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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맨유 감독' 모예스, 루니를 방출해도 좋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가 현지 시간으로 9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데이비드 모예스 감독 영입을 공식 발표했다. 스코틀랜드 출신의 모예스 감독은 2002년부터 올해까지 11년 동안 에버턴 사령탑을 맡았으며 맨유와 6년 장기 계약을 맺었다. 영건을 육성하는 탁월한 능력으로 재정이 빈약한 에버턴이 프리미어리그에서 중상위권을 유지하는데 큰 보탬을 줬다. 만성 적자를 겪고 있는 맨유에 어울리는 지도자라고 볼 수 있다. UEFA 챔피언스리그 경험이 부족한 약점이 있으나 양극화가 존재하는 프리미어리그의 현실에서 에버턴의 빅4 도약은 비현실적인 시나리오였다.

 

 

[사진=데이비드 모예스 감독 영입을 공식 발표한 맨유 공식 홈페이지 메인 (C) manutd.com]

 

그러나 모예스 감독의 부임은 웨인 루니의 이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루니는 2004년 에버턴에서 맨유로 떠나기 이전 무렵에 모예스 감독과 불화를 겪었다. 2년 뒤 루니는 자서전에서 모예스 감독이 위압적이라며 선수 통제에 대한 불만을 나타냈다. 이에 모예스 감독은 루니를 명예회손으로 고소했고 2008년에 승소하면서 루니로부터 10만 파운드(약 1억 6,900만 원)의 위자료를 받아냈다. 훗날 루니가 모예스 감독에게 사과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2013/14시즌부터 맨유에서 함께할지는 의문이다.

 

<BBC>를 비롯한 다수의 잉글랜드 언론은 루니가 퍼거슨 감독에게 이적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맨유 내부에서 모예스 감독이 맨유의 새로운 사령탑으로 부임한다는 정보를 듣자 다른 팀으로 떠나겠다는 의사를 나타냈다. 모예스 감독과 같은 팀에서 호흡을 맞추기 싫다는 뜻이다. 이에 퍼거슨 감독과 맨유 구단은 루니의 이적을 반대하고 있다. 만약 루니가 프리미어리그 내 다른 클럽(특히 첼시, 맨체스터 시티)으로 떠나면 맨유의 우승이 어려울 것이다.

 

루니가 잔류하면 모예스 감독과 어색한 동거를 이어가야 한다. 모예스 감독이 새로운 선수단을 장악하는 불안 요소가 될 수 있다. 자신을 마음속에서 원하지 않는 선수가 팀에 존재하는 것. 더욱이 두 사람은 법정 공방까지 펼쳤던 사이다. 감독이 선수를 고소하면서 위자료를 얻었던 사례는 흔치 않다. 모예스 감독이 공식적으로 루니를 원한다는 의사를 표현할 수 있으나 속마음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곧 맨유의 이사를 맡을 퍼거슨 감독과 구단은 두 사람이 오랫동안 힘을 합치며 '맨유 천하'를 이어가기를 바라겠지만 당사자들의 입장은 다를 것이다. 이미 루니는 이적을 요청했다.

 

사실, 루니의 태도는 당연했다. 다른 누구라도 자신이 싫어하는 지도자가 팀의 새로운 감독이 되는 것을 좋아할 리는 없다. 회사에 비유하면 예전에 악연이 있던 사람이 자신의 직속상관이 되는 것이다. 저마다 판단이 다를 수 있겠으나 직장 또는 부서를 떠나길 원하는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루니가 이적을 요청했다고 마냥 비난하기에는 곤란하다. 그가 모예스 감독에게 사과한 것이 사실일지라도 그를 향한 존경의 마음에서 표현한 것인지는 확실치 않다.

 

다만, 맨유팬들은 루니의 충성심을 문제 삼을 수 있다. 루니는 2010년 하반기에도 "맨유는 야망이 부족하다"며 구단에 이적을 요청했던 전례가 있다. 퍼거슨 감독 만류로 계약 연장을 통해 봉합을 맺었으나 주급이 대폭 인상됐다. 자신의 개인 욕심을 위해 다른 팀으로 떠나기를 희망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받기 쉽다. 그 이후 루니는 팀의 우승을 공헌했으나 3년 만에 팀을 떠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맨유팬들에게 좋은 소식이 아니다. 특정 축구팀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팀을 위해 뛰는 선수에 호감을 나타내는 것은 당연하다.

 

루니는 모예스 감독의 부임으로 다음 시즌 붙박이 주전으로 활약한다는 보장이 없게 됐다. 득점력 저하가 문제다. 올 시즌 4-2-3-1의 공격형 미드필더로서 프리미어리그 27경기 12골 10도움을 기록했으나 지난 시즌 34경기 27골 4도움에 비하면 아쉬움이 있다. 공격형 미드필더로서의 경기 내용은 전체적으로 좋았으나 본래 공격수로서 득점력이 떨어졌다는 인상을 심어주기에 충분하다. 맨유에는 로빈 판 페르시라는 득점 기계가 존재하며 굳이 모예스 감독이 루니를 고집하지 않아도 되는 입장이다.

 

물론 모예스 감독이 맨유에서 어떤 전술을 활용할지는 누구도 모른다. 빅 클럽에서 중소 클럽의 방식대로 전술을 구성하는 것은 옳지 않다. 하지만 모예스 감독의 시선에서 루니가 앞으로 맨유 전력에 큰 보탬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면 그의 이적을 허용할 수도 있다. 어쩌면 구단의 반대에 막혀 무산될 수도 있다. 그러나 구단이 모예스 감독의 뜻을 존중하면 상황이 뒤바뀔 것이다. 모예스 감독의 판단이 루니의 앞날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만약 모예스 감독이 맨유 선수들을 확실하게 장악하고 싶다면 루니를 방출해도 좋다. 자신의 선택이 옳았는지 여부는 언젠가 시간이 말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