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세이셔널' 손흥민(21, 레버쿠젠)의 2013/14시즌 스타트를 상쾌하게 끊었다. 레버쿠젠 이적 이후 첫번째 공식 경기에서 데뷔골을 작렬했다.
손흥민은 한국 시간으로 3일 저녁에 펼쳐졌던 2013/14시즌 DFB 포칼컵 1라운드 SV 립슈타트(4부리그)전에서 1골 1도움 기록했다. 후반 18분 페널티 박스 왼쪽으로 쇄도하는 과정에서 스테판 키슬링의 패스를 받은 뒤 페인팅을 활용하며 상대 수비수 한 명을 따돌린 뒤 왼발 슈팅으로 골을 터뜨렸다. 후반 36분에는 페널티 박스 왼쪽 안에서 왼발 크로스를 띄운 것이 시드니 샘의 헤딩골로 이어지면서 도움을 얻었다. 레버쿠젠의 6-1 대승을 공헌했다. 후반 시작과 함께 교체 투입했던 손흥민은 오는 10일 프라이부르크전에서 분데스리가 개막전을 치를 예정이다.
[사진=손흥민 (C) 레버쿠젠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bayer04.de)]
손흥민의 데뷔골이 빨리 터진 것은 올 시즌 예감이 좋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게 한다. 만약 데뷔골 타이밍이 늦었거나 시즌 초반부터 골을 넣는데 어려움을 겪었다면 새로운 팀 입지에 대한 부담감을 느꼈을지 모를 일이었다. 이 같은 우려를 데뷔골로 덜어내면서 한결 여유로운 마음으로 분데스리가 새 시즌을 준비하게 됐다.
무엇보다 손흥민의 데뷔골은 키슬링과 합작한 골 장면이라 눈길을 끈다. 키슬링은 지난 시즌 분데스리가 득점왕이자 레버쿠젠의 중앙 공격수로서 손흥민 같은 동료 선수들의 골 지원을 받아야 한다. 손흥민은 4-3-3의 왼쪽 윙 포워드로서 함부르크 시절에 비해 동료 공격수를 돕는 플레이가 많을 수도 있다. 적어도 키슬링보다 많은 골을 넣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손흥민의 데뷔골은 키슬링이 도와줬던 장면이었다. 앞으로 손흥민이 득점을 노리는데 있어서 키슬링의 연계 플레이를 기대할 수 있다.
손흥민이 올 시즌 많은 골을 넣으려면 키슬링이 최전방에서 제 몫을 다해야 한다. 키슬링은 전형적인 장신 공격수(191cm) 답지 않게 발기술과 연계 플레이가 뛰어난 공격수로 평가 받는다. 박스 안에서 볼 공급을 기다리면서 골을 노리는 성향이 아니다. 득점과 연계 플레이, 제공권 등에 이르기까지 상대 수비를 위협할 무기가 풍부하다. 그 장점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면 왼쪽 측면과 중앙에서 활동 가능한 손흥민에게 득점 기회가 많이 찾아올 것이다. 참고로 지난 시즌 레버쿠젠의 왼쪽 공격수로 뛰었던 쉬를레(첼시)는 지난 시즌 43경기에서 14골 9도움 기록했다.
레버쿠젠이 함부르크에 비해 수비력이 좋은 것도 손흥민 득점력 향상에 도움이 될 것이다. 레버쿠젠은 지난 시즌 분데스리가 최소 실점 2위(34경기 39실점)를 기록했으며 점유율보다는 선 수비-후 역습을 주로 활용했다. 미드필더들이 적극적인 수비 가담을 펼치면서 자신들의 목적을 추구하는 경기를 펼친 것이 키슬링과 쉬를레 같은 공격 옵션들의 득점력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이러한 레버쿠젠의 전력적인 이점은 손흥민이 많은 골을 넣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게 된다.
반면 함부르크는 지난 시즌 분데스리가 10위권 이내 클럽 중에서 실점이 두번째로 많았다.(34경기 53실점) 수비가 허약할 때마다 손흥민이 볼을 받는데 어려움을 겪었거나 활동 반경이 밑으로 처지는 경우가 꽤 있었다. 이제는 레버쿠젠에서 팀의 탄탄한 수비 조직력에 힘을 얻는 것과 동시에 분데스리가 최고의 공격수와 함께 호흡을 맞추면서 함부르크 시절보다 자신의 장점을 발휘할 기회가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만약 손흥민이 꾸준히 제 기량을 발휘하면 지난 시즌 12골보다 더 많은 득점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함부르크 시절에 경험하지 못했던 유럽 대항전(UEFA 챔피언스리그)에 나서면서 지난 시즌보다 더 많은 출전 기회를 얻은 것도 골 횟수를 늘리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시즌 1호골을 터뜨린 손흥민의 비상은 이제부터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