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21, 함부르크) 이적이 구체화되는 분위기다. 함부르크의 연간 적자가 1,000만 유로(약 143억 원)로 알려지면서 팀의 재정 안정을 위해 손흥민을 올해 여름 이적시킬 가능성이 있다. 그동안 손흥민과의 재계약을 원했으나 2012/13시즌이 종료되는 현재까지 재계약이 완료되거나 협상중이라는 소식은 전해지지 않았다. 현재 분데스리가 7위를 기록중이며 다음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진출이 좌절됐다. 최근에는 AC밀란의 보얀 크르키치 영입에 관심을 나타내면서 손흥민 대체자를 확보하기 위한 수순이 아니냐는 시각이 있다.
어쩌면 손흥민은 함부르크와 재계약 맺을수도 있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본선 맹활약을 위해 함부르크에서 꾸준히 실전 감각을 쌓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함부르크같은 전력이 불안정한 팀에서 폭발적인 득점력을 과시하기가 쉽지 않다. 후방의 안정적인 수비와 미드필더들의 꾸준한 지원이 뒤따라야 공격수가 많은 골을 넣는 토대가 조성된다. 함부르크가 다음 시즌 손흥민과 함께하고 싶다면 스쿼드 개편과 선수들의 응집력 향상이 요구된다. 하지만 함부르크는 현재 적자 상태다.
손흥민은 그동안 여러 빅 클럽들의 영입 관심을 받았다. 맨체스터 시티를 제외한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의 빅6, 독일 분데스리가 도르트문트 이적설로 주목을 끌었다. 차기 행선지가 어느 팀일지, 과연 언제 빅 클럽으로 떠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다만, 월드컵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면 다음 시즌 소속팀에서 많은 경기를 뛰는 것 못지 않게 올 시즌보다 기량이 향상된 모습을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 다음 시즌 빅 클럽으로 이적하면서 로테이션 멤버로 분류되어도 개인기와 몸싸움 노하우가 예전보다 완성도가 높다면 큰 선수로 성장할 내공을 쌓게 된다.
무엇보다 함부르크는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에 출전하지 못하는 약점이 있다. 유로파리그 출전 자격을 얻을지라도 손흥민이 유럽 대항전을 통해 도르트문트를 제외한 빅 클럽들의 눈길을 끄는 것은 쉽지 않다. 함부르크가 유로파리그에서 선전한다는 보장도 없다. 올 시즌 유로파리그 8강에 진출했던 분데스리가 클럽은 없었다. 슈투트가르트는 16강, 하노버96-레버쿠젠-묀헨 글라드바흐는 32강 진출에 만족했다. 챔피언스리그에서 도르트문트와 바이에른 뮌헨의 결승 맞대결이 성사된 것과 대조적이다. 분데스리가의 유로파리그 경쟁력이 강하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함부르크의 유로파리그 진출은 손흥민에게 커다란 동기부여가 되지 않을 것이다. 유로파리그는 냉정히 말하면 챔피언스리그보다 낮은 레벨의 대회다. 80년대에 분데스리가를 호령했던 차범근이 두 번의 UEFA컵(지금의 유로파리그) 우승을 경험했으나 그때와 지금의 유럽 축구는 상황이 다르다. UEFA컵은 챔피언스리그의 개편과 영향력 확장에 의해 비중이 약해졌으며 최근 유로파리그로 명칭이 변경됐다. 손흥민에게 유로파리그 진출은 유럽 대항전을 경험하는 이점이 있으나 자신의 명성을 높이기에는 대회의 태생적 약점에 따른 한계가 있다.
일각에서는 '손흥민이 어느 모 팀으로 떠나면 이런 저런 이유 때문에 힘들 것이다'는 주장을 제기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특정 선수와 팀의 미래를 전망하고 싶어할 것이다. 그러나 벌써부터 손흥민 실패를 걱정할 필요는 없다. 아직 손흥민의 차기 행선지는 결정되지 않았으며 과연 빅 클럽에서 성공할지 여부는 좀 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유럽 무대에서 성공했던 태극 전사들의 과거를 떠올리면 손흥민이 빅 클럽에서 고전할 것이라는 우려는 아직 적절하지 않다. 박지성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진출했던 무렵에 '마케팅용'이라는 현지 여론의 부정적인 반응을 극복하고 7시즌 동안 성공적인 활약을 펼쳤다. 이청용은 2009년 당시 프리미어리그에 속했던 볼턴에 입단하면서 몸싸움이 약하다는 이유로 실패할 것이라는 국내 여론의 반응을 실력으로 잠재웠다. 기성용은 셀틱의 벤치 멤버에서 주전으로 성장하여 한때 자신을 외면했던 닐 레넌 감독의 신뢰를 얻었다. 김보경의 지난해 여름 카디프 시티 이적은 많은 사람들이 걱정했으나 결국 소속팀의 프리미어리그 승격을 공헌하며 자신의 선택이 옳았음을 입증했다.
도전은 불확실한 존재다. 자신의 도전이 성공할지 혹은 실패할지 알 수 없다. 특정 리그를 빛냈던 선수라도 다른 리그에서 화려한 나날을 보낸다는 법은 없다. 에딘 제코는 볼프스부르크 시절에 분데스리가를 평정했으나 현 소속팀 맨체스터 시티에서는 붙박이 주전이 아니다. 루카스 포돌스키는 한때 아스널의 교체 멤버로 밀렸으며 카카와 신지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의 첫 시즌이 만족스럽지 못했다. 반면 스완지 시티의 미구엘 미추는 적은 이적료(220만 파운드, 약 37억 원)를 기록했음에도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득점 5위를 기록하며 잉글랜드 무대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한때는 스페인 대표팀 발탁설까지 제기되었을 정도.
손흥민이 빅 클럽에 도전하지 않으면 자신의 영향력을 유럽에서 확장하는데 한계가 있다. AC밀란의 스테판 엘 샤라위, 도르트문트의 마리오 괴체, 말라가의 이스코 같은 유럽 축구의 92년생 특급 유망주에게 밀리지 않으려면 빅 클럽 혹은 큰 무대에서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발휘해야 한다. 소속팀이 선수의 능력을 결정짓는 절대적인 존재는 아니나 사람들은 빅 클럽을 주목하기 쉽다. 함부르크는 빅 리그에 속하나 빅 클럽은 아닌 것이 사실이다. 손흥민이 함부르크와 작별할 시간이 온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