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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스완지의 첼시 격파 이변은 '당연한 결과'

 

미카엘 라우드럽 감독이 이끄는 스완지 시티(이하 스완지)가 첼시를 제압하는 이변을 일으켰다. 한국 시간으로 10일 오전 4시 45분 스탬포드 브릿지에서 진행된 2012/13시즌 캐피털 원 컵 4강 1차전 첼시 원정에서 2-0으로 이겼다. 전반 39분 미구엘 미추, 후반 46분 대니 그라함 골에 의해 원정에서 값진 승리를 거뒀다. 오는 24일 홈에서 펼쳐질 4강 2차전에서 최소한 비기거나 0-1 또는 1-2 이내로 패할 경우 결승에 진출한다.

기성용은 첼시 원정에 풀타임 출전하며 수비 위주의 경기를 펼쳤다. 팀이 평소와 달리 공격보다 수비에 치중하자 임무가 바뀌었다. 경기 내내 적극적인 움직임을 바탕으로 거센 압박을 펼치면서 첼시의 중앙 공격을 힘들게 했다. 그동안 수비력이 약하다는 지적을 받았으나 지난 주말 FA컵 3라운드 아스널전, 이번 첼시전 활약을 놓고 볼 때 자신의 약점을 충분히 개선했다.

[전반전] 스완지의 실리 축구 변신, 미추 선제골

스완지는 홈팀 첼시의 파상공세를 끊기 위해 압박에 치중했다. 선제골 허용시 남은 시간까지 어려운 경기를 펼쳐야 하는 만큼 경기 초반에는 수비에 비중을 두어야 했다. 기성용은 경기 초반에는 수비적인 움직임이 눈에 띄었다. 이에 첼시는 스완지 전술을 예상한듯 포어체킹으로 맞섰다. 이 때문에 스완지 미드필더들의 패스 전개가 원활하지 못하면서 미추가 고립되었고 첼시가 경기 주도권을 잡았다. 전반 14분까지 점유율 66-34(%), 슈팅 4-0(유효 슈팅 1-0, 개)로 앞섰다.

첼시는 아자르-오스카-마타의 활발한 스위칭과 루이스-하미레스의 수직적인 움직임에 주력하면서 여러차례 패스를 주고 받았다. 이전까지는 아스필리쿠에타 오버래핑에 의한 공격 전개가 잦았으나 스완지 역습을 대비하는 목적 때문인지 풀백의 공격적인 움직임을 줄였다. 미추를 제외한 스완지 선수 전원이 수비 지역으로 내려간 이후에야 풀백과 이바노비치가 상대 진영으로 올라올 수 있었다. 전반 22분에는 아스필리쿠에타가 오른쪽 측면에서 중거리 슈팅을 시도했었다. 다만, 토레스가 스완지 밀집 수비에 막혀 봉쇄된 것이 옥의 티였다.

스완지는 팀의 특색을 버리고 실리를 선택했다. 캐피털 원 컵 우승을 위해 4강에서 첼시를 넘어야 하기 때문에 1차전 원정에서 무실점을 목표로 수비적인 경기를 펼쳤다. 라우틀리지-데 구즈만-파블로 같은 2선 미드필더들이 후방으로 내려와 압박을 시도하는 경우가 많았다. 전반 30분 이후부터 미드필더 뒷 공간이 허물어지면서 첼시에게 결정적인 공격 기회가 찾아왔으나 볼은 번번이 골대 바깥을 스쳤다. 트레멜 선방도 빼놓을 수 없다. 전반 38분까지 슈퍼 세이브 3개를 기록하며 백업 골키퍼 답지 않은 기량을 과시했다.

전반 38분에는 미추가 선제골을 터뜨렸다. 데 구즈만이 포어체킹 상황에서 이바노비치가 소유한 볼을 가로채면서 왼쪽에 있던 미추에게 패스를 밀어줬고, 미추는 왼발 슈팅으로 득점을 올렸다. 데 구즈만의 판단력이 빛났던 장면이었다. 전반 내내 공격에 집중했던 첼시의 허점을 노렸으며 이바노비치 실수까지 더해지면서 미추의 골을 도왔다. 전반 42분에는 트레멜이 이바노비치의 기습적인 오른발 슈팅을 막으면서 위기를 넘겼다. 스완지는 전반전을 1-0으로 마쳤다.

[후반전] '그라함 추가골' 스완지, 첼시를 2-0으로 제압하다

첼시는 선수 교체 없이 후반 초반을 보냈다. 토레스 또는 미드필더 1명을 줄이고 뎀바 바를 투입할 수 있었으나 베니테즈 감독은 일단 11명을 믿기로 했다. 하지만 전반전에 이어 후반 초반에도 스완지 골망을 가르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토레스 부진으로 스완지 박스 안쪽을 비벼줄 선수가 마땅치 못했다. 루이스는 후반 11분 프리킥, 13분 단독 돌파에 의한 슈팅을 날렸으나 운이 따르지 못했다. 첼시가 후반 14분까지 슈팅 18개를 날리는 동안 스완지는 슈팅 3개를 기록했으며 3개 모두 미추의 슈팅 이었다.

0-1로 밀린 첼시는 후반 중반에 접어들면서 경기력이 저하됐다. 점유율 우세에 비해 스완지 수비에 막히거나 골 결정력 부족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았다. 선수들이 조급함을 느끼면서 손을 쓰는 장면이 점점 늘었다. 후반 25분 교체 투입했던 램파드도 30분에 패스 미스를 범하면서 경기 흐름을 바꾸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경기 초반부터 왕성한 움직임을 과시했던 아자르-오스카-마타 그리고 루이스의 에너지만으로는 역부족이었다. 뎀바 바를 조기에 투입하지 못한 베니테즈 감독의 대응이 아쉬웠다.

첼시는 후반 35분 토레스를 빼고 뎀바 바를 교체 투입했다. 토레스가 부진한 이유도 있겠지만, 베니테즈 감독은 두 선수의 공존이 힘들다는 것을 사실상 시인했다. 2분 뒤에는 마린이 마지막 조커로 나섰다. 세 명의 선수를 바꾸면서 경기 종료까지 공격에 올인했으나 스완지 골문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트레멜이 후반 40분까지 슈퍼 세이브 10개 기록했으며(경기 종료까지 11개) 모든 필드 플레이어들이 첼시 공세를 끈질기게 막았다.

후반 46분에는 그라함이 추가골을 넣었다. 이번에도 이바노비치의 실수가 결정적이었다. 이바노비치의 백패스를 그라함이 가로채면서 오른발 슈팅으로 골을 터뜨렸다. 최근 4경기 연속골을 터뜨리는 오름세가 돋보였다. 이 골로 스완지는 첼시 원정에서 2-0으로 승리하는 이변을 일으켰다. 경기 종료 후 첼시 관중들의 야유가 빗발쳤다.

-첼시vs스완지, 출전 선수 명단-

첼시(4-2-3-1) : 턴불/애슐리 콜-케이힐-이바노비치-아스필리쿠에타/루이스-하미레스(후반 25분 램파드)/아자르-오스카(후반 37분 마린)-마타/토레스(후반 35분 뎀바 바)
스완지(4-2-3-1) : 트레멜/데이비스-윌리암스-치코-랑헬/기성용-브리튼/라우틀리지(후반 17분 티엔달리)-데 구즈만-파블로/미추(후반 37분 그라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