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용이 활약중인 스완지 시티(이하 스완지)는 지난 23일 구단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스페인 특급' 미구엘 미추의 재계약을 공식 발표했다. 미추의 계약 기간을 1년 늘리면서 2016년까지 계약 연장에 합의한 것. 어느 프리미어리그 클럽이든 기존 선수와의 재계약을 발표하는 것은 흔하지만 미추의 경우는 의미가 남다르다. 스완지로서는 '신의 한 수'로 꼽을만한 최고의 선택이었으며 미추에게는 스페인 대표팀 합류를 위한 동기부여를 유지하게 됐다.
미추는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이적생으로 치켜세울만 하다. 지난해 여름 라요 바예카노에서 스완지로 팀을 옮겼을 당시 이적료는 220만 파운드(약 37억 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득점 4위(22경기 13골)를 질주했으며 한때는 득점 선두에 올랐다. 캐피털 원 컵 4강 1차전 첼시전에서 골을 넣는 등 스완지의 대회 결승 진출에 힘을 보태기도 했다. 아스널, 리버풀 같은 빅 클럽들의 영입 관심을 받으면서 1월 이적시장 행보에 사람들의 관심이 쏠렸다.
그런데 미추의 선택은 의외였다. 스완지의 재계약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다른 팀으로 떠나지 않았다. 만약 이번달에 팀을 떠나겠다고 선언했다면 본인과 팀에게 이로울 것이 없었다. 팀에 입단한지 1년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적을 표현하는 것 자체가 좋은 현상이 아니다. 자칫 구단과의 신뢰 관계가 깨질 수 있는 일이었다. 일정한 선발 출전 기회를 얻지 못하는 선수라면 몰라도 팀의 주축 선수라면 굳이 이적할 필요는 없다.
더욱이 미추는 아직 프리미어리그 풀시즌을 소화하지 못했다. 기량은 프리미어리그 정상급임을 입증했으나 체력적으로 적응했다고 볼 수는 없다. 물론 미추가 벌써부터 이적을 염두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그보다는 스완지가 미추에게 1년 계약 연장을 제시한 것이 놀라웠다. 미추의 본래 계약 기간은 2015년까지 였으며 스완지가 굳이 올 시즌 안으로 계약 기간을 늘리고 싶다는 의사를 표현할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스완지는 미추에게 '팀에 꼭 필요한 선수'라는 인상을 심어줄 필요가 있었다. 재계약을 통해 앞으로의 분발을 위한 동기부여를 제공했다. 자세한 계약 사항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주급을 올렸을 것으로 추정된다. 만약 미추의 오름세가 어느 순간에 꺾일 경우 스완지 성적 관리에 안좋은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그의 시장 가치도 깎였을지 모를 일이다.
스완지가 미추와 재계약을 맺은 결정적 요인은 바이아웃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미추의 바이아웃 금액을 늘리며 향후 이적시장에서 다른 팀으로부터 높은 이적료를 받겠다는 심산으로 보인다. 이적료 수익을 새로운 선수 영입에 투자하여 팀의 전력 안정을 꾀할 수 있다. 현실적으로 빅 클럽처럼 대형 선수 영입에 엄청난 돈을 쏟을 수 없는 만큼 주력 선수가 팀을 떠날 때 받을 이적료 수익이 중요하다.
또한 스완지는 캐피털 원 컵 우승을 위해 미추가 필요하다. 캐피털 원 컵은 스완지에게 중요한 대회다. 1912년 창단 이후 지금까지 리그 컵과 FA컵 같은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한 경험이 없었다. 공교롭게도 스완지와 미추가 재계약에 합의했던 시점은 캐피털 원 컵 4강 2차전 첼시전을 앞둔 때였다. 대회 우승을 위해 미추를 반드시 잔류 시키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미추 입장에서는 스페인 대표팀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빅 클럽으로 떠날 경우 다른 선수와 주전 경쟁을 펼쳐야 하는 부담감이 있다. 스완지에서는 자신이 공격의 중심이 되었지만 빅 클럽에서는 이전과 전혀 다른 환경에서 축구를 하게 된다. 적응에 어려움을 겪을 경우 스페인 대표팀 발탁이 힘들 것이다. 스페인 대표팀은 미추의 포지션인 공격형 미드필더와 중앙 공격수로 발탁될 선수들이 풍부하다. 아직 스페인 대표팀에 발탁된 경험이 없는 미추로서는 소속팀에서 지금같은 기세를 유지해야만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을 바라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