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센 벵거 감독이 이끄는 아스널이 위건전에서 승리했다. 한국 시간으로 22일 오후 9시 45분 DW 스타디움에서 진행된 2012/13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18라운드 위건 원정에서 1-0으로 승리했다. 후반 15분 미켈 아르테타의 페널티킥 골로 승점 3점을 얻었다. 이날 승리로 5위에서 3위(8승6무4패, 승점 30)로 뛰어 오르며 빅4 탈락론을 잠재웠다. 그러나 경기 내용은 이긴팀 답지 못했다.
전반전 : 아스널, 위건 압박에 고전을 거듭하다
'아스널 상대팀' 위건은 경기 초반부터 강도 높은 포어체킹을 펼쳤다. 아스널 특유의 패스 축구 효율성을 떨어뜨리면서 역습을 노리겠다는 의도. 아스널은 적극적인 침투패스를 통해 상대팀 뒷쪽을 두드리며 허를 찌를 필요가 있었으나 포백과 더블 볼란테가 상대팀 공격 옵션들 기세에 눌리면서 위축된 경기를 펼쳤다. 그 결과 아스널은 전반 15분까지 점유율에서 45-55(%)로 밀렸다.
위건은 전반 중반에 활발한 공격을 시도하며 경기 흐름을 장악했다. 하지만 아스널 박스 안쪽을 겨냥한 연계 플레이가 아무런 성과 없었다. 말로니-코네-디 산토로 짜인 스리톱의 간격이 자주 벌어지면서 따로 노는 양상을 보였다. 이들을 뒷받침하는 미드필더들의 패스가 끊어지는 경우도 빈번했다. 전반 23분에는 코네가 역습 상황에서 메르데자커를 따돌리코 아스널 골키퍼 스체스니 앞에서 왼발 슈팅을 날렸으나 볼이 골대 바깥으로 향했다.
아스널도 답답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후방의 불안정으로 포돌스키, 옥슬레이드-챔벌레인 같은 좌우 윙어들이 수비 지역으로 내려오는 경우가 많았고, 원톱 월컷마저 수비에 가담하면서 공격을 펼칠 여유가 부족했다. 공격 전환시에는 월컷의 움직임이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벵거 감독이 마르티네스 감독과의 지략 싸움에서 밀렸다. 전반 33분에는 월컷이 박스 가운데에서 카솔라 전진 패스를 받은지 얼마 되지 않아 상대 수비수에게 볼을 빼앗겼다. 위건의 압박은 좀처럼 느슨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아스널의 또 다른 문제점은 크로스가 적었다. 전반전 크로스 횟수에서 7-15(개)로 밀렸다. 7개 중에 월컷이 3개, 옥슬레이드-챔벌레인이 2개, 아르테타와 카솔라가 1개씩 기록했다. 하지만 측면 자원의 크로스는 2개에 불과했다. 포돌스키-깁스-사냐 같은 다른 측면 자원들의 크로스가 없었다. 월컷의 신장이 크지 않았던 이유 때문인지(176cm) 공중볼을 이용한 공격이 소극적이었다. 짧은 패스를 주고 받는 경우가 많은 팀 컬러를 감안해도 때에 따라 공격 색깔을 바꾸는 지혜가 필요했다. 두 팀의 전반전은 0-0으로 끝났다.
후반전 : 아르테타 행운의 PK골...아스널 1-0 승리
아스널은 후반전이 되자 옥슬레이드-챔벌레인 중심의 공격을 펼쳤다. 옥슬레이드-챔벌레인은 후반 1분 월컷에게 크로스를 찔러줬으며, 2분 뒤에는 오른쪽 측면에서 박스 안쪽으로 파고드는 과정에서 월컷의 슈팅을 유도하는 패스를 연결했다. 후반 5분에는 오른쪽 공간을 파고들 때 상대팀 선수의 파울을 유도했다. 후반 8분에는 사냐까지 오버래핑을 펼치면서 아스널이 위건의 왼쪽 수비 공간을 집요하게 파고들기 위한 노력을 했다. 이에 위건은 아스널의 달라진 전술에 의해 포어체킹을 펼칠 타이밍을 잡지 못했다.
경기 주도권을 확보한 아스널은 후반 14분 월컷이 보세주르를 상대로 페널티킥을 얻으면서 결정적인 득점 기회를 맞이했다. 페널티킥 키커로 나선 아르테타가 후반 15분 위건의 오른쪽 골망을 흔들면서 아스널이 1-0으로 앞섰다. 거듭된 고전 끝에 얻어낸 행운의 득점이었다. 반면 위건은 선제골 싸움에서 밀리면서 승점 3점을 따낼 명분이 약해졌다. 아스널은 1골 리드를 지키기 위해 수비에 비중을 두었다.
하지만 아스널은 월컷 부진을 해소하지 못했다. 월컷은 후반 25분까지 볼 터치 20개, 패스 7개에 그칠 정도로 공격 기여가 적었다. 2선으로 내려와서 볼을 받아내는 움직임이 능동적이지 못했다. 카솔라의 폼이 나쁘지 않았음을 고려할 때 적극적인 연계 플레이를 통해 위건 수비진을 교란할 필요가 있었으나 활동 폭이 좁아지면서 맥카시에게 봉쇄 당했다. 더욱이 맥카시는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처음으로 3백의 가운데 수비수를 맡았던 인물. 월컷이 내년 1월 이적시장에서 팀을 떠날 수 있음을 상기하면 아스널의 원톱 딜레마는 풀리지 않았다.
아스널은 위건과의 접전 끝에 1-0으로 승리했다. 승점 3점을 따내면서 4위권 진입에 성공했지만 경기 내용은 강팀의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아르테타의 페널티킥 골이 없었으면 경기 내용 열세에 의해 현지 여론의 혹평을 받았을지 모를 일이다. 그럼에도 힘겨운 접전 끝에 승리한 것은 의미가 있다. 축구는 결과로 말하는 스포츠이기 때문. 시즌 내내 위태로운 행보를 걸었던 아스널은 위건전 승리를 통해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키웠을 것이다.
-위건vs아스널, 출전 선수 명단-
위건(3-4-3) : 알 합시/피게로아-맥카시-보이스/보세주르-존스-맥아더-스탐/말로니(후반 44분 고메즈)-코네-디 산토(후반 32분 맥마나만)
아스널(4-2-3-1) : 스체스니/깁스-베르마엘렌-메르데자커-사냐/윌셔-아르테타/포돌스키(후반 34분 코클랭)-카솔라(후반 47분 코시엘니)-옥슬레이드 챔벌레인(후반 30분 램지)/월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