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축구

지동원 4호골, 분데스리가 진출은 옳았다

 

지동원이 시즌 4호골을 넣으며 아우크스부르크의 완승을 이끌었다. 한국 시간으로 27일 오후 10시 30분 임펄스 아레나에서 진행된 2012/13시즌 독일 분데스리가 31라운드 슈투트가르트전에서 후반 40분 팀의 세번째 골을 터뜨렸다. 페널티 박스 안쪽으로 쇄도하는 과정에서 안드레 한이 오른쪽 측면에서 찔러준 크로스를 오른발 논스톱 발리 슈팅으로 마무리했다. 지난 15일 프랑크푸르트전 두 골 이후 12일 만에 골맛을 봤다.

 

아우스크부르크는 3-0 완승을 거두면서 15위 뒤셀도르프와의 승점 동률(30점)을 이루었다. 뒤셀도르프에게 골득실에서 3골 밀렸으나 15위로 시즌을 마치면 플레이오프 없이 1부리그 잔류에 성공한다. 앞으로 남은 프라이부르크전, 바이에른 뮌헨전, 그로이터 퓌르트전에서 많은 승점을 따내야 한다.

 

지동원 4호골이 값진 이유

 

지동원의 슈투트가르트전 골은 공격수 출신으로서 득점력이 부족했던 아쉬움을 해소했다. 지난 6일 도르트문트전까지 분데스리가 11경기에서 1골 기록하면서 일부 여론으로부터 득점력 저하에 대한 우려를 받았다. 아우크스부르크 임대 이후 4-1-4-1의 공격형 미드필더로 활약하면서 궂은 역할에 초점을 맞췄으나 대중들에게는 공격수라는 이미지가 더 익숙했다. 최근 프랑크푸르트전 2골, 슈투트가르트전 1골은 분데스리가에 완전히 적응했음을 의미한다. 분데스리가 스타일을 익히면서 그동안 뽐내지 못했던 킬러 본능을 이제서야 발휘하게 됐다.

 

한일 대결에서도 이겼다. 아우크스부르크는 슈투트가르트를 3-0으로 대파했고 지동원은 일본인 선수와의 맞대결에서 이겼던 뜻깊은 경기였다. 슈투트가르트에는 오카자키 신지와 사카이 고토쿠가 경기에 나섰다. 지동원의 후반 40분 골 장면은 두 명의 일본인 선수 실수에서 비롯됐다. 오카자기가 아우크스부르크 진영에서 한에게 볼을 빼앗기면서 역습이 전개되었던 것. 오른쪽 풀백이었던 사카이는 오카자키가 볼을 잡았을 때 너무 앞쪽으로 올라왔던 것이 지동원에게 침투 공간을 허용했던 빌미를 제공했다. 페널티 박스쪽으로 내려오면서 지동원을 막으려 했으나 이미 때는 늦었다.

 

지난 시즌 구자철이 아우크스부르크 강등을 막았던 주역이었다면 올 시즌에는 지동원이 팀의 잔류 의지에 힘을 불어 넣었다. 한국인 선수가 두 시즌 연속 아우크스부르크 전력에 보탬을 줬다. 특히 지동원은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구자철 몫까지 해냈다. 최근에 골을 터뜨렸던 프랑크푸르트전, 슈투트가르트전에서 아우크스부르크의 승리를 이끌었다. 아우크스부르크는 앞으로도 한국인 선수에 호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지구 특공대가 팀 내에서 한국인 선수의 위상을 높였다.

 

지동원에게 반전이 되었던 아우크스부르크 임대

 

지동원은 시즌 4호골을 통해 자신의 분데스리가 임대가 옳았음을 실력으로 입증했다. 시즌 전반기 선덜랜드에 소속되었을 때는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에 단 한 경기도 뛰지 못했지만, 아우크스부르크 임대 이후 분데스리가 14경기 모두 선발 출전하며 4골 넣었다. 이 뿐만이 아니다. 특유의 부지런한 움직임과 공수 양면에서의 착실한 플레이로 아우크스부르크가 1부리그에 잔류할 수 있다는 희망을 안겨줬다. 한때 K리그 클래식 복귀설이 제기되었으나 분데스리가 맹활약을 통해 유럽 무대에서 생존할 자신감을 얻었다.

 

무엇보다 선덜랜드를 잘 떠났다. 아직 임대 신분으로서 선덜랜드와 완전히 작별했다고 볼 수 없으나 시즌 후반기 원 소속팀에 남았다면 지금만큼의 활약상을 보여주지 못했을 것이다. 마틴 오닐 전 감독 체제에서 철저히 외면받으면서 최근 부임한 파올로 디 카니오 감독의 신임을 받기까지 시간이 지체되었을 것이다. 디 카니오 감독은 후보 선수의 깜짝 선발 기용보다는 기존 스쿼드를 믿으며 선덜랜드의 프리미어리그 잔류를 도모하는 중이다. 어쩌면 지동원은 현 시점에서 디 카니오 감독의 선택을 받지 못했을 수도 있다.

 

지동원이 아우크스부르크에서 성공한 것에 대하여 프리미어리그와 분데스리가의 수준 차이를 따지는 것은 무리다. 분데스리가는 최근 유럽 대항전을 통해 경기력이 발전했음을 증명했고, 프리미어리그와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같은 다른 유럽 3대리그와 달리 평준화가 뚜렷하다. 분데스리가 2위 도르트문트가 '바이에른 뮌헨에 2-9로 대패했던' 함부르크에게 홈에서 1-4로 참패했을 정도다. 더욱이 독일은 UEFA 리그 랭킹에서 잉글랜드를 2위에서 3위로 밀어낼 조짐을 나타내고 있다. 프리미어리그 클럽들이 유럽 대항전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현 추세라면 '분데스리가>프리미어리그'로 역전되는 것은 시간 문제다.

 

따라서 지동원의 아우크스부르크 임대는 옳았다. 최근 활약으로 아우크스부르크의 완전 이적 가능성이 제기되었으며 프랑크푸르트, 프라이부르크 같은 또 다른 분데스리가 클럽들의 영입 관심을 받게 됐다. 이는 분데스리가에서 성공적인 활약을 펼쳤다는 뜻이다. 올해 여름 선덜랜드를 완전히 떠나 다음 시즌 분데스리가에서 자신의 내공을 연마하면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본선을 착실하게 준비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