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르트문트의 간판 공격수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가 레알 마드리드(이하 레알)를 상대로 무려 4골을 넣는 괴력을 발휘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보다 더 많은 골을 넣었으며 곤살로 이과인과의 원톱 맞대결에서 일방적으로 이겼다.
레반도프스키는 한국 시간으로 25일 오전 3시 45분 지그날 이두나 파크에서 진행된 2012/13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4강 1차전 레알전에서 4골 작렬하며 도르트문트의 4-1 승리를 이끌었다. 전반 8분, 후반 5분, 후반 10분, 후반 22분에 레알 골망을 흔든 것. 올 시즌 챔피언스리그 7~10호골을 기록하면서 대회 득점 선두 호날두(12골)를 두 골 차이로 추격하게 됐다. 호날두는 전반 43분 동점골을 넣으면서 팀의 영패를 막는데 만족했다. 도르트문트와 레알의 4강 2차전은 5월 1일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펼쳐진다.
[전반전] 도르트문트의 전방 압박, 레알 공격보다 더 강했다
도르트문트의 저력이 돋보였던 경기 초반이었다. 레알의 공격이 시작될 때마다 전방 압박을 펼치며 볼을 탈취하거나 상대 팀의 공격 템포를 늦췄다. 상대 팀 진영에서 활동하는 선수들을 늘리며 전방 압박의 강도를 높였다. 레알이 지공을 시도할 때는 포백과 미드필더 라인을 내리면서 압박했다. 전반 7분에는 로이스가 하프라인부터 골대 앞쪽까지 드리블 돌파를 시도하며 스스로 역습 기회를 만들었다. 그 이후의 슈팅이 골로 연결되지 못했으나 독일 원정에 약한 레알의 허를 찌르기에 충분했다.
전반 8분에는 레반도프스키가 선제골을 터뜨렸다. 페널티 박스 중앙에서 괴체의 왼쪽 크로스를 오른발로 밀어 넣었다. 페페와 몸싸움을 펼쳤으나 크로스 궤적을 끝까지 놓치지 않았던 것이 선제골 발판이 됐다. 도르트문트는 1-0 이후에도 레알 선수들을 맹렬하게 압박했다. 호날두-모드리치-외질로 짜인 레알 2선 미드필더들을 집중 견제했으며 이과인을 최전방에 고립시켰다. 전방 압박도 여전했다. 레알이 전반 21분과 29분, 35분에 후방에서 부정확한 롱볼을 날렸던 것도 도르트문트의 전방 압박을 이겨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골키퍼 바이덴펠러는 전반 24분 호날두, 28분 알론소 프리킥을 막으며 실점 위기를 모면했다.
레알은 도르트문트의 전방 압박에 고전하면서 공격의 실마리를 풀지 못했다. 패스 활로가 다양하게 확보되지 못하면서 이과인-외질-알론소-케디라가 부진에 빠졌다. 특히 패스 미스가 잦았다. 전반 37분까지 패스 성공률에서 도르트문트에 75-81(%)의 열세를 나타냈으며 그 중에서 호날두 패스 성공률이 가장 낮았다.(57%) 더블 볼란테를 맡는 알론소(78%)-케디라(76%)는 도르트문트의 중원을 담당했던 귄도간(90%)-벤더(100%)보다 패스 성공률이 떨어졌다. 레알이 중원 싸움에서 도르트문트에 밀릴 수 밖에 없었던 이유다.
하지만 진정한 스타는 위기 상황일 때 빛을 발한다. 호날두가 전반 43분 동점골을 터뜨리며 스코어가 1-1이 됐다. 이과인이 오른쪽 측면에서 훔멜스의 백패스 미스를 틈타 페널티 박스 왼쪽 안에 있던 호날두에게 패스를 밀어줬고, 호날두는 피슈체크 마크에 흔들리지 않고 오른발 슈팅으로 동점골을 넣었다. 전반전 경기 흐름을 압도했던 도르트문트에게 옥의 티가 되었던 장면이었다. 전반 막판 수비 집중력 저하로 레알에게 골을 허용했던 것. 2차전이 레알 원정임을 고려할 때 1-0 이후 추가 득점 기회가 더 많았어야 했다.
[후반전] 레반도프스키 4골, 도르트문트의 4-1 승리 이끌다
선제골의 주인공이었던 레반도프스키는 후반 5분에 두번째 골을 터뜨렸다. 골대 앞에서 로이스의 전진 패스를 받은 뒤 바란을 따돌리고 오른발 슈팅으로 득점을 올렸다. 당시 레알이 미드필더와 포백의 간격을 좁히면서 도르트문트 공격 옵션을 막으려했으나 레반도프스키에 의해 오프사이드 트랩이 무너지면서 실점을 허용했다. 페페의 대응도 아쉬웠다. 자신의 오른쪽에서 레반도프스키가 로이스에게 패스를 받으려는 움직임을 취했음에도 볼을 바라보고 있었다. 수비 집중력과 판단력에 문제점을 드러냈다.
레반도프시크는 후반 10분 추가 득점으로 해트트릭을 달성했다. 페널티 박스 중앙에서 슈멜처의 왼쪽 크로스를 오른발 슈팅으로 받아냈으며 페페의 마크까지 따돌렸다. 레알은 라모스를 오른쪽 풀백으로 배치한 것이 결과적으로 독이 되었다. 라모스 대신에 센터백을 맡았던 페페가 레반도프스키 봉쇄에 실패했으며 몇 차례 패스 미스를 범했다. 사실, 라모스의 오른쪽 풀백 출전은 어쩔 수 없었다. 아르벨로아가 징계, 에시엔이 부상으로 경기에 뛰지 못하면서 라모스가 포지션을 바꾸게 됐다. 하지만 페페가 부진한 것이 팀에 커다란 타격이 되고 말았다.
도르트문트는 후반 21분 로이스가 알론소 파울에 의해 페널티킥을 얻어내면서 결정적인 득점 기회를 맞이했다. 1분 뒤 레반도프스키가 페널티킥 골을 넣으면서 스코어가 4-1로 벌어졌다. 레반도프스키는 레알을 상대로 4골 넣는 임펙트를 과시하며 자신의 존재감을 세계 축구팬들에게 강렬하게 심어줬다. 도르트문트는 4-1 이후에도 끊임없이 공세를 펼쳤으며 후반전을 지배했다. 반면 레알은 도르트문트 공격을 막아내는데 급급했다. 디 마리아, 벤제마, 카카를 투입하는 공격적인 교체 작전을 펼쳤으나 이렇다할 효과가 없었다.
일찌감치 승리를 굳힌 도르트문트는 남은 시간까지 4-1 리드를 유지했다. 전반 막판 훔멜스 실수를 제외하면 90분 내내 압도적인 경기를 펼쳤다. 이날 승리로 챔피언스리그 결승 진출이 유력해졌다.
-도르트문트vs레알 마드리드, 출전 선수 명단
도르트문트(4-2-3-1) : 바이덴펠러/슈멜처-훔멜스-수보티치-피슈체크(후반 37분 그로스크로이츠)/귄도간(후반 46분 쉬버)-벤더/로이스-괴체-쿠바(후반 37분 켈)/레반도프스키
레알 마드리드(4-2-3-1) : 로페스/코엔트랑-페페-바란-라모스/알론소(후반 35분 카카)-케디라/호날두-모드리치(후반 23분 디 마리아)-외질/이과인(후반 23분 벤제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