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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베니테즈 감독의 과제, 첼시의 빅4 수성

첼시의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 월드컵 우승 실패는 라파엘 베니테즈 감독에게 손해다. 당초 베니테즈 감독은 올 시즌까지 첼시 사령탑을 맡기로 했다. 하지만 구단이 호셉 과르디올라 전 FC 바르셀로나 감독 영입에 실패할 경우 다음 시즌에도 잔류할 가능성이 없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베니테즈 감독과 첼시는 클럽 월드컵에서 이렇다할 소득을 얻지 못하고 잉글랜드로 돌아가게 됐다.

이제 베니테즈 감독은 첼시 사령탑으로서 주어진 소임을 다해야 할 것이다. 현실적으로 다음 시즌 첼시를 지휘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나 자신의 재기 성공을 위해 앞으로 남은 기간 동안 뚜렷한 성과를 거두어야 한다. 1차적 목표이자 가장 중요한 것은 첼시의 프리미어리그 빅4 수성이다.

클럽 월드컵 결승에서 드러난 베니테즈 감독의 문제점

첼시의 클럽 월드컵 우승 좌절 원인 중 하나는 라파엘 베니테즈 감독의 로테이션 미스였다. 준결승 몬테레이전에서 미켈-루이스, 결승 코린티안스전에서 램파드-하미레스를 더블 볼란테로 내세웠던 것. 특히 루이스의 원 포지션은 센터백이나 몬테레이전을 통해 첼시의 중원 문제를 해소할 적임자로 떠올랐었다. 하지만 베니테즈 감독은 코린티안스전에서 그를 센터백으로 내렸고 이는 상대팀에게 중원을 장악 당하는 빌미를 제공했다. 램파드-하미레스 조합은 상대팀의 강한 압박에 의해 효율적인 공격 전개를 펼치지 못하면서 미켈의 존재감을 지우지 못했다.

모제스의 코린티안스전 선발 투입도 결과적으로 실패작이었다. 로테이션 멤버였던 모제스는 코린티안스의 왼쪽 수비를 허무는데 버거운 모습을 보였다. 그 여파는 잦은 경기 출전으로 과부하에 시달렸던 아자르-마타의 공격 부담이 커지는 단점으로 이어지면서 첼시의 화력이 살아나지 못했다. 또한 베니테즈 감독은 모제스의 교체 타이밍까지 늦었다. 팀이 0-1로 뒤졌던 후반 26분에 교체 시켰으나 결승전 특성상 빠른 결단이 필요했다. 모제스가 첫번째 교체 대상자라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물론 첼시의 우승 좌절이 베니테즈 감독 때문만은 아니었다. 하지만 2년 전 인터 밀란 사령탑으로서 클럽 월드컵 우승을 이끌었던 지도자에 걸맞지 않게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한 것은 분명하다. 자신에게 냉혹한 시선을 보내는 첼시 현지 팬들의 신뢰를 얻을 기회를 놓쳤다.

첼시가 꼭 이루어야 할 목표, 프리미어리그 빅4 진입

사실, 베니테즈 감독이 첼시의 클럽 월드컵 우승을 달성 시키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첼시의 지휘봉을 잡은지 한 달도 안되었기 때문. 어느 감독이든 자신이 구현하는 전술로 팀 색깔을 바꿔 놓기까지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 그 과정에서 시행 착오는 불가피하다. 선수단 분위기도 좋지 않았을 것이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32강 조별리그 탈락으로 사기가 떨어졌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시즌 유럽 챔피언 답지 못한 면모. 더욱이 일부 주력 선수들은 시즌 전반기에 많은 경기와 대회를 병행하면서 과부하에 빠졌다. 베니테즈 감독이 팀을 수습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아직 첼시의 2012/13시즌은 끝나지 않았다. 프리미어리그-유로파리그-FA컵-캐피털 원 컵이 남아있다. 가장 중요한 대회는 프리미어리그. 4위 이내의 성적으로 시즌을 마칠 경우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 진출 자격을 얻으며 명예회복을 벼르게 된다. 지난 시즌 6위로 마쳤음을 감안할 때(2011/12시즌 챔피언스리그 우승으로 2012/13시즌 출전권 획득) 4위권 안에 포함되는 것은 의미있다. 만약 유로파리그 토너먼트에서 백업 선수들을 적극 활용할 경우 프리미어리그에 전념할 명분을 얻게 된다.

하지만 지금의 프리미어리그 행보를 놓고 보면 빅4 수성을 쉽게 장담할 수 없다. 최근 프리미어리그 7경기에서 1승4무2패에 그쳤다. 현재 성적은 3위(8승5무3패, 승점 29)지만 7위 웨스트 브로미치(8승3무6패, 승점 27)와의 승점 차이는 불과 2점 뿐이다. 대부분의 팀들에 비해 1경기를 덜 치렀으나 4위권 경쟁이 치열하다. 박싱데이 기간에는 잉글랜드와 일본을 왕복하며 클럽 월드컵을 치렀던 피로를 안게 된 상황. 베니테즈 감독의 합리적인 로테이션 운용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현실적으로 첼시의 프리미어리그 우승 전망은 어둡다. 1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14승3패, 승점 42)와의 승점 차이가 13점으로 벌어졌다. 시즌 초반 선두를 질주했으나 결과적으로 반짝에 그쳤다. 하지만 눈 앞에 보이는 목표가 더 중요하다. 4위권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확보할 경우 극적인 우승에 도전할 기회를 얻게 될 것이다. 물론 맨체스터 두 팀의 행보가 지지부진해야 가능한 시나리오다. 어쨌든 베니테즈 감독에게 첼시의 빅4 수성은 중요한 과제가 되었다.

과연 베니테즈 감독은 명예회복에 성공할까?

어쩌면 베니테즈 감독은 첼시 사령탑 연임을 크게 기대하지 않을 수도 있다. 현재 신분이 임시 감독이며, 첼시는 잦은 감독 교체로 유명하며, 아브라모비치 구단주가 원하는 지도자는 과르디올라 전 감독으로 알려져 있다. 클럽 월드컵 우승 실패도 마이너스로 작용했을 것이다. 프리미어리그 빅4 진입 혹은 우승을 이룰지라도 다음 시즌 스탬포드 브릿지에 남는다는 보장이 없게 됐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베니테즈 감독은 앞으로도 지도자의 길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첼시에서의 경험이 자신의 명예를 회복할 뜻깊은 기회로 작용할 수도 있다. 리버풀의 2009/10시즌 부진, 인터 밀란의 2010/11시즌 전반기 침체로 고난의 시기를 보냈지만 사람의 인생은 항상 행복과 불행이 교차된다. 첼시에서 재기의 발판을 마련한 그가 '마법사' 기질을 되찾을지 앞으로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