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출신의 명장 호셉 과르디올라 감독(42)이 다음 시즌부터 독일 최고의 클럽 바이에른 뮌헨을 지휘한다. 바이에른 뮌헨이 지난 17일 구단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공식 발표한 것. 과르디올라 감독은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하는 유프 하인케스 감독의 후임으로서 2016년까지 바이에른 뮌헨 사령탑을 맡기로 했다. 2011년 FIFA 발롱도르에서 올해의 감독상을 수상했던 과르디올라 감독의 성공시대가 바이에른 뮌헨에서 재현될지 세계 축구팬들의 관심이 쏠리게 됐다.
우선, 과르디올라 감독은 FC 바르셀로나를 세계 최고의 클럽으로 발돋움시킨 지도자다. 2008년 여름 바르셀로나 감독을 맡으면서 4년 동안 팀에 14개의 우승 트로피를 안겨줬다. 프리메라리가 우승 3회,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 2회, FIFA 클럽 월드컵 우승 2회가 주요 업적. 2008/09시즌 유로피언 트레블을 달성했으며 2009년에는 6관왕의 위업을 이룩했다. 그 과정에서 리오넬 메시가 세계 최고의 선수로 거듭나게 됐다. 2011/12시즌이 끝난 뒤에는 건강 악화에 따른 재충전을 위해 사임했으며 미국에서 휴식을 취한 끝에 다음 시즌 바이에른 뮌헨을 이끌게 됐다.
과르디올라 감독이 지휘할 바이에른 뮌헨은 독일을 대표하는 명문 클럽이다. 분데스리가 우승 22회, DFB 포칼 우승 15회, 챔피언스리그 우승 4회를 자랑한다. 하지만 2000/01시즌 챔피언스리그 우승 이후 11년 동안 유럽을 제패하지 못했다. 2009/10, 2011/12시즌에는 준우승에 머물렀다. 분데스리가에서는 두 시즌 연속 도르트문트에게 우승을 허용한 상황. 올 시즌에는 분데스리가 1위 및 챔피언스리그 32강 F조 1위로 순항중이나 하인케스 감독이 물러나기로 하면서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끌만한 명장이 필요했다. 그 선택은 과르디올라 감독이었다.
곧 현장으로 복귀할 과르디올라 감독은 바르셀로나 시절의 영광을 바이에른 뮌헨에서 이어가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워낙 바르셀로나에서 수많은 우승컵을 들어올렸기 때문에 그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기대치가 높을 수 밖에 없다. 그가 유능한 지도자인 것은 분명하지만 스페인이 아닌 다른 리그에서 성공할지 여부는 냉정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 명장으로 꼽히는 지도자가 다른 리그에서 실패한 것은 축구에서 흔히 벌어진다. 2010/11시즌 FC 포르투의 미니 트레블을 이끌었던 안드레 빌라스-보아스 현 토트넘 감독의 경우 2011/12시즌 첼시에서 성적 부진으로 한 시즌도 채우지 못하고 경질됐다.
어쩌면 과르디올라 감독의 독일 진출은 그의 진정한 지도력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다. 바르셀로나 시절에 화려한 업적을 이룩했으나 일각에서는 '바르셀로나의 축구 철학에 힘입어 성공한 것 아니냐', '메시-사비-이니에스타-푸욜 같은 좋은 선수들이 있어서 많이 우승하지 않았냐'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유럽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과르디올라 감독을 과소 평가하는 주장을 얼핏 들어봤을 것이다. 나름 일리있는 지적이나 그동안 다른 팀에서 자신의 지도력을 검증할 단계를 거치지 않았다. 이제는 그 단계에 접어들게 됐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자신의 라이벌이었던 조세 무리뉴 레알 마드리드 감독을 떠올려야 할 것이다. 무리뉴 감독은 지난 시즌 레알 마드리드의 프리메라리가 우승을 이끌면서 유럽 4개 국가(포르투갈, 잉글랜드, 이탈리아, 스페인)의 정규리그 우승을 경험했다. FC 포르투 시절과 인터 밀란 시절에는 팀의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끌기도. 비록 올 시즌 레알 마드리드의 저조한 성적으로 경질설이 제기되고 있으나 그가 세계 정상급 명장인 것은 누구도 의심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까지 맡았던 클럽마다 우승을 이끈 것에 의미를 둘 수 있다.
누군가는 무리뉴 감독이 레알 마드리드의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끌지 못했다는 이유로 과르디올라 감독보다 부족한 지도자라고 인식할 것이다.(동의하지 않는다.) 하지만 아무리 명장이라도 다른 리그에서 성공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같은 유럽이라도 문화, 언어, 날씨, 축구 환경 등이 서로 다르다. 또한 프리메라리가와 분데스리가는 전술적인 차이점이 존재하며 바이에른 뮌헨은 바르셀로나와 팀의 철학도 똑같지 않을 것이다. 과르디올라 감독의 독일 드림이 성공할지 아니면 실패할지는 언젠가 시간이 말해줄 것으로 보인다.
어쩌면 과르디올라 감독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알렉스 퍼거슨 감독처럼 바르셀로나에서 장기 집권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건강 문제로 바르셀로나 감독직을 그만두었고 이제는 다른 리그의 팀에서 도전하게 됐다. 바이에른 뮌헨의 감독 교체가 은근히 잦았음을 상기하면(첼시처럼 심각할 정도는 아니지만) 과르디올라 감독이 앞으로 독일에 길게 머물지 확신하기 어렵다. 어느 정도는 무리뉴 감독과 유사한 길을 걷게 됐다고 볼 수 있다. 과연 그가 캄 노우에 이어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성공 시대를 열어갈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