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동원은 아우크스부르크 임대 후 2경기 연속 맹활약 펼쳤다. 마치 물 만난 물고기처럼 2경기 동안 팀 내 활동량 1위를 기록하며 그라운드에서 열심히 뛰었다. 올 시즌 전반기 선덜랜드에서 결장을 거듭했던 실전 감각 저하를 이겨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사실, 지동원은 실력 부족으로 프리미어리그에서 자리를 못잡았던 선수가 아니었다. 브루스 체제와 오닐 체제 초기 활약상이 결코 나쁘지 않았다. 마틴 오닐 감독이 선호했던 타입이 아니었던 것이 이렇다할 경기 출전을 얻지 못했던 결정적 요인이었다. 만약 스티브 브루스 전 감독이 지금까지 지휘봉을 잡았다면 적어도 출전 시간이 늘었을 것이다.
오닐 감독은 지난해 7월 피스컵 성남전이 끝난 뒤 인터뷰에서 "지동원과 위컴이 좀 더 경험을 쌓으면서 거칠고 힘든 프리미어리그에서 성장하기를 바라고 있다. 지동원은 팀 내에서 기술적으로 가장 향상되었는데, 좀 더 적응을 해서 자기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발언한 적이 있었다. 만약 오닐 감독이 기술을 중시하는 성향이었다면 지동원은 선덜랜드의 주전 또는 공격수 No.3로 활약했을지 모른다. 허나 그는 파워풀한 타입을 원했다. 지동원이 외면 받을 수 밖에 없었다.
어쩌면 지동원은 프리미어리그와 궁합이 안맞았을 수도 있다. 오히려 분데스리가 스타일에 어울렸다. 분데스리가는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에 비해 일대일로 거친 몸싸움을 펼치는 경우가 많지 않다. 조직적인 움직임과 선수들과의 역할 분담이 중시되는 리그로서 수비시 지역 방어를 선호한다. 물론 프리미어리그가 대인 방어를 고집하는 것은 아니다. 지역 방어와 대인 방어가 프리미어리그 특유의 역동적인 경기 흐름에 따라 혼합된다. 아시아 출신의 중앙 공격수 또는 공격형 미드필더가 성공하기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할 틀이다.
지동원의 대표적 약점은 몸싸움 부족이었다. 전남 시절 초기와 선덜랜드에서 몸싸움에 약한 문제점이 노출됐다. 하지만 아우크스부르크에서는 달랐다. 상대팀 선수와의 몸싸움에서 밀리지 않았다. 자신의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얼마만큼 노력했는지 알 수 있었지만, 분데스리가와 프리미어리그의 경기 스타일이 다르다는 것을 파악할 수 있다. 한때 분데스리가를 평정했던 카가와 신지(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몸싸움 열세로 프리미어리그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것도 이 때문이다. 카가와에게는 분데스리가가 적합했던 것이다.
얼마전 시즌 7호골을 터뜨렸던 손흥민(함부르크)도 몸싸움이 좋은 선수가 아니다. 토르스텐 핑크 감독이 피스컵 인터뷰에서 단점으로 꼽았던 부분. 그럼에도 분데스리가에서는 물 오른 활약을 펼치고 있다. 프리미어리그처럼 일대일 방어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지 않은 것이 몸싸움 부담을 덜었던 요인이 되었다. 만약 그가 프리미어리그에서 성공하고 싶다면 지동원과 카가와가 프리미어리그에서 겪었던 어려움을 떠올리며 몸싸움을 키워야 할 것이다.
분데스리가하면 선이 굵은 축구였으나 최근에는 공격 지향적인 전술을 활용하는 팀들이 많아졌다. 때때로 수비 라인을 올리거나 풀백의 오버래핑을 활용한 공격 전개가 비일비재하다. 이 때문에 순발력과 기술을 갖춘 공격 옵션이 상대 수비 진영을 흔들기가 유리해졌다. 손흥민과 카가와는 그런 역량이 출중했기 때문에 분데스리가에서 많은 골을 터뜨릴 수 있었다. 지동원의 경우 공격적인 재능이 골고루 갖춰진 유형이다. 전형적인 윙어처럼 스피드가 빠르지 않으나 부지런한 움직임과 볼 배급 능력으로 이겨냈다. 아우크스부르크의 강력한 수비력과 후방의 든든한 공격 지원이 뒷받침된다면 골 생산에 힘을 얻을 것이다.
카가와와 손흥민의 성공 사례를 놓고 보면 지동원도 분데스리가에서 희망이 있다. 임대 신분이라 올 시즌 종료 후 거취가 변수로 떠오르겠지만,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출전을 위해 지금의 구자철처럼 아우크스부르크와의 임대 기간을 연장하거나 완전 이적하는 것이 최선의 선택일지 모른다. 선덜랜드가 이를 원치않거나 아우크스부르크가 강등될 경우 이야기가 다르겠으나 지금의 기세를 오랫동안 이어갈 필요가 있다. 현 시점에서 아우크스부르크 임대는 최고의 선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