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손흥민의 극적인 결승골이 없었다면 한국 축구 대표팀의 2014 브라질 월드컵 본선 진출은 점점 어려웠을 것이다. 최강희 감독 경질론은 크게 불거졌을 것이며 앞으로 남은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3연전에 대한 부담이 커졌을 것임에 틀림 없다. 최악의 경우 조 2위 유지마저 어려웠을 것이다. 따라서 손흥민의 카타르전 버저비터 골은 한국 축구를 먹여 살렸다는 표현이 결코 어색하지 않다.
사실, 손흥민은 선발로 뛰었어야 할 선수였다. 한국의 경기 내용이 답답했던 원인 중 하나는 이른 시간에 선제골을 넣지 못하면서 여유롭게 경기를 풀어가지 못했다. 전반전에 여러차례 골 기회가 찾아왔으나 단 하나라도 득점으로 연결하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단순한 골 결정력 부족 때문만은 아니다. 원톱 김신욱은 순발력이 느렸으며, 그 약점을 해결하기 위해 박스 안에서 골을 해결할 옵션이 더 필요했으나 인원 숫자가 부족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이러한 약점을 해소하기 위해 후반 7분 이동국이 교체 투입되었으나 손흥민의 필요성도 만만치 않았다.
손흥민은 언제 어떤 상황에서든 골을 터뜨릴 수 있는 아우라가 강하다. 올 시즌 함부르크에서 골을 넣었던 장면중에는 본인 스스로의 힘으로 해결한 득점이 여럿 있다. 특히 1월 28일 '북독 더비' 베르더 브레멘전에서는 전반 22분 왼쪽 측면에서 상대팀 선수를 제치고 오른발로 강하게 날렸던 슈팅이 그대로 골로 이어졌다. 슈팅 각이 넓지 않은 어려움을 극복하며 시즌 7호골을 터뜨렸다. 손흥민의 득점력이 얼마나 출중한지 알 수 있는 장면이었다.
그런 손흥민을 사람들이 열광하는 이유는 한국 축구의 고질적인 문제점인 골 결정력 부족을 해결할 수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물론 세계 최정상급 공격수라도 골 기회를 놓칠 때가 빈번하다. 하지만 한국 축구는 국제 경기에서 부진할 때마다 골 결정력이 떨어지는 약점을 거듭 노출했고, 미디어로부터 수없이 지적을 받으면서 많은 사람들이 '한국 축구는 골 결정력이 문제있다'는 인식을 하게 됐다.
반면 손흥민은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빼어난 득점력을 과시하며 축구팬들의 신뢰를 받아왔다. 지난 10년 동안 유럽 빅 리그에서 두각을 떨쳤던 한국인 공격수는 손흥민이 유일하다. 그것도 21세의 어린 나이에 함부르크의 주전 공격수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활약상에 의해 최근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빅 클럽들과 독일 분데스리가 2연패를 자랑하는 도르트문트의 영입 관심을 받게 됐다. 성장세가 꺾이지 않는다면 빅 클럽 이적은 시간 문제일지 모른다. 지금까지의 활약상을 놓고 볼 때 다른 한국인 공격수들과 차별화된 존재라고 봐야 한다. 적어도 손흥민 골 결정력을 의심하는 축구팬은 거의 없을 것이다.
아쉬운 것은 대표팀이었다. 카타르전 이전까지 A매치 12경기에서 1골에 그쳤다. 교체 출전 및 측면 기용을 고려해도 득점 횟수가 부족한 것이 눈에 띈다. 경기 내용도 한국 축구의 미래를 짊어질 아이콘에 걸맞은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동안 여론에서는 '대표팀이 손흥민을 맞춰야 한다', '손흥민을 원톱으로 기용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손흥민이 대표팀에 필요한 선수라는 존재감을 스스로 증명해야 외부의 의견이 설득력을 얻는 것이다. 마침내 손흥민은 카타르전에서 자신의 클래스를 발휘했고 향후 대표팀 입지가 튼튼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세계 축구의 화두는 1992년생 특급 유망주들의 등장이다. 네이마르(산투스, 브라질) 스테판 엘 샤라위(AC밀란, 이탈리아) 마리오 괴체(도르트문트, 독일) 잭 윌셔(아스널, 잉글랜드) 같은 1992년생 영건들이 뛰어난 축구 실력으로 많은 사람들의 인정을 받고 있다. 과거 1976년생 선수들이 유럽 축구를 평정했듯 1992년생 기대주들이 대세론을 형성할 날이 머지 않았다.
한국에는 손흥민이 있다. 앞으로 무럭무럭 성장하면서 부상을 조심하면 한국 축구는 향후 10년 동안 또는 2022년이나 2026년 월드컵까지 공격수 문제를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손흥민이 한국인 축구 선수라서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