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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손흥민 원톱 전환, 월드컵에서 보게 될까?

 

한국 축구 대표팀이 골 결정력 부족과 원톱의 경기력 침체를 해소하지 못하면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저조한 성적을 거둘 것이다. 지난주에 펼쳐졌던 동아시안컵 3경기에서 2무 1패에 그친 것을 봐도 대표팀 공격력은 아시아 무대에서 통하지 않았다.

 

전임 감독 시절 막판에도 마찬가지. 지난 6월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3경기에서 2골에 그쳤으며 그 중에 1골이 상대 팀의 자책골이었다. 아시아 강호를 상대로 화끈한 골 잔치를 펼치지 못하는 한국 대표팀의 힘든 현실이 계속된다면 브라질 월드컵에서 참담한 성적을 낼 것이다.

 

[사진=손흥민 (C) 나이스블루]

 

현 대표팀의 문제점은 A매치에서 꾸준히 믿고 쓸만한 원톱이 없다. 동아시안컵 3경기에서는 김동섭-서동현-김신욱 같은 K리그 클래식에서 수준급 공격력을 과시했던 선수들이 나섰으나 모두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그 중에 김신욱은 K리그 클래식 득점 2위(19경기 12골)를 기록중이나 A매치 20경기에서 1골에 그쳤다. 교체 투입된 경기가 많았음을 고려해도 출전 횟수에 비해서 골이 부족한 것은 아쉬움에 남는다. 김신욱이 투입되면 대표팀의 공격 전술이 롱볼 중심으로 바뀌는 것도 문제가 있다. 이 때문에 대표팀이 김신욱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냐는 외부의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일본전에서는 조영철을 제로톱으로 활용했으나 효과가 없었다. 일본 수비 진영이 한국의 공격 옵션들에게 중앙 공간을 내주지 않으려는 압박 자세를 취하면서 조영철 같은 순발력 빠른 타입이 고전했다. 제로톱의 등장은 대표팀에 확실한 킬러가 없다는 뜻이다. 상대 수비를 흔들어 놓는 움직임과 연계 플레이를 취하면서 번뜩이는 집중력으로 절호의 골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는 원톱의 활기찬 의욕이 한국 대표팀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현실이다.

 

이동국과 박주영도 확실한 대안은 아니다. 이 부분은 며칠 전 포스팅에서 다루었던 부분이라 대부분의 내용을 생략하겠다. 다만, 박주영은 대표팀보다는 소속팀에서 많은 출전 시간을 확보하면서 AS 모나코 시절의 기량을 되찾는 것이 절실하다. '아스널 잔류냐? 다른 팀 이적 또는 임대냐?'에 대한 거취가 빠른 시일내에 결정될 필요가 있다. 곧 있으면 새로운 시즌이 시작된다.

 

원톱은 기본적으로 득점력이 뛰어나야 한다. 현대 축구에서 공격수의 연계 플레이가 강조되고 있으며 심지어 수비력까지 요구되고 있으나 '공격수는 골을 잘 넣어야 한다'는 패러다임은 변하지 않았다. 아울러 원톱은 강팀을 상대로 주늑들지 않고 골을 터뜨릴 수 있는 배짱이 있어야 한다. 브라질 월드컵 본선에서 강팀과 격돌할 것으로 예상되는 한국 대표팀에서는 빅 매치에 강한 기질이 있는 원톱이 필요하다. 이러한 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는 손흥민의 원톱 전환을 브라질 월드컵에서 볼 수 있을지 기대된다.

 

손흥민의 주 무기는 골 결정력이다. 지난 시즌 함부르크에서 12골 넣으며 성공적인 시즌을 보냈던 것(득점 공동 9위). 한국인 선수가 유럽 3대 리그에 속하는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두 자릿수 득점을 올린 것은 대단한 일이다. 만약 성적이 좋은 팀에서 2선의 활발한 공격 지원을 받았다면 더 많은 골을 터뜨리며 분데스리가 득점 5위권 안에 진입했을지 모를 일이다. 이러한 활약 속에 레버쿠젠으로 둥지를 틀면서 구단 역대 최고 이적료(1000만 유로, 약 148억 원)를 기록하게 됐다.

 

특히 손흥민은 도르트문트 킬러로 이름을 떨쳤다. 지난 시즌 도르트문트와의 2경기에서 4골을 뽑았다. 도르트문트는 바이에른 뮌헨과 더불어 분데스리가의 대표적인 강팀으로 꼽힌다. 손흥민이 빅 매치에서 통할 수 있는 존재임을 알 수 있다. 또한 손흥민의 강팀 기질은 올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를 통해 만개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질 수 있다. 챔피언스리그에서 레버쿠젠의 돌풍을 재현하면 유럽 강팀과 경기를 치렀던 실전 감각을 쌓으면서 개인 기량이 업그레이드 될 것이다. 지금보다 강력해진 경기력으로 브라질 월드컵에 나설 수도 있다.

 

변수는 손흥민의 포지션이다. 레버쿠젠에서 안드레 쉬를레(첼시)를 대체하는 차원에서 왼쪽 윙 포워드를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시즌 분데스리가 득점왕 스테판 키슬링과의 스위칭을 통해 때에 따라 중앙 이동이 가능하나 기본적으로 왼쪽 측면 공격을 담당한다. 측면에서 경기를 풀어가는 감각이 풍부한 상황에서 한국 대표팀의 원톱 역할을 충분히 소화할지 알 수 없다. 대표팀에서도 지금까지 측면과 2선 자원으로 자주 기용됐다.

 

그럼에도 손흥민의 원톱 전환이 기대되는 이유는 언제 어떤 상황에서든 골을 넣을 것 같은 기대감이 있다. 공격수는 골을 잘 넣는 것이 기본이며 손흥민은 그 요건을 이미 함부르크에서 충족시켰다. 아직 어린 나이 때문인지 경기력이 덜 익은 느낌이 없지 않으나 유럽 빅 리그에서 성공한 경험을 무시할 수 없다. 매 시즌마다 성장을 거듭했던 손흥민이라면 2013/14시즌과 그 이후에 펼쳐질 브라질 월드컵에서 좋은 경기력을 발휘할 가능성이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