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수와 지동원은 2010년까지 A매치 출전 경험이 부족했던 K리그(현 K리그 클래식) 공격수였다. 전자는 K리그 득점 선두를 질주하며 프로 2년차 답지 않은 거침없는 활약을 펼쳤고 후자는 K리그의 강력한 신인왕 후보로 떠올랐었다. 그 해 연말에는 아시안컵 엔트리에 포함되면서 부상으로 제외됐던 박주영 공백을 메울 대안으로 주목 받았다. 서로 똑같지 않아도 비슷한 구석이 있었던 두 선수의 행보는 이랬다.
두 공격수는 2011년 1월 아시안컵을 계기로 서로의 운명이 달라졌다. 지동원은 아시안컵에서 4골 넣으며 한국 축구의 미래를 짊어질 차세대 공격수로 기대를 받게 됐다. 그 해 여름에는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선덜랜드에 진출했고 올해 1월에는 독일 분데스리가 아우크스부르크에 임대됐다. 팀의 1부리그 잔류를 공헌했던 활약에 힘입어 도르트문트를 포함한 분데스리가 6개 클럽의 영입 관심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유병수 영입을 발표한 FC 로스토프 공식 홈페이지 (C) fc-rostov.ru]
유병수도 지동원과 같은 시기 해외에 진출했다. 사우디 아라비아의 명문 클럽 알 힐랄로 이적했으며 최근에는 러시아의 FC 로스토프로 떠나며 유럽파가 됐다. 하지만 지동원과는 차이가 있다. 지동원이 잉글랜드, 독일 같은 유럽 빅 리그를 경험했다면 유병수는 중동을 떠나 러시아로 둥지를 틀었다. 서로 해외에 진출했으나 지동원이 사람들의 눈길을 끌기 쉬웠다. 아울러 지동원은 지난해 런던 올림픽에서 한국의 동메달 멤버로 두각을 떨쳤다. 반면 유병수는 알 힐랄에서 두 시즌 동안 많은 경기를 뛰었음에도 우리들에게 익숙한 유럽파들에 비해 일거수 일투족이 잘 알려지지 않았다. 여론에서 점점 잊혀졌으나 FC 로스토프 이적으로 다시 관심을 끌게 됐다.
만약 유병수가 아시안컵에서 조광래 전 감독의 신뢰를 얻으며 한국 대표팀 간판 공격수로 자리잡았다면 지금쯤 유럽 주요리그에서 뛰었을지 모를 일이다. 아시안컵을 전후해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볼턴(현재 챔피언십 소속), 프랑스 리그1 AS 모나코 이적설로 주목을 끌었기 때문. 2010시즌 K리그 득점왕을 달성했던 여파가 컸다. 그러나 유병수는 아시안컵에서 굴욕을 겪었다. 조별리그 2차전 호주전에서 후반 22분에 조커로 나섰으나 21분 만에 교체되고 말았다. 이렇다할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한 것에 따른 질책성 교체였다.
그 이후 유병수는 아시안컵에서 항명 논란에 시달렸다. 호주전 종료 후 자신의 미니홈피에 “진짜 할 맛 안난다. 90분도 아니고 20분 만에 내가 가지고 이룬 모든 것이 다 날아가버렸네”라는 글을 남긴 것이 문제가 됐다. 언론에서는 조광래 전 감독을 향한 불만이 아니냐는 보도를 내보냈으나 유병수는 이를 부정하며 항명이 아님을 밝혔다. 그러나 호주전 이후 지금까지 A매치를 뛰지 못했다. 아시안컵에서 지동원과의 경쟁에서 밀린 끝에 대표팀과 점점 멀어졌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 이전까지 포함하면 허정무호와 조광래호, 최강희호에서 외면 받았다.
일각에서는 유병수를 인맥 축구의 희생양으로 지목한다. 여론에서는 인맥 축구를 한국 축구 문제점 중에 하나로 꼽는다. 그러나 글쓴이는 이러한 견해에 공감하지 않는다. 유병수는 아시안컵에서 지동원과의 주전 경쟁에서 밀렸다. 그 이후 박주영이 부상을 회복하면서 유병수가 대표팀에 발탁 될 기회를 잡지 못했다. 아울러 감독마다 선수를 선호하는 성향이 다르다. 조광래 전 감독은 박주영과 지동원 같은 연계와 침투 능력이 뛰어난 공격수를 선호하며 패스 축구의 정착을 시도했다. 최강희 전 감독은 이동국과 김신욱 같은 빅 맨들을 중용하며 롱볼 축구를 했었다. 철저히 골을 노리는 유병수의 전술적 성향과는 차이점이 있는 스타일이었다.
그럼에도 유병수의 득점력만을 놓고 보면 이동국과 박주영 입지를 위협할 능력이 있었다. 유병수는 페널티 박스 안에서 골을 해결짓는 능력이 강하다. 어쩌면 한국 축구의 고질적인 약점인 골 결정력 부족을 일부분 해소했을지 모를 일이다. 물론 현대 축구에서는 전형적인 공격수의 영향력이 약해지는 추세다. 하지만 한국은 세계 무대에서 통할 수 있는 공격수가 드물다. 그나마 2년 전까지의 박주영은 대표팀에서 잘했으나 지금은 어느 누구도 대표팀 공격수로서 임펙트 강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유병수가 아시안컵 이후 대표팀에 출전할 기회가 사실상 전무했던 것이 아쉽다. 아시안컵에서 지동원과의 운명이 엇갈린 것이 지금까지 영향을 끼치게 됐다.
어쩌면 유병수의 득점력은 골 부족에 시달리는 지금의 대표팀에 절실할지 모른다. 박주영은 지난 2년 동안 침체에 빠졌고, 이동국은 대표팀 주전으로서 믿음직한 활약을 펼치지 못했으며, 김신욱은 A매치에서 1골에 그쳤다. 손흥민과 지동원은 공격수로 뛸 수 있으나 현재까지 대표팀에서는 2선 미드필더로 분류된다. 유병수에게 FC 로스토프 이적은 대표팀 발탁 여부와 더불어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최종 엔트리 합류를 위한 동기부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만약 유병수가 대표팀에 뽑히면 2011년 아시안컵 시절과 다르다는 것을 실전에서 골로 보여줘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