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사' 박주영(27, 셀타 비고)이 한국 시간으로 지난 18일 레알 베티스전에 선발 출전했으나 후반 시작과 함께 교체됐다. 전반 31분 왼쪽 측면에서 오른발 중거리 슈팅을 날렸던 장면을 제외하면 전반 내내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왼쪽 측면과 중앙을 오가며 주변 선수와 패스를 주고 받았던 장면들을 놓고 보면 극심하게 부진할 정도는 아니었으나 전반 종료 후 교체된 것은 아쉬움에 남았다. 이날 셀타 비고는 레알 베티스에 0-1로 패하면서 15위로 밀렸다.
박주영, 임대 종료 이후를 생각해야 한다
박주영은 올 시즌 코파 델 레이를 비롯한 14경기에서 3골 넣었다. 프리메라리가에서는 11경기 2골 기록했으며 그 중에 4경기가 선발 출전이었다. 공격수로서 골이 부족한 아쉬움을 지우지 못했다. 런던 올림픽 차출, A매치 우즈베키스탄-이란 원정 합류, 지난 10월 오른쪽 허벅지 부상을 감안할 때 최상의 활약을 펼치기 쉽지 않았던 것은 사실. 하지만 프리메라리가 홈 데뷔전이었던 헤타페전에서 결승골을 넣었을 때의 기세를 지속적으로 이어가지 못했다.
냉정히 말해, 박주영은 셀타 비고의 주전이 아니다. 레알 베티스전에서는 지난달 18일 마요르카전 이후 프리메라리가에서 4경기 만에 선발로 뛰었다. 11월 27일 사라고사전에서 7분, 12월 3일 레반테전에서 6분 뛰었으며, 10일 빌바오전은 결장했다. 지난 13일 코파 델 레이 16강 1차전 레알 마드리드전에서 64분 뛰면서 3차례의 슈팅을 날리는 등 부지런한 움직임과 공중볼 우위를 과시하며 팀의 2-1 승리에 기여했다. 그때의 활약으로 에레라 감독의 신뢰를 얻었는지 레알 베티스전에 선발로 나섰으나 45분만 모습을 내밀었다.
다른 관점에서는 박주영의 시즌 전반기가 결코 나쁘지 않았다. 원 소속팀 아스널 시절에 비해 출전 시간이 넉넉해졌다. 하지만 그것으로는 부족하다. 셀타 비고와의 임대 종료 이후를 생각해야 한다. 올 시즌 종료 후 아스널로 복귀할 경우 지난 시즌처럼 거듭된 결장에 시달릴지 모를 일이다. 아스널은 현재 지루와 월컷을 번갈아 원톱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백업 공격수 샤막이 잔류중이다. 잠재적으로는 포돌스키와 제르비뉴의 원톱 전환이 가능하다. 내년 1월과 여름 이적시장에 걸쳐 공격수 변화가 예상되나 박주영이 돌파구를 찾을지는 확실치 않다.
다음 시즌에는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본선을 염두해야 한다. 되도록이면 많은 경기를 뛸 수 있을만한 클럽에 몸담아야 할 것이다. 아스널은 그 자격을 충족시키지 못한다. 현재로서는 셀타 비고에 재임대되거나 완전 이적하는 것이 최선이다.(제3의 클럽으로 옮길 가능성도 없지 않지만) 그런데 지금까지의 활약이 충분하지 못한 것이 우려된다. 지금 이대로 시즌을 마칠 경우 셀타 비고에 잔류할지 장담할 수 없다. 15위로 처진 셀타 비고의 성적도 변수. 20위 데포르티보 라 코루냐와의 승점 차이는 불과 3점이다. 최악의 경우 강등권 추락을 걱정해야 한다.(그럴 일이 없기를 바라지만)
박주영이 셀타 비고에서 생존하는데 가장 필요한 무기는 '골'이다. 골은 공격수의 본분이자 팀이 승리하는데 필요한 존재다. 구자철이 지난 시즌 후반기 아우크스부르크로 임대되면서 5골 넣는 에이스 기질을 과시한 것 처럼 박주영도 이제부터 분발할 필요가 있다. 만약 박주영이 지속적으로 골을 터뜨릴 경우 셀타 비고는 아스파스(프리메라리가 6골)에 이은 확실한 골잡이를 보유하게 된다. 팀의 수비력까지 뒷받침하면 중위권 진입의 교두보를 마련할 것이다.
그래서 박주영의 시즌 후반기가 기대되지 않을 수 없다. 그때는 프리메라리가에서 쌓은 경험을 토대로 지금보다 더 좋은 경기력을 과시해야 한다. 골을 통해 공격수 역할에 충실하면 에레라 감독의 신뢰를 얻을 것이며 셀타 비고에 없어서는 안 될 선수로 거듭날지 모를 일이다. 박주영의 비상을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