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시즌은 끝나지 않았지만, 박주영의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도전이 실패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올 시즌 프리메라리가 22경기에서 3골 1도움 기록했으며 그 중에 선발 출전 횟수는 8경기였다. 최근 경기에 나섰던 10경기 중에 3경기만 선발 출전했으나 모두 풀타임 출격이 아니었다. 이아고 아스파스와의 주전 경쟁에서 밀리면서 꾸준한 선발 출전 기회를 얻지 못했으며 시즌 중에 지휘봉을 잡았던 아벨 레시노 감독에게 든든한 신뢰를 받지 못한 인상이다. 지난 4월초에는 스페인 현지 언론에서 박주영을 혹평한 것이 국내 언론에 보도된 바 있다.
[사진=박주영 (C) 셀타 비고 공식 페이스북(링크)]
특히 지난달 31일 FC 바르셀로나전, 지난 7일 마요르카전이 아쉬웠다. 아스파스의 4경기 출전 정지로 선발 출전했으나 후반 초반 또는 중반에 교체됐다. FC 바르셀로나전에서는 후반 16분, 마요르카전에서는 후반 10분에 벤치로 들어갔다. 특히 마요르카전에서는 최전방에서 부지런히 뛰면서 2개의 슈팅을 날렸음에도 후반 이른 시간에 교체됐다. 레시노 감독 판단에 아쉬움이 있지만, 다른 관점에서는 박주영이 레시노 감독에게 자신의 기량을 인정받지 못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 이후 박주영은 2경기에서 교체로 뛰었고 지난 27일 레반테전은 부상으로 뛰지 못했다.
현실적으로 박주영의 셀타 비고 완전 이적 전망은 어둡다. 레시노 감독 체제에서 많은 출전 시간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 아스파스가 올해 여름 다른 팀으로 떠나도 박주영이 그의 대체자가 될지는 의문이다. 프리메라리가 18위를 기록중인 셀타 비고의 강등이 확정되면 완전 이적은 더욱 힘들 것으로 보인다. 2부리그 클럽으로서 원 소속이 아스널인 박주영을 재임대하거나 이적을 성사하려면 적잖은 돈이 필요하다.
박주영이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최종 엔트리에 포함되려면 2013/14시즌 소속팀에서 활발한 출전 기회를 얻으며 AS모나코 시절 두자릿수 득점을 올렸던 면모를 되찾아야 한다. 무엇보다 자신의 진가를 알아주는 감독을 만나는 '운'이 따라야 아스널 시절과 셀타 비고에서의 아쉬움을 해소할 수 있다. 유럽 빅 리그를 떠날지라도 축구 선수는 그라운드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지난 3월 A매치 카타르전 엔트리에 없었던 만큼 다음 시즌이 중요하게 됐다.
하지만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 부침을 겪은 것이 안타깝다. 결장이 매우 빈번했던 아스널 시절에 비하면 그나마 나아졌으나 냉정히 말하면 주전 경쟁에서 밀렸다. 시즌 초반 데뷔골을 넣었던 기세를 오랫동안 이어가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공격수로서 폼이 좋았을 때 지속적으로 골을 터뜨리며 아스파스와의 경쟁에서 이겼어야 했다. 한때 윙 포워드로 뛰었으나 팀에 필요한 공격수라는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사실, 박주영이 스페인 무대에서 재기에 성공하기에는 벅찬 감이 있었다. 스페인은 UEFA 리그 랭킹 1위로서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보다 수준이 한 단계 높다. (다만, 스페인의 1위는 레알 마드리드와 FC 바르셀로나의 영향력이 크다.) 박주영은 아스널 시절에 많은 출전 기회를 얻지 못하면서 실전 감각이 무뎌졌다. 그 여파가 런던 올림픽에서 기복이 나타났던 원인으로 작용했다. 3~4위전 일본전에서 결승골을 터뜨렸으나 그 이전까지의 활약상은 전체적으로 만족스럽지 않았다. AS모나코 시절보다 경기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프리메라리가에 도전했고 올 시즌 만족스러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글쓴이는 4년 전(2009년 6월) 박주영의 스페인 진출을 보고 싶다는 포스팅을 올린적이 있었다. 당시 일본 대표팀 주축이었던 나카무라 슌스케(현 요코하마 F. 마리노스)가 스페인 에스파뇰로 이적하면서 한국인 선수의 프리메라리가 도전을 바랬다. 스페인에서 뚜렷하게 성공했던 동양인 선수가 없었던 만큼 (나카무라는 에스파뇰에서 1시즌도 채우지 못하고 고국으로 돌아갔다.) 한국인 선수가 그 악연을 깨주길 희망했으며 박주영이 제격이라고 판단했다. 당시의 박주영은 지금처럼 롱볼에 강한 타입이 아닌 기교에 능했던 공격수였다.
하지만 지금의 박주영은 프리메라리가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아스널 시절의 여파 때문인지 골 기회를 노리는 집중력과 감각이 떨어진 모습을 보였다. 아스파스와의 경쟁을 이겨내기가 쉽지 않았던 이유다. 결국 박주영도 동양인 선수가 프리메라리가에서 성공하지 못했던 아쉬움을 해소하지 못했다. 다음 시즌 프리메라리가에서 활약할 가능성이 결코 없는 것은 아니겠지만 스페인 무대에서 붙박이 주전이 되려면 지금보다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기술력이 뛰어난 프리메라리가에서 동양인 선수의 성공이 쉽지 않다는 것을 느끼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