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알 마드리드(이하 레알)가 엘 클라시코 더비에서 라이벌 FC 바르셀로나(이하 바르사)를 물리쳤다. 한국 시간으로 3일 오전 0시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열린 2012/13시즌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26라운드 바르사전에서 2-1로 이겼다. 전반 6분 카림 벤제마가 선제골을 넣었으며, 전반 18분 리오넬 메시에게 동점골을 내줬으나 후반 37분 세르히오 라모스 결승골에 힘입어 승점 3점을 따냈다. 레알은 이날 경기가 없었던 2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를 승점 1점 차이로 추격하며 2위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레알의 바르사전 승리가 뜻깊은 이유
홈팀 레알은 바르사전 승리로 3가지 소득을 얻었다. 첫째는 바르사전 2연승으로 사람들에게 '바르사에 강하다'는 인식을 심어줬다. 지난달 27일 코파 델 레이(스페인 국왕컵) 4강 2차전 바르사 원정 3-1 승리에 이어 2연승을 거둔 것. 그것도 2007/08시즌 이후 바르사전 2연승을 달성했다. 그동안 레알이 바르사에 약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2008/09시즌부터 올 시즌이었던 지난해 8월 23일 수페르코파 데 에스파냐(스페인 슈퍼컵) 1차전까지 바르사와의 16경기에서 2승4무10패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그 기간 동안 바르사는 유럽과 세계를 두 번씩 제패하며 클럽의 전성기 시대를 누렸다.
이는 레알에게 분발의 계기가 됐다. 2010/11시즌 코파 델 레이 우승, 2011/12시즌 프리메라리가 우승 달성으로 바르사 시대를 끝내겠다는 의지를 결과로 말해줬다. 올 시즌에는 바르사와의 6경기에서 3승2무1패로 앞섰다. 그 중 최근 5경기에서는 3승2무를 기록했다. 바르사에 약했던 면모가 지지않는 면모로 바뀌었고, 최근 바르사전 2연승을 통해 라이벌에 강한 팀으로 변신했다. 비록 바르사와의 프리메라리가 우승 경쟁에서 밀렸지만 이제는 '바르사 킬러'로 거듭나며 라이벌 팀을 괴롭혔다.
둘째는 바르사전에서 베스트 멤버를 가동하지 않고도 승점 3점을 따냈다. 오는 6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와의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을 앞두고 로테이션 멤버를 기용할 수 밖에 없었던 것. 주중 바르사 원정을 치렀던 터라 호날두 같은 주력 선수들의 출전 시간을 줄이거나 또는 결장 시킬 수 밖에 없었다. 더욱이 바르사전에서는 디 마리아의 퇴장 공백을 메워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번 바르사전에 선발로 투입된 11명 중에 7명은 지난 바르사전 스타팅 라인업에 포함되지 않았던 인물들이다. 특히 원톱과 미드필더 5명이 모두 바뀌었다. 원톱 벤제마는 이과인, 2선 미드필더 모라타-카카-카예혼은 호날두-외질-디 마리아, 더블 볼란테 모드리치-에시엔은 알론소-케디라를 대체했다. 특히 벤제마는 전반 6분에 선제골을 넣으며 지난 맨유전 부진을 만회했다. 골대 중앙으로 쇄도하는 과정에서 모라타가 왼쪽에서 찔러준 크로스를 오른발로 밀어 넣으며 바르사 수비를 공략했다. 모드리치는 양팀 선수 중에서 핵심 패스 1위(4개)를 기록하며 레알 승리를 공헌했다.
물론 바르사도 4일 전 레알전과 동일한 선발 멤버를 구성하지 않았다. 발데스, 마스체라노, 알칸타라, 비야는 지난 레알전 스타팅 라인업에서 제외되거나 경기에 투입하지 않았던 선수들이다. 하지만 바르사보다는 레알쪽에서 선수 변화의 폭이 컸다. 더욱이 레알의 2선 미드필더는 1군에서 엘 클라시코 더비 출전 경험이 없었던 21세 유망주(모라타), 방출 위기에 빠진 스타(카카), 미완의 대기(카예혼)로 구성됐다. 바르사보다 선수층이 더 안좋았음에도 라이벌을 제압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셋째는 호날두의 체력을 아꼈다. 호날두는 후반 13분에 교체 투입하여 32분을 소화했다. 58분을 뛰지 않았던 것. 오직 바르사전 승리를 위해 호날두를 무리하게 투입시키지 않겠다는 무리뉴 감독의 의중이 반영됐다. 맨유 원정에서 승리하려면 올드 트래포드에서 많은 경기를 뛰었던 호날두의 활약이 중요하다. 이과인-벤제마의 기복으로 어려움을 겪는 레알로서는 호날두가 골을 넣어야 챔피언스리그 8강 진출이 탄력 받는다.
호날두는 이번 바르사전에서는 골을 넣지 않았지만 32분 동안 슈팅 6개(유효 슈팅 2개)를 날리며 라이벌팀 수비진을 끊임없이 위협했다. 바르사 선수들이 후방을 의식하게 되면서 공격 완성도가 떨어졌고 이는 레알이 추가 실점을 하지 않았던 배경으로 이어졌다. 특히 호날두 슈팅 6개는 바르사 전체 슈팅 5개(유효 슈팅 2개)보다 더 많았다. 결승골의 몫은 라모스였지만 후반 13분 이후를 빛낸 주인공은 호날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