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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EPL 꼴찌' QPR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퀸즈 파크 레인저스(이하 QPR)은 올 시즌 내내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강등권에 머물렀다. 한때는 레딩을 제치고 19위에 올랐던 적도 있으나 현재 성적은 꼴찌다.(2승8무12패) 17위 위건과의 승점 차이가 5점이나 지난 22경기에서 2경기만 승리한 전적으로는 17위 이내의 성적으로 시즌을 마칠지 의문이다. 시즌 후반기 대도약 없이는 강등권 탈출은 불가능하다.

QPR, 2013년 4경기 2승2무...단 1실점 허용

그랬던 QPR이 2013년에 접어들면서 달라지기 시작했다. FA컵을 포함한 2013년 4경기에서 단 한 번도 패하지 않았다. 지난 3일 첼시 원정에서 1-0으로 승리하는 이변을 일으킨 것이 시작이었다. 6일 FA컵 3라운드 웨스트 브로미치전 1-1, 12일 토트넘전 0-0 무승부를 기록하며 쉽게 패하지 않는 습관을 들였고, 17일 FA컵 3라운드 재경기 웨스트 브로미치전에서 1-0으로 이기면서 4라운드에 진출했다. 지난 4경기에서 2승2무를 기록하며 악몽의 나날을 거듭했던 2012년 하반기와 차원이 다른 모습을 보였다.

QPR의 대표적 약점 중 하나는 수비력이었다. 프리미어리그 개막전 스완지 시티와의 홈 경기에서 0-5 대패를 당하면서 수비력이 약한 팀이라는 인상이 굳어졌다. 레드냅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던 초기에도 불안했다. 12월 6경기 모두 실점을 허용한 것.(총 10실점) 그러더니 2013년에 접어들자 4경기에서 단 1실점에 그쳤다. 그 중에 프리미어리그 2경기에서는 첼시와 토트넘 같은 강팀들과 겨루면서 무실점에 성공했다. 수비 위주의 경기를 펼치면서 상대팀 공격 옵션들을 악착같이 견제한 것이 효과를 봤다.

레드냅 감독은 수비에 치중하는 전술을 선호하는 지도자가 아니다. 토트넘 사령탑 시절에는 베일-모드리치-레넌 같은 공격 재능이 풍부한 미드필더들의 강점을 키우는 전술에 중점을 두었다. 좌우 풀백의 오버래핑과 롱패스를 앞세운 공격 또한 많았다. 하지만 QPR에는 개인 공격력이 뛰어난 선수가 흔치 않다. 그나마 내세울만한 타랍의 경우 탐욕적인 플레이를 버리지 못하면서 팀의 화력을 반감시키는 안좋은 모습을 보였다. 다른 팀과 정면 대결을 펼치기에는 리스크가 컸다. 12월 6경기 모두 실점했던 이유.

결국 레드냅 감독은 QPR 변화를 위해 실리 축구로 전환했다. 무실점을 목표로 경기에 임하게 됐다. 비록 2013년 4경기에서 3골에 그쳤지만 단 한 경기에서 1실점만 허용하면서 수비력이 향상됐다. 그 과정에서 QPR 선수들에게 상대팀 공격을 반드시 차단하겠다는 끈끈한 결속력이 생기면서 자신감을 회복했다. 토트넘전을 0-0으로 마친 뒤에는 홈팬들의 박수를 받기도 했다. 레드냅 감독이 팀을 긍정적으로 바꿨다고 볼 수 있다.

박지성 공격력 논란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잠시 다른 이야기를 꺼내자면, 최근 국내 여론에서 불거진 박지성 공격력 논란도 QPR의 달라진 전술과 밀접하다. 특히 토트넘전이 그랬다. 박지성은 음비아와 함께 공격형 미드필더로 뛰었으나 실질적으로 숀 데리와 함께 트리플 볼란테를 형성하면서 토트넘 공격을 막는데 집중했다. 박스 투 박스로서 상대팀 선수를 부지런히 압박하며 QPR 무실점을 공헌했으나 적극적인 공격을 펼치지 못했던 이유 때문인지 일부 여론으로부터 공격력에 대한 혹평을 받았다.

