에 이르기까지 팀의 역습 상황에서 도움이 될 옵션으로 꼽힌다. 과연 토트넘이 베일 없이 프리미어리그 빅4에 진입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