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1위와 2위가 맞붙는 빅 매치 답게 치열한 혈전이 펼쳐졌다. 스탬포드 브릿지에 약한 징크스를 깨고자 전반 이른 시간에 2골 넣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의 기세, 홈에서 라이벌에게 패하지 않기 위해 0-2에서 2-2로 따라잡은 첼시의 승부 근성이 서로 충돌하면서 멋진 경기가 됐다. 그 이후의 예상치 못했던 변수는 두 팀의 희비를 엇갈리게 했던 결정타로 작용했다. 맨유가 3-2로 이겼지만 2명 퇴장으로 수적 열세에 빠졌던 첼시 선수들도 끝까지 최선을 다했다. 결정적 승부처 4가지를 짚어봤다.
1. 맨유의 선 수비-후 역습, 기선 제압에서 승리
맨유는 첼시 원정에서 선 수비-후 역습을 활용했다. 미드필더와 수비수의 간격을 좁히고 루니까지 중원으로 내려오면서 측면을 활용한 반격을 펼쳤다. 왼쪽에서는 영-에브라, 오른쪽에서는 발렌시아-하파엘이 첼시 측면 수비 뒷 공간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에브라-하파엘의 오버래핑이 활발해지면서 첼시의 윙어였던 아자르-마타의 수비 부담이 커졌다. 첼시의 강점은 아자르-오스카-마타로 이어지는 2선 미드필더들의 무한 스위칭이다. 세 선수는 수비보다 공격이 발달됐다. 맨유는 선 수비-후 역습으로 첼시의 장점을 단점으로 바꾸어 놓았고, 첼시는 세 선수의 스위칭이 살아나지 못하면서 느린 템포의 공격을 거듭했다.
이러한 맨유의 측면 공격은 전반 4분 루이스 자책골, 전반 12분 판 페르시 골을 통해 성과를 봤다. 전반 4분에는 루니와 애슐리 영이 오른쪽 측면에서 원투 패스를 주고 받으면서 첼시 왼쪽 풀백 콜의 뒷 공간을 파고드는데 성공했다. 루니가 콜의 뒷쪽에서 컷백을 시도한 것이 판 페르시 슈팅으로 이어졌고 볼은 골대를 맞췄다. 굴절된 볼은 루이스 몸을 맞고 골문 안으로 향했다. 전반 12분 판 페르시 추가골도 오른쪽 측면을 이용했다. 하파엘이 오른쪽 측면에서 오버래핑을 펼치면서 콜을 비롯한 두 명의 첼시 선수 커버를 뚫고 발렌시아에게 패스를 밀어줬다. 발렌시아는 콜의 뒷 공간에서판 페르시에게 정확한 땅볼 크로스를 연결했다. 첼시의 2실점은 콜의 수비 불안에서 비롯됐다.
맨유는 전반 12분까지 슈팅 3-0(유효 슈팅 2-0), 태클 6-4(개)로 앞섰다. 전반 16분 점유율에서는 53-47(%)의 우세를 점했다. 선 수비-후 역습을 펼치는 팀 치고는 슈팅과 점유율이 상대팀을 압도했다. 첼시가 지공으로 경기를 풀었으나 맨유 미드필더 압박에 막히면서 공격이 차단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오히려 맨유의 점유율이 많았다. 첼시는 토레스의 오른쪽 측면 이동 외에는 공격 옵션들의 움직임이 경직됐다. 맨유가 완벽하게 기선 제압에 성공했다.
2. 맨유의 루니 변칙 활용, 오히려 독이 되다
하지만 맨유의 선 수비-후 역습 효과는 오래가지 못했다. 전반 30분 이후부터 역습이 거듭 끊기면서 공격이 소강 상태에 빠졌다. 특히 중앙 미드필더들이 잦은 패스미스를 범했다. 캐릭과 클레버리의 전반전 패스 성공률은 각각 74%, 65%에 그쳤다. 맨유 공격의 활로를 개척하는 지속성이 부족했다. 이는 첼시에게 기회로 작용했다. 여러차례 세트 피스 기회를 얻으면서 주도권을 잡기 시작했다.
그 상황에서 전반 43분 루니가 아자르에게 깊은 태클을 가하면서 경고를 받았고 첼시는 맨유 바깥 중앙에서 직접 프리킥 기회를 얻었다. 마타는 전반 44분 왼발 프리킥으로 맨유 골망을 흔들며 첼시가 1-2로 추격했다. 맨유로서는 루니의 변칙 활용이 독이 됐다. 루니는 4-4-2의 쉐도우로 나섰으나 활발한 수비 가담을 펼치면서 캐릭-클레버리 압박에 힘을 실어줬다. 실질적으로 중앙 미드필더가 3명이었다. 하지만 루니의 위험한 파울은 첼시의 추격 의지를 키우는 꼴이 됐다.
첼시는 후반 8분 하미레스가 동점골을 넣으면서 2-2 동점을 연출했다. 전반 중반까지 부진했던 아자르-마타-오스카가 하미레스 골 장면에 관여했다. 첼시의 역전을 기대할 수 있는 분위기였다.
3. 첼시의 이바노비치 퇴장, 불운의 시작
하지만 첼시의 역전 의지는 후반 17분 이바노비치 퇴장으로 꺾였다. 이바노비치는 첼시 진영을 파고 들었던 영을 뒷쪽에서 몸으로 걸면서 레드 카드를 받았다. 이에 첼시는 하미레스를 오른쪽 풀백으로 내리면서 4-4-1로 전환했고, 후반 20분에는 오스카를 빼고 아스필리쿠에타를 교체 투입하면서 측면 수비를 보강했다. 마타-미켈-하미레스-아자르로 짜인 미드필더 라인을 밑쪽으로 내리면서 수비에 비중을 두었다. 수비수가 퇴장 당했지만 교체 작전에 의해 공격 옵션 1명이 줄었다. 첼시에게 불운의 시작이었다.
4. 심판의 오심, 맨유는 웃었고 첼시는 울었다
첼시와 맨유의 희비가 엇갈렷던 최대의 승부처는 후반 중반에 벌어진 두 가지 장면 이었다. 클라텐버그 주심의 판정이 두 팀 희비에 결정적 영향을 끼쳤다.
클라텐버그 주심은 후반 22분 첼시의 토레스가 에반스를 상대로 다이빙을 했다는 이유로 옐로우 카드를 내밀었다. 그리고 레드 카드를 위로 치켜 들었다. 토레스가 이전 상황에서 경고를 받았기 때문. 하지만 토레스가 옐로우 카드를 받을 상황은 아니었다. 실제로 에반스의 몸과 접촉했기 때문에 경고를 판정하지 않아도 되는 장면이었다. 2명 잃은 첼시는 남은 시간 9명으로 버텼다. 후반 26분에는 버틀랜드가 마타 대신에 교체 투입하면서 수비에 전념하게 됐다.
후반 29분 에르난데스의 골 장면은 명백한 오심이었다. 하파엘이 박스 오른쪽 안에서 오른발로 강한 슈팅을 날렸을 때 에르난데스가 골문에서 콜-케이힐보다 앞에 있었기 때문에 오프사이드가 맞다. 하지만 클라텐버그 주심의 시선이 하파엘에게 향하면서 에르난데스 위치를 확인하지 못했다. 하파엘이 볼을 잡았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에르난데스를 못봤을 수도 있다. 그러나 선심이 에르난데스의 오프사이드를 발견하지 못했다. 심판의 오심으로 에르난데스 골이 인정되면서 맨유는 10년 만에 스탬포드 브릿지에서 승리했고(프리미어리그 기준) 첼시는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첫 패를 당했다.