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분들이 걱정하시는 것은 이해가 가지만, 아직까지 대표팀에 복귀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지 않다"
'산소탱크' 박지성은 지난 20일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대표팀 복귀가 없을 것임을 공식 발표했다. 대표팀이 지난 2년 동안 정체에 빠지면서 "박지성이 대표팀에 복귀해야 한다"는 여론의 주장이 힘을 얻었으나 박지성은 이를 원치 않았다. 아마도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는 한국 대표팀 선수로서 그라운드를 누비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를 불편하게 여기는 시선이 분명 존재할 것이다.
[사진=박지성 (C) 프리미어리그 공식 홈페이지 메인(premierleague.com)]
그러나 특정 선수의 거취에 대해서는 선수 본인의 생각이 우선적으로 존중되어야 한다. 축구팬이라면 선수의 대표팀 발탁과 이적과 관련하여 이런 저런 말을 할 수 있으나 선수가 여론에 끌려다닐 필요는 없다. 여론의 생각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니다.(다만, 선수의 선택이 틀릴 때도 있다.) 일례로 김보경이 지난해 여름 카디프 시티에 이적했을때 여론에서는 챔피언십 클럽이라는 이유로 이를 못마땅하게 여겼다. 그러나 김보경의 선택은 소속팀의 프리미어리그 승격에 의해 신의 한 수가 됐다. 여론에는 정답도 있으나 오답도 있음을 알 수 있다.
최근에는 대표팀이 졸전을 거듭하면서 박지성의 대표팀 복귀를 원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특히 18일 이란전 0-1 패배 이후가 절정이었다. '캡틴 박'의 리더십을 그리워하는 사람이 많았다. 현 대표팀에서 중심을 잡아줄 선수가 없는 것은 사실이다. 2011년 아시안컵까지 주장 역할을 충실히 해냈던 박지성의 소통 리더십과 특유의 희생적인 활약이 대표팀에 필요해 보인다.
하지만 박지성이 대표팀에 돌아와도 한국이 브라질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다는 보장은 없다. 그가 태극 전사가 되어도 대표팀의 모든 문제점이 개선되는 것은 아니다. 캡틴 박이 남아공 월드컵과 아시안컵에 출전했던 시절에도 대표팀은 여러 가지 단점에 시달려야 했다. 현존하는 한국 최고의 축구 선수가 더 이상 A매치를 뛰지 않으면서 대표팀 전력이 이전보다 약해진 것은 사실이나 그의 공백을 극복하지 못한 기존의 대표팀에게 잘못이 있다.
어느 팀이든 주어진 여건에서 값진 결실을 거두는 것은 기본이다. 대표팀이 산소탱크를 향한 미련을 떨쳐야 브라질 월드컵과 그 이후에 최상의 경기력을 발휘할 자신감을 얻는다. 지금의 대표팀이 스스로 극복하지 않으면 사람들은 과거의 화려했던 시절을 그리워하거나 집착할 것이다. 이래서는 대표팀 경기력이 나아지지 않는다. 과거의 향수는 달콤할 뿐 결코 미래를 위한 정답이 될 수 없다. 거스 히딩크 감독이 한국 대표팀 사령탑으로 복귀해도 또 한 번의 월드컵 4강 신화를 거둔다는 보장이 없는 것처럼 말이다. 1980년대 리버풀의 영광을 재현했던 케니 달글리시 전 감독의 경우 2011/12시즌 프리미어리그 8위 추락이라는 씁쓸한 성적표를 남기고 경질됐다.
박지성은 기자회견에서 "(대표팀은) 과거에도 여러 문제가 있었으나 모두 이겨냈다. 남은 기간동안 잘 준비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대표팀이 지금의 문제점을 극복하면 브라질 월드컵에서 만족스러운 성적을 거둘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의 말은 옳았다. 한국이 2002년 한일 월드컵,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 목표를 달성했던 공통점 중에 하나는 팀의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했다. 반드시 험난한 고비를 넘어야 월드컵 본선에서 웃을 수 있다.
대표팀에서 박지성을 보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기억해야 할 것은, 지금의 박지성은 과거의 박지성이 아니다. 그는 지난 두 시즌 동안 소속팀에서 원만한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2011/12시즌 막판 7경기 연속 결장으로 팀 내 입지가 좁아진 끝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떠났고 2012/13시즌 퀸즈 파크 레인저스에서는 여러 가지 곤욕을 치렀다. 다가오는 2013/14시즌에 어느 팀에서 활약할지 알 수 없다. 최악의 경우 챔피언십에서 새로운 시즌을 보낼 수도 있다. 대표팀의 리더라면 꾸준히 최상의 경기력을 발휘해야 팀원들이 분발한다. 그러나 박지성은 소속팀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그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시절은 과거의 추억일 뿐이다.
박지성 대표팀 복귀를 주장하는 사람도 그의 무릎 문제를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여론이 박지성에게 더 이상의 부담을 주는 것은 곤란하다. 선수 본인이 원치 않는다. 파벨 네드베드, 지네딘 지단, 루이스 피구도 대표팀 은퇴를 번복했으니 박지성이 그 길을 따라야 한다는 논리는 잘못됐다. 박지성은 이들과 다른 사람일 뿐이다. 이제 '박지성 타령'을 그만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