하지만 수비에 중심을 두었던 미드필더에게 공격력을 꼬집는 것은 옳지 않다. 토트넘전 1차 임무는 상대팀 공격을 차단하는 것이다. QPR이 레드냅 감독 전술에 의해 수비에 비중을 두었던 만큼 박지성이 끊임없이 압박을 펼치는 것은 당연하다. 박지성은 그저 팀을 위해 최선을 다했을 뿐이다. 그의 지속적인 공격 포인트를 기대하는 축구팬들이 없지 않겠지만, 박지성은 2005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입단 이후부터 팀 플레이어로 활약하면서 개인보다는 팀을 위해 헌신했다. 그 장점이 프리미어리그에서 오랫동안 생존했던 원동력이자 최근 3경기 연속 풀타임 출전했던 원인으로 작용한다.

QPR의 수비력 향상은 박지성 부상 복귀와 밀접하다. 뛰어난 수비력과 풍부한 경험, 철저히 단련된 이타적인 플레이가 강점인 한국인 선수가 중원에서 부지런히 움직이면서 QPR의 수비 응집력이 좋아졌다. 만약 그가 제 구실을 못했다면 음비아-데리의 압박 부담이 커졌을 것이며 포백이 흔들렸을지 모를 일이다. 두 번의 부상과 팀의 꼴찌 추락의 시련을 딛고 2013년에 힘차게 비상하려는 박지성을 가혹하게 평가하는 것은 옳지 않다. 산소탱크가 산소탱크다웠으면 그만이다.

QPR, 이제부터 중요하다

축구팬 대부분은 QPR 강등을 원치 않을 것이다. 최악의 경우 박지성이 다음 시즌 챔피언십에서 뛸 수 있기 때문. 따라서 QPR의 최근 오름세가 반짝에 그쳐서는 안된다. 아무리 4경기에서 잘했지만 앞으로 남은 경기에서 예전으로 되돌아가면 강등을 각오해야 할 것이다. 매 경기 매 순간마다 혼신의 힘을 쏟으며 투쟁해야 한다.

QPR은 향후 프리미어리그 5경기 상대는 웨스트햄(원정)-맨체스터 시티(홈)-노리치(홈)-스완지(원정)-맨체스터 유나이티드(홈)다. 맨체스터 두 팀과 스완지 원정에서는 첼시-토트넘전 처럼 수비 중심적인 경기를 펼칠 가능성이 높다. 되도록 무실점 경기를 목표로 하면서 최소 승점 1점을 따내는 전략으로 맞서야 한다. 웨스트햄전과 노리치전은 승점 3점을 획득해야 할 경기다. 지금의 허약한 공격력을 개선해야만 두 경기를 모두 잡을 수 있다. 16일 웨스트 브로미치전에서는 타랍을 후반 46분에 시간 끌기용으로 교체 투입했다. 타랍으로서는 기분이 좋지 않겠지만 레드냅 감독의 길들이기라고 할 수 있다.

1월 이적시장 선수 영입도 분주해졌다. 마르세유 공격수 레미, 스타드 렌 수비형 미드필더 음빌라 영입에 나선 것. 레드냅 감독이 직접 프랑스로 이동할 정도로 두 선수 영입에 사활을 걸고 있다. 레미는 QPR의 빈약한 득점력을 해결할 존재이며 음빌라는 QPR 중원에서 정확한 패스를 끊임없이 공급하며 경기를 운영할 패스 마스터로 거듭날 것으로 기대된다. 또 다른 선수의 추가 영입 가능성도 없지 않다. 레드냅호가 앞으로 얼마나 좋아질지 모르겠지만, 2012년 하반기의 QPR과 2013년 1월의 QPR은 분명히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