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분위기라면 2012/13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바이에른 뮌헨과 도르트문트가 맞붙을 것으로 보인다. 잉글랜드 축구의 성지 웸블리에서 라이벌 독일의 '축구 잔치'가 실현될 수 있다. 바이에른 뮌헨과 도르트문트는 4강 1차전 홈 경기에서 FC 바르셀로나, 레알 마드리드 같은 스페인의 두 거인을 제압하며 결승 진출이 유력해졌다.
바이에른 뮌헨과 도르트문트가 FC 바르셀로나, 레알 마드리드를 이긴 것도 놀랍지만 무려 4골을 넣은 것이 믿겨지지 않는다. 바이에른 뮌헨은 FC 바르셀로나를 상대로 4-0 완승을 거두었다. 토마스 뮐러가 2골 1도움 기록했으며 마리오 고메스, 아르연 로번이 1골씩 보태면서 팀의 대량 득점에 힘을 실어줬다. 도르트문트는 레알 마드리드를 4-1로 이겼다.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가 4골을 터뜨리는 원맨쇼를 발휘하며 백곰 군단의 수비진을 초토화시킨 것.
[사진=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 트로피 (C) 효리사랑]
리오넬 메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같은 당대 최고의 선수들도 바이에른 뮌헨과 도르트문트의 기세를 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메시는 바이에른 뮌헨의 집중적인 견제에 막힌 끝에 단 한 개의 슈팅도 날리지 못했다. 세계 최고의 선수 답지 못한 모습이었다. 호날두는 도르트문트전에서 전반 43분 동점골을 넣었으나 레반도프스키 4골에 묻히고 말았다. 혼자의 힘으로 도르트문트의 끈질긴 압박을 뚫기가 버거웠고 패스 성공률은 68%에 불과했다.
많은 축구팬들은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엘 클라시코 더비가 성사되기를 바랬다. 레알 마드리드와 FC 바르셀로나의 맞대결을 보고 싶었던 것. 하지만 스페인의 두 팀은 독일 두 팀의 거센 도전에 의해 모래성처럼 무너졌다. 마치 지난 시즌 챔피언스리그를 보는 것 같다. 레알 마드리드와 FC 바르셀로나가 4강에 진출했으나 각각 바이에른 뮌헨, 첼시에 의해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이번 시즌에도 스페인 두 거인의 4강 동반 탈락이 확실시 된다.
'리아소르의 기적'을 떠올리면 레알 마드리드와 FC 바르셀로나의 결승 진출 확률이 완전히 없는 것은 아니다. 스페인의 데포르티보 라코루냐가 2003/04시즌 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 AC밀란전 원정에서 1-4 대패를 당했으나 2차전 홈에서 4-0 완승을 거두면서 4강에 진출한 것이 리아소르의 기적이다. 그러나 도르트문트는 올 시즌 챔피언스리그 무패 행진 중이며 바이에른 뮌헨은 올 시즌 분데스리가 최소 실점 1위(30경기 14실점)를 질주 중이다. 1-4, 0-4 열세를 뒤집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따라서 독일 클럽 끼리의 결승 맞대결이 벌어질 조짐이다.
도르트문트와 바이에른 뮌헨의 공통점 중에 하나는 전방 압박이 강하다. 상대 팀이 후방에서 볼을 소유할 때마다 공격 옵션들이 볼을 탈취하기 위해 끈질긴 수비를 펼친다. 스페인 특유의 패스 축구 위력이 살아나지 못하도록 전방에서 맹렬하게 압박하며 역습 기회를 노린다. 도르트문트는 전방 압박이 주 전술이며 바이에른 뮌헨은 프랭크 리베리, 아르연 로번 같은 특급 윙어들까지 악착같은 수비를 펼쳤다. 레알 마드리드와 FC 바르셀로나도 전방 압박을 펼치는 팀이나 독일의 두 팀보다 세기가 약했으며 횟수까지 부족했다.
독일의 두 팀이 힘에 의존하는 축구를 펼친 것도 아니었다. 도르트문트에는 로이스-괴체-귄도간, 바이에른 뮌헨에는 리베리-뮐러-로번 같은 기술력이 뛰어난 미드필더들이 버티고 있었다. 특히 마리오 괴체와 토마스 뮐러는 독일 축구의 향후 10년을 짊어질 공격형 미드필더다. 이렇게 두 팀은 압박 축구와 기술 축구가 조화를 이루면서 독일 특유의 끈질긴 승부근성이 결합하여 FC 바르셀로나, 레알 마드리드를 상대로 4골이나 퍼부었다.
바이에른 뮌헨과 도르트문트의 선전으로 독일의 UEFA 리그 랭킹이 3위에서 2위로 뛰어오를지 여부도 관심사다. 독일은 챔피언스리그 4강 이전까지 78.186점으로 3위를 기록했으며 2위 잉글랜드(81.535점)를 3.349점 차이로 추격했다. 만약 바이에른 뮌헨과 도르트문트가 동반 결승에 진출하면 독일이 2위로 등극하거나 또는 잉글랜드를 거의 따라잡는다. 분데스리가의 눈부신 성장을 놓고 볼 때 몇년 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를 넘어 유럽 최고의 리그로 발돋움 할 수도 있다. 유럽 축구의 대세가 스페인에서 독일로 바뀔 것 같은 흐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