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시는 2012/13시즌이 끝난 뒤 정식 감독 영입을 완료해야 한다. 라파엘 베니테즈 임시 감독이 올 시즌 종료 후 팀을 떠나기로 결정하면서 감독직은 공석이 된다. 선수 파악 및 프리시즌 일정을 놓고 볼 때 되도록이면 감독 영입 타이밍이 빨라야 한다. 벌써부터 새로운 감독 영입을 위한 물밑 작업에 돌입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첼시의 차기 감독 영입이 원활할지는 의문이다. 로만 아브라모비치 구단주에 의해 2003년 여름 인수된 이후 10년 동안 지휘봉을 잡았던 감독이 무려 9명이다.(임시 감독 포함) 최소 두 시즌 사령탑을 맡은 지도자가 두 명(조세 무리뉴,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에 불과할 정도로 감독 교체가 매우 빈번했다. 아브라모비치 구단주가 원하는 공격 축구에 어울리지 않았거나,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 실패 및 저조한 성적, 전술적인 괴리감 등을 이유로 여러 명의 감독들을 해고 시켰다.
올 시즌에도 악순환은 계속됐다. 챔피언스리그 32강 조별리그 5차전 유벤투스 원정 0-3 완패 이후 로베르토 디 마테오 전 감독을 경질한 것. 팀의 챔피언스리그 탈락이 유력해지자 지난 시즌 팀의 유럽 제패를 이끈 지도자의 일자리를 잃게 했다. 디 마테오 전 감독의 과오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나(소극적인 로테이션, 2선 미드필더에 의존하는 공격력 등) 잦은 감독 교체는 팀의 연속성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더욱이 디 마테오 전 감독은 불과 몇달 전 첼시의 숙원인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끌었던 지도자다. 그가 올 시즌 정식 감독으로서 시행 착오를 겪을지라도 팀의 이미지 개선을 위해 계약 기간을 보장했어야 마땅했다.
첼시가 디 마테오 전 감독을 내친 이후 베니테즈 감독을 임시 사령탑으로 내세운 것은 당시 미국에서 휴식중이었던 호셉 과르디올라 감독을 영입하기 위한 포석이었다. 베니테즈 감독을 올 시즌까지 고용하고 다음 시즌부터 과르디올라 감독에게 지휘봉을 넘기겠다는 의도. 그런데 과르디올라 감독은 첼시가 아닌 바이에른 뮌헨을 선택했다. 한때 프리미어리그 클럽을 지휘하고 싶은 마음을 표현하면서 첼시행에 무게감이 실렸으나 차기 행선지는 많은 이들의 생각과 달랐다.
만약 과르디올라 감독이 첼시 지휘봉을 잡았다면 '위험 각오한 도전'을 선택하게 된다. 첼시의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끌지 못할 경우 과거 블루스를 지휘했던 감독들과 같은 운명에 처했을지 모를 일이다. 프리미어리그에서도 맨체스터 두 팀의 아성을 넘지 못할 경우 감독직 유지가 위태로웠을 것이다. 루이스 펠리페 스콜라리 전 감독(현 브라질 대표팀) 안드레 빌라스-보아스 전 감독(현 토트넘)의 경질 원인 중 하나는 프리미어리그 성적 부진이었다. 과르디올라 감독이 성적을 이유로 경질되었다면 FC 바르셀로나 시절에 이루었던 '세계 최고의 감독'이라는 명성에 흠집이 생기게 된다.
최근에는 파비오 카펠로 러시아 대표팀 감독이 첼시행 루머를 부정하며 화제를 모았다. 러시아 대표팀과의 계약 기간(2012년 여름까지)을 지키기 위한 의도가 있겠지만, 첼시 감독을 맡지 않겠다는 의사를 단호하게 표현한 것은 어느 정도 거부감이 있다는 뜻으로 추측된다. 과르디올라 감독, 카펠로 감독 같은 세계적인 명장들이 블루스를 원치 않은 것은 첼시가 그동안 수장을 지나치게 바꾼 것이 아닌지 성찰해봐야 한다.
현재 첼시 차기 사령탑으로 물망에 오르는 지도자는 안토니오 콩테 유벤투스 감독, 위르겐 클롭 도르트문트 감독, 마누엘 페예그리니 말라가 감독, 데이비드 모예스 에버턴 감독, 조세 무리뉴 레알 마드리드 감독이다. 무리뉴 감독의 경우 현지 첼시팬들이 스탬포드 브릿지에 복귀하기를 바라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첼시 감독직을 희망할지는 의문이다. 감독 교체가 익숙해진 첼시에서 자신이 원하는 축구를 펼치기 쉽지 않음을 충분히 인지했을 것이다. 첼시에서 많은 돈을 받는다고 할지라도 계약 기간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또한 다섯 명의 지도자들은 현 소속팀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굳이 첼시에서 도전하지 않아도 현 소속팀에서 커리어를 발달시킬 수 있다.
첼시가 다른 팀 감독을 영입하려면 엄청난 위약금을 지불해야 한다. 2011년 여름에는 당시 FC 포르투의 미니 트레블을 이끈 빌라스-보아스 감독 영입에 1300만 파운드(약 220억 원)의 위약금을 물었다. FFP(재정적 페어 플레이)룰을 떠올려 볼 때 다른 팀 감독 영입에 많은 위약금을 투자하는 것은 부담스럽다. 그런 절차를 밟을지라도 라다멜 팔카오(아틀레티코 마드리드) 같은 대형 선수 영입에 차질이 생길 여지가 있다. 지난해 여름 이적시장에서 선수 영입에 많은 돈을 투자한 것, 챔피언스리그 32강 조별리그 탈락에 따른 수익 악화는 첼시의 재정을 더욱 부담스럽게 한다.
독이 든 성배로 표현되는 첼시 감독직. 다음 시즌 블루스를 지휘할 지도자가 누구일지, 첼시의 차기 감독 영입이 과연 순탄할지 앞으로의 과정과 결과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