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는 돈이다'라는 말이 실감난다. 첼시와 맨체스터 시티, 파리 생제르맹은 외국 자본에 인수된 이후부터 선수 영입에 많은 돈을 투자하며 유럽 축구의 새로운 빅 클럽으로 거듭났다. 다수의 강팀들도 이적시장 때마다 새로운 선수를 데려오는데 많은 이적료를 지출했다. 최근에는 프랑스 1부리그에서 승격한 AS모나코가 유럽 축구의 새로운 부자 클럽으로 떠올랐다. 팀 전력을 강화하는데 있어서 두둑한 자금을 확보하고 돈을 쓰는 것은 이제 기본이 되었다. K리그 클래식에서도 돈 때문에 기업구단과 시도민구단의 양극화가 존재한다.
[사진=아르센 벵거 아스널 감독 (C) 아스널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arsenal.com)]
아스널이 2003/04시즌 이후 9시즌 동안 프리미어리그 우승에 실패한 근본적 원인은 다른 강팀들에 비해 돈이 부족했다. 인건비에 많은 돈을 들이지 않는 특성이 팀 성적에 안좋은 영향을 끼쳤다. 여전히 프리미어리그 빅4를 사수하며 빅 클럽 명성을 이어가고 있으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우승을 다투었던 과거에 비하면 아쉬움이 남는 성적이다. 심지어 8시즌 연속 무관에 그쳤다. 오히려 아스널을 떠나는 선수들이 새로운 소속팀에서 우승을 경험했던 사례가 늘었다. 아르센 벵거 감독이 추구했던 '저비용 고효율' 정책은 부자 클럽이 승승장구하는 현실에서 우승을 보장하지 않는다.
젊은 선수를 톱클래스 스타로 육성하는데 초점을 맞추는 전략이 우승을 할 수 없다고 단정짓는 것은 아니다. 도르트문트는 재능이 뛰어난 영건을 중심으로 전력을 강화하며 2010/11시즌과 2011/12시즌 분데스리가 2연패, 2012/13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준우승을 달성했다. 그러나 도르트문트의 성공은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면 분데스리가 내에서 바이에른 뮌헨 이외에는 마땅한 부자 클럽이 없다. 도르트문트가 에이스 마리오 괴체를 바이에른 뮌헨으로 내주게 된 것도 결국 돈 때문이었다.
반면 아스널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맨체스터 시티, 첼시 같은 이적시장에서 많은 돈을 쓰는 팀들과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다투어야 한다. 세 클럽의 재정이 어려워지지 않는 이상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공교롭게도 세 클럽에는 아스널 주전이었던 선수들이 퍼져있다. 이들이 아스널을 떠난 것은 저마다 여러 사연이 있겠지만, 아스널이 애초부터 자금이 풍부했다면 로빈 판 페르시와 사미르 나스리 등을 지켜내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더불어 우승 경쟁을 펼쳤을지 모를 일이었다. 참고로 아스널이 2003/04시즌을 제패한 이후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5회, 첼시는 3회, 맨체스터 시티는 1회의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이루었다.
현실적으로 아스널의 2013/14시즌 프리미어리그 우승 전망이 어둡다. 첼시는 조세 무리뉴 감독 영입으로 프리미어리그 최강자로 떠오를 기회를 잡았다. 팀의 약점이었던 원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에딘손 카바니(나폴리) 영입을 희망하고 있으며 만약 성사되면 천문학적인 이적료 투자가 예상된다. 맨체스터 시티는 헤수스 나바스, 페르난지뉴 영입에 5100만 파운드(약 874억 원)를 지출했으며 카바니까지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알렉스 퍼거슨 전 감독이 은퇴했으나 프리미어리그 No.1을 지키기 위해 이적시장을 소홀히 넘어가지 않을 것이다.
반면 아스널은 대형 선수의 이적설만 뜨고 있다. 현재까지 아스널 이적설로 주목을 받았던 선수는 스테판 요베티치(피오렌티나) 크리스티안 벤테케(애스턴 빌라) 다비드 비야(FC 바르셀로나) 마루앙 펠라이니(에버턴) 웨인 루니(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훌리우 세자르(퀸즈 파크 레인저스) 등이다. 그러나 이들 중에 몇몇은 다른 빅 클럽의 영입 관심을 받고 있다. 많은 주급을 원하면 아스널 이적을 원치 않을 것이다. 특히 루니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아스널 최고 주급 선수의 2배 정도 되는 주급을 받는 중이다.
아스널이 이적시장에서 많은 돈을 쏟아도 팀 전력의 업그레이드를 꾀할 스타를 발굴할지는 의문이다. 산티 카솔라, 미켈 아르테타, 페어 메르테자커 같은 성공작이 있었으나 제르비뉴, 알렉스 옥슬레이드-챔벌레인, 안드레 산투스 등은 기대에 못미쳤다. 올리비에 지루는 지난 시즌 46경기에서 17골 10도움 기록했으나 판 페르시 대체자로서 역부족이었으며 기복이 심했다. 지금의 아스널에는 톱클래스 선수와 계약하지 않아도 카솔라 같은 팀의 경기력에 꾸준히 도움이 될 만한 이적생이 여럿 필요하다. 그럼에도 부자 클럽들보다 더 좋은 성적을 거두기가 쉽지 않다.
벵거 감독의 계약 기간은 2013/14시즌을 끝으로 만료된다. 아스널 측이 계약 원장을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팀이 거듭 우승에 실패하면서 벵거 감독의 경질설이 종종 제기됐다. 아직은 벵거 감독의 앞날을 알 수 없으나 오랫동안 아스널에 머물고 싶다면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이루어야 할 필요가 있다. 우승 실패시 재계약이 결코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명문 팀의 수장으로서 '아스널은 우승을 할 수 있는 팀'이라는 이미지를 사람들에게 심어주는 것은 중요하다. 과연 아스널이 프리미어리그에서 우승하는 그날이 올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