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레 빌라스-보아스 감독이 이끄는 토트넘이 지역 라이벌 아스널을 2-1로 제압하고 프리미어리그 3위(16승 6무 6패, 승점 54)로 도약했다. 4위 첼시, 5위 아스널과의 승점 차이는 각각 2점과 7점이며 현재 기세라면 2009/10시즌 이후 세 시즌 만에 빅4 재진입이 가능하다. 지난 시즌 리그 4위를 기록했으나 당시 6위 첼시의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으로 2012/13시즌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을 얻지 못했던 한을 풀지 앞으로 남은 10경기가 주목된다.
토트넘 EPL 3위 질주 원동력은?
토트넘의 강력한 무기는 베일이다. 그는 이번 아스널전 선제골을 비롯하여 최근 리그 5경기 연속골(7골)을 기록하며 토트넘 3위 도약의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 각종 대회까지 포함하면 최근 13경기에서 13골 넣는 괴력을 과시했다. 리그 득점 랭킹에서는 3위(24경기 16골)에 오르며 미드필더로서 우수한 득점력을 뽐냈다. 특히 아스널전에서는 4-2-3-1의 공격형 미드필더로 전환하면서 상대 수비의 집중 견제에 흔들리지 않고 득점을 올렸다. 자신의 롤모델인 호날두(레알 마드리드)처럼 앞으로도 중앙에서 골을 노리는 경우가 많을 것으로 보인다.
이적생 뎀벨레는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한 모드리치 공백을 메우는데 성공했다. 리그 평균 패스 성공률 6위(91.3%)를 기록했으며 미드필더 중에서 4번째로 높다. 수비형 미드필더 혹은 중앙 미드필더 경험이 짧음에도 불구하고 중원에서 끊임없이 정확한 패스를 공급하며 팀 공격의 활기를 불어 넣었다. 수비에서는 홀딩맨 산드루(또는 파커)와 함께 강력한 압박과 날카로운 태클을 과시하며 포백 보호에 충실했다. 산드루와 파커가 중원에서 살림꾼 역할을 톡톡히 해낸 것이 뎀벨레가 최상의 경기력을 발휘하는데 적잖은 힘이 됐다.
빌라스-보아스 감독과 전임 사령탑이었던 레드냅 감독(현 퀸즈 파크 레인저스)의 결정적 차이점은 로테이션 시스템이다. 레드냅 감독은 주전 선수 활용 빈도가 높은 지도자로 유명하다. 최정예 스쿼드로 최상의 경기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이점이 있으나 유럽 대항전을 병행하며 장기 레이스를 버티기에는 무리다. 지난 시즌 중반까지 3위를 질주했으나 후반기에 이르러 경기력이 떨어지면서 4위로 밀렸고 그 여파는 첼시의 챔피언스리그 우승과 맞물려 빅4 재진입 및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 진출 실패로 이어졌다.
반면 빌라스-보아스 감독은 달랐다. 올 시즌 리그 28경기에서 10경기 이상 뛴 선수가 18명이다. 남은 10경기에서 리버모어(9경기) 아수-에코토(7경기) 홀트비(4경기) 같은 백업 멤버, 부상 복귀 선수, 이적생의 출전 횟수가 늘어나면 21명 가량 10경기 이상 소화하게 된다. 지난 시즌 레드냅 체제에서는 리그 38경기에서 10경기, 15경기 이상 소화한 선수가 각각 18명, 15명 이었다. 빌라스-보아스 감독이 전임 감독에 비해 로테이션이 활발함을 알 수 있다. 지난해 여름과 올해 1월 이적시장에 걸쳐 베르통헨-시구르드손-요리스-뎀벨레-뎀프시-홀트비 같은 수준급 이적생들을 대거 보강한 효과도 작용했다.
수비에서는 베르통헨의 공헌이 컸다. 베르통헨은 센터백과 왼쪽 풀백을 오가며 빼어난 수비력, 빠른 발을 활용한 움직임과 정확한 패싱력, 높은 집중력을 과시하는 만능 기질을 과시했다. 특히 빌드업에 능한 장점은 토트넘이 공격적인 플레이를 펼치는데 힘이 됐다. 팀 내 평균 패스 횟수 3위(47.8개)를 기록할 만큼 공격 참여에 적극적이다. 수비까지 게을리하지 않는다. 이번 아스널전에서는 인터셉트가 양팀 선수 중에서 가장 많았다.(5개)
빅6 최저 득점, 유로파리그 병행...토트넘의 약점
그러나 토트넘의 빅4 재진입을 장담할 수 없는 요인들도 있다. 먼저, 빅6 중에서 득점력이 가장 저조하다. 28경기에서 49골 기록했다. 지난 시즌 17골 넣었던 아데바요르가 2골에 그친 여파가 크다. 올 시즌 10골 넣은 디포는 아데바요르와 더불어 기복이 심한 약점이 있다. 수아레스(리버풀) 판 페르시(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같은 걸출한 골잡이를 보유했다면 지금쯤 리그 선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따라잡을 대항마로 떠올랐을지 모를 일이다. 꾸준히 맹활약 펼칠 공격수가 없는 현 시점에서는 베일 의존증이 커질 염려가 따른다. 베일이 상대 수비의 끈질긴 견제를 이겨내지 못할 경우 토트넘 오름세는 꺾일 것이다.
유로파리그와 병행하는 어려움도 따른다. 빌라스-보아스 감독은 2010/11시즌 FC 포르투의 유로파리그 우승을 이끈 지도자다. 토트넘에서 자신의 유로파리그 두 번째 우승을 원할 것이다. 문제는 선수들의 체력이다. 토트넘이 프리미어리그 빅4 재진입과 유로파리그 우승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면 주요 선수들이 많은 경기를 뛰어야 한다. 하지만 프리미어리그는 다른 유럽 리그와 달리 겨울 휴식기가 없으며 FA컵에 이은 또 다른 컵대회(캐피털 원 컵)를 소화해야 한다. 주요 선수들이 지치거나 부상 위험성이 높아진다. 그나마 레드냅 체제에 비해 선수층이 두꺼워진 것이 위안이다.
몇몇 선수들의 부상 공백도 변수로 떠올랐다. 아스널전에서 아데바요르와 뎀벨레가 부상을 당한 것. 뎀프시, 카불, 허들스톤, 산드루에 이어 부상 선수들이 더 늘었다. 특히 산드루는 무릎 부상으로 시즌 아웃됐다. 앞으로 프리미어리그와 유로파리그를 병행하면서 부상으로 신음하는 선수가 추가될 경우 팀의 전력 약화가 불가피하다.
토트넘 빅4 재진입 과제, 빅6 전적 끌어 올리기
토트넘은 지난 시즌 빅6와의 10경기에서 2승3무5패로 고전했다. 선두권을 형성했던 맨체스터 두 팀과의 4경기에서는 모두 패했다. 다른 강팀과의 승점 경쟁에서 취약했던 이유. 올 시즌 빅6 전적은 지난 시즌보다 조금 개선됐다. 7경기에서 3승1무3패를 기록한 것. 오는 11일 리버풀전, 다음달 15일 첼시전, 21일 맨체스터 시티전에서 승점을 넉넉하게 챙겨야 나머지 7경기에서 선전한다는 전제하에 4위권 이내의 성적으로 시즌을 마칠 수 있다.
이번 아스널전 2-1 승리는 빅4 재진입에 성공할 수 있다는 저력을 사람들에게 심어줬다. 한때는 아스널에 약한 징크스로 고전했으나 이제는 지역 라이벌보다 순위가 높은 팀이 됐다. 현재까지 런던 클럽 중에서 리그 성적이 가장 좋다. 하지만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남은 10경기에서 승점 관리에 어려움을 겪을 경우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 출전이 무산될 수 있다. 리그 3위 도약의 저력을 끝까지 유지해야 좋은 결실을 맺